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2025.12.07.
오늘은 최저임금제와 특수한 산업 분야인 방송산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죠. 자꾸 지난 글을 우려 먹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는 것은 저의 성장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럼 복사 붙여넣기.
저는 최저임금제에 대해 현실적으로 양쪽 모두에게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결론은 최저임금 상향에 찬성하는 편입니다(그러니까 흑백논리처럼 네 편 내 편 이런 건 아니라는 것). 여기서 말하는 양쪽은 아마도 사업주와 근로자의 관계를 뜻합니다.
세상 모든 산업과 직업은 급여 체계가 다 제각각입니다. 예를 들어 노동자에게 근로여건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한 환경을 제공하거나 급여에 있어 어떤 기준이 없는 산업은 병폐가 명확합니다. (모든 사업주에 해당하는 것 아님) 사업주는 근로자의 최저임금 상향에 대해 아무런 의무가 없던 때를 돌이켜 보면 최저임금 보다 낮은 임금을 근로자에게 준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정말 문제가 없다고요? 에? 네? 문제가 있는 직업 가운데 방송에서 일을 하는 연출이라는 직업을 가진 피디를 예로 들어봅니다.
아마 최저임금제가 도입이 되지 않았다면 방송 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조연출의 경우 어쩌면 아직도 2024년에도 월급이 80만 원 일지도 모릅니다. 조연출 때 80만 원을 받으며 일을 했던 저로서는 그 병폐를 명확히 압니다. 극 소수의 인원이 부를 잡으면 일어나는 일들 말입니다. 그러니까 1년 동안 열심히 일해도 500만 원 저축하기도 어렵습니다(2009년 기준). 하지만 사업주는 인건비를 낮춘 덕분에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겠지요. 사업주가 부를 쌓아서 결국 회사의 직원들에게 물가 상승률에 준하는 인건비를 돌려줄까요? 매년은 아니더라도 말이지요. 제가 경험한 다수의 프로덕션들이 그런 사업주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가장 큰 문제는 방송사와 방송통신위원회라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업주도 제작비가 물가 상승률에 준하여 오르는 게 아닌 동결 수준이거나 삭감인 상황에서 마냥 올려줄 수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법이 없던 때는 자율적으로 올려주었을까요?
겨우 물가 상승률 말입니다.
모든 산업 군의 직업이 이와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제의 도입 이후로 법적으로 의무가 되어서야 사업주가 바뀌었습니다. 결국 인간의 욕심은 외부의 강제성이 없다면 절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내가 만든 시스템의 최고 이윤은 내가 가져가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절한 수준의 이윤은 반드시 함께 일을 해서 성공을 만든 근로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업이 결국 성공하려면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그러한 과정에서 최저임금을 줄 수 없는 회사들은 망하거나 도태됩니다. 그런데 그게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회사들의 결말이라는 생각입니다. 최저임금제가 처음 시행되었을 때에도 그러한 일들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작은 프로덕션이 사라지거나 혹은 하나의 대형 프로덕션이 태어나거나 변화를 겪으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았지요. 물론 방송업계의 경우 좀 특이한 산업 군이지만 결국 살아남은 회사들은 여전히 또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그 후 새롭게 태어난 눈에 보이지 않는 부작용에 대해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은 채 말이죠.
여러분 혹시 '건기식'이라는 단어 들어 보셨나요? 건기식이라는 단어는 건강기능식품을 의미합니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아이고 허리 아파 무릎 아파 이러는 방송들 많이 보이시죠? 고령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관심도가 높은 건강에 대한 제품들이 광고를 많이 하는 시장에서 결국 광고 협찬을 받거나 PPL을 받아야만 방송 제작이 가능한 상황이 돼버린 겁니다. 왜냐하면 방송국들은 제작비를 올려서 프로덕션에 줄 생각이 없고 프로덕션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으니 돈이 흐르는 시장을 먼저 선점하는 프로덕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방송국들은 심지어 협찬을 따오지 못하면 방송을 제작하는 것을 맡기지 않는 지경에 이르죠. 그러고 보면 방송국은 정말 하는 것 없이 돈만 밝히는 집단이란 생각밖에 딱히 드는 건 없습니다.
그럼 부작용에 대해서 말해보죠. 결국 시청자 여러분은 선택권을 잃어버렸습니다. 사실 내가 이것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계신 분들이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거대 자본의 힘으로 미디어 시장이 움직이자 넷플릭스, 종편채널, OTT들을 보면 마치 내가 다양하게 선택해서 볼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돈을 주고 이러한 미디어들을 보기 시작했나요? 게다가 지상파 및 종편 방송을 틀면 어김없이 건기식 프로그램들이 우수수 나옵니다. 방송국들이 돈이 되는 프로그램들만 틀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볼 권리가 사라진 것이지요. 사실 저는 이것을 부작용 수준이 아니라 최대의 피해라고 보는 편입니다. 정말 바보 박스가 되어버린 거죠.
