
이완
3시간 전
'겁 많은 한국 사람과 다르게, 프랑스 사람은 시위와 파업을 시민의 기본권이자 의무로 받아들인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여러 혁명의 역사를 겉핡기로 또는 편향적으로 흡수한 사람들이 이렇게 주장하고 다닌다. 물론 프랑스 사람들이 저항에 좀 더 관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적지 않은 프랑스 사람이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무기를 들거나, 투표를 통해 질서를 되찾으려 했다.
프랑스 대혁명 때, 프랑스 서부 지역에서는 혁명 정부의 징집과 지역 공동체 파괴에 저항하기 위해 수많은 농민이 봉기했다. 그 농민들은 인망 있는 귀족에게 지휘를 부탁해서 조직적인 저항을 이어갔을 정도로 혁명 정부에 분노하고 있었다. 파리 코뮌을 최종적으로 진압한 것 역시 수많은 농민 징집병들이었다. 당시 프랑스 사람 다수 또는 과반이 코뮌을 지지했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애초에 파리 코뮌이 일어나기 전에 나폴레옹 3세를 대통령으로, 황제로 선출해서 질서 회복을 바란 것도 파리 시민이었다. 프랑스 혁명은 결국 보나파르티즘으로 귀결되었다.
좌파와 사회주의자들도 모두가 혁명에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생시몽주의자와 실증주의자들은 혁명이 파괴만 저지르고 새로운 질서를 재건하지는 못했다는 점을 비판했다. 혁명이 아니라, 선거와 대의 민주제를 변화의 핵심 수단으로 받아들인 사회주의자도 많았다. 혁명적인 좌파는 눈에 띄는 사람들일 뿐, 민중의 과반으로부터 명확하게 지지받은 적이 거의 없다. 과격파는 어디서나 소수파다.
68혁명 이후에도 프랑스 사람들은 드골주의 우파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해서 질서를 선택했다. 좌파 정부가 들어선 것은 1980년대 미테랑 대통령이 당선되면서부터다. 미테랑 정부의 대개혁이 실패하자, 이후 17년 간 우파 정부가 이어졌다. 68혁명 이후 두번째 좌파 대통령이 등장한 것은 비교적 온건한 성향이었던 프랑수아 올랑드가 당선된 2012년이다. 그 올랑드마저 개혁에 실패하자, 사실상 사회주의에서 벗어난 마크롱이 집권하여 지금에 이른다.
과연 이래도 프랑스 사람 다수가 시위와 파업, 혁명에 특별히 관대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인터넷으로 접하는, 불타는 거리 옆에서 느긋하게 와인과 커피를 마시는 프랑스 사람이 정말 '일반적인' 또는 '평범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잊고 있지만, 프랑스는 유럽 보수주의와 우파 권위주의의 또다른 본고장이다. 심지어 파시즘과 나치즘의 큰 뿌리도 프랑스에 뻗어 있다.
파리는 불타고 있다. 역사 깊은 공공시설까지 파괴되었다.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상황을 초래한 주범으로 외국인 무리가 지목되고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열린다. 지금까지 프랑스 사람들의 선택을 돌아볼 때, 질서 회복을 강조하는 후보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마린 르 펜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사람은 인과관계를 완벽히 증명할 수 없는 세상에서 인과관계를 상상해 내는 동물이다. 혼란을 오래 즐기고 싶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균형, 질서, 조화는 모든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다. 균형이 흔들리면 원래 균형으로 되돌아가거나, 새로운 균형을 찾는 것이 사람의 오랜 경향이다. 이번 프랑스 시위는 새 균형을 제시하지 못한 채 너무 많은 균형을 깼다.
만약 시위가 더 격해지면, 프랑스에 계엄령이 내려지고 국가헌병대가 시위 진압에 나서는 모습을 보게될지도 모르겠다. 프랑스는 나폴레옹 정권을 낳은 나라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래는 프랑스여론연구소(Ifop)가 2026년 10월 17일 오후 8시부터 10월 19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한 여론조사. 자료 출처는 아래 링크.
https://www.ifopgroup.com/article/barometre-de-lelection-presidentielle-vague-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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