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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캉
2시간 전
<원엔 환율 급락, 엔화 약세로만 보면 놓치는 것> 최근 원엔 환율이 6월 평균 950원에서 8월 말 853.77원까지, 두 달 만에 1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시장에서는 "엔화가 약해졌다"는 설명이 많았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한 설명입니다. 엔화는 올해 내내 약세 기조였고, 7월엔 40년 만의 최저치까지 밀린 시기도 있었으니까요. 여기서 짚어볼 지점이 있습니다. 원화와 엔화는 원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통화입니다. 둘 다 아시아 수출국 통화라 글로벌 경기, 달러 흐름에 비슷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해 6월까지 1년 기준 상관계수는 0.9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7월부터 이 관계가 무너집니다. 한 달 기준 상관계수가 -0.6까지 떨어졌습니다. 엔화는 그대로인데 원화만 홀로 강세를 보였다는 뜻입니다. 즉, 하락의 원인을 엔화 쪽에서 찾는 설명은 데이터와 맞지 않습니다. 원화 강세가 시작된 시점은 SK하이닉스 ADR 발행 시기와 거의 일치합니다. 다만,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는데, ADR 청약 자체는 해외 투자자가 달러로 결제하는 거래라 그 자체가 원화 수요를 만드는 건 아닙니다. 실제 원화 수요는 발행 주체인 SK하이닉스 쪽에서 발생합니다. ADR로 조달한 265억 달러(약 38.8조원) 중 일부를 국내 설비투자, 인건비 등에 쓰기 위해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원화 매수가 일어난 것이고, 여기에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외국인 자금 유입까지 겹치면서 원화만 빠르게 강세를 보였습니다. 한화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8월 원엔 하락의 76.8%가 원화 강세 효과로 설명됩니다. 정리하면, 이번 하락은 '원화 초강세'가 만든 현상이었습니다. 다만, 최근 분위기는 다시 달라지고 있습니다. 엔화는 9월 초 기준 달러당 153엔대까지 올라서며 2월 이후 가장 강한 수준을 기록했는데, 배경에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일본 자본의 국내 송환 기대, 그리고 일본이 더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엔화를 지지하도록 요구하는 미국 측 압력이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은행이 9월 18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1.25%로 올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고, 내년 1월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되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게 엔캐리 트레이드입니다.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했던 포지션들이, 조달 비용이 커지면 청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청산 과정에서 엔화를 다시 사서 갚아야 하니, 이게 곧 엔화 매수 수요로 이어지고 엔화 강세 압력을 키우는 구조입니다. 결국 이번 사례가 보여주는 건, 환율을 한 나라만 보고 설명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한국 쪽에서는 SK하이닉스의 달러-원화 환전과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일본 쪽에서는 캐리 청산과 BOJ 긴축 기대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8월의 급락도, 최근의 반등도 어느 한쪽 통화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두 통화가 동시에 만들어내는 상대적 가격이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줍니다. 앞으로는 몇 가지 변수를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9월 18일 BOJ의 금리 결정이 실제로 어떻게 나올지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이고, 그 결정 이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가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규모가 얼마나 될지, 그리고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가 이번 환율 흐름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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