혹자는 최저임금제 시행을 통해서 생겨난 부작용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영향은 있을 수 있어도 최저임금제 시행 이전부터 오랫동안 존재해온 '현실적인 물가 상승률을 적용한 제작비의 상향'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어쩐지 비슷하지 않나요? '현실적인 물가 상승률을 적용한 최저임금의 상향'이라는 말과(제가 문제로 삼는 것은 절대 '최저'라는 임금에 대해 문제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인간의 임금 문제에 대한 최저임금제는 정착이 되었으나 방송산업에서의 제작비 문제는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바보박스가 전달하는 가장 최대의 피해는 그 영향에 있습니다. 오락, 교양, 시사, 정보, 기타 등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들을 볼 수 없다면 결국 말초적이거나 자극적인 미디어들을 점점 더 찾게 되고 좁은 시야를 갖게 만듭니다. 전체적인 시청자의 눈높이를 모두 하향평준화 시켜버립니다.
왜? 그렇게 되어버렸냐고요? 답은 결국 '돈'입니다. 그리고 방송사에 좋은 프로그램을 납품하던 외주제작사들이 물가 상승률도 반영하지 못하는 오래된 제작비의 문제로 더 이상 기존의 방식으로 제작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즐겨보시던 다큐, 교양 프로그램들은 거의 사라져 갑니다. 그리고 그러한 프로그램들은 외주제작사들이 만들어왔던 겁니다. 방송국이 만든 것이 아니라.
저 같은 다큐, 교양 피디들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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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제작 편성 비율
전체 편성시간 가운데 방송국 외부의 독립제작사가 만든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시간의 비율로, 방송위원회가 해마다 고시한다. 외주제작 편성 비율은 1999년 3%에서 시작해 매년 높아졌다. 2002년 5월부터 적용된 외주제작 방송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을 보면, 자회사의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납품받는 지상파방송 사업자는 매월 전체 방송시간의 33% 이상, 자회사의 외주제작이 없는 지상파방송 사업자는 28% 이상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 단, EBS는 매월 전체 방송시간의 20% 이상, SBS를 제외한 지역 민영 지상파 방송사업자는 매월 전체 방송시간의 4% 이상이다.
2012년 현행 방송법 시행령(제58조 1항, 2항)에 따르면 지상파 PP(프로그램 공급자)는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매 분기 전체 방송시간의 4% 이상 편성하고, 전체 외주제작 방송 프로그램의 21% 이내에서 특수관계자가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하도록 되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지상파 방송프로그램 의무편성비율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 엔진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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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위와 같은 법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너무 개인적이고 좁은 범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저는 최저임금제를 찬성합니다. 지난 수많은 시간 동안 스스로 자정능력을 가지고 방송국이 바뀔 수 있었다면 바뀌었겠지요. 하지만 그런 방송사는 없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자본주의가 세상을 점령하는 한 법의 힘 없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 마. 도.
현재는 조연출들의 첫 월급이 240만원 이상이지요. 저는 후배들을 보며 그나마 바뀐 세상에 대해 다행이란 생각을 하지만 후배들은 이 금액도 작다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세상이 달라진 것을 모르는 아이들을 보며 한편으론 오히려 모르고 불평하는 아이들이 그래도 이 업계에서 꿈을 찾고자 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만. 이제는 그런 아이들도 없어지는 현실입니다.
극단적인 인력구성으로 돌아가는 그런 산업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주 나이가 많은 피디들이 남았거나 아니면 꿈을 찾아 오는 아주 어린 아이들만 남은 중간 연차의 피디들이 없어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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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김진기
2025.12.08.
방송일을 하는 분이셨군요. 이런 경험담은 접하기 어려운데 업계 현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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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2025.12.08.
아닙니다. 사실 너무 열악한 방송 제작 현실인데 많은 분들이 모르는 분들이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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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2025.12.08.
조연출 급여가 240이라니 놀랍네요. 되게 많이 받는줄 알았어요. 방송 일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너무 조금 주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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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2025.12.08.
그렇죠? 아마 노동 강도를 생각하면 저 돈은 절대 많은 금액이 아닙니다. 물론 최근 세대들의 성향에 맞추어 변한 것도 있겠지만 ^^ 저는 열정 페이 이런 단어 싫어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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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2025.12.08.
오~pd셨구나..이런 분은 처음 봐서 신기합니다. 이코엔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시는거 같아요. 어떤 프로 만드셨는지 여쭤봐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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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2025.12.08.
ebs 인간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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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2025.12.08.
많지만 좋아하는 건 이런 다큐네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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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2025.12.08.
우왓~~ 방송pd는 사람들 로망입니다. 넘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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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2025.12.08.
아...그건 좀 현실을 경험하시면 로망이 아니구나를 느끼실 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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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2025.12.08.
고생은 하시지만 pd라는 직업이 정말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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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2025.12.08.
누구나 피디가 될 수 있어요. 다만 선택하지 않을 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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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철
2025.12.08.
다큐 피디는 일생에 처음 봅니다. 영광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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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2025.12.10.
아닙니다. 저도 영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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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소진
2025.12.09.
pd님이세요? 너무 궁금한거 많아요. 작품도 많이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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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2025.12.10.
아…다 부끄러운 영상들이라…좋은 하루 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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