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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2026.08.08.
우리나라에 근로장려금만큼 유능한 재분배 장치는 흔하지 않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도 재분배 기능을 갖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험이라서 문제가 생길 때에만 의미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상당히 규모 있는 재분배 장치지만, 잘못된 설계 탓에 사람을 빈곤 속에 가두고 있다. 청년미래적금 등은 정규직에 취업한 상태를 전제하고 있어서 사실상 중산층을 위한 재분배나 다름 없다. 반면 근로장려금은 특유의 차등적인 구조 덕에 일하는 사람에게 소득을 지원해 주는 동시에 근로 의욕을 꺾지 않는다. 소득과 재산 규모 외 다른 조건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저소득 노동자가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동시에 역기능이 적은 재분배 장치는 근로장려금이 거의 전부일지 모른다. 실제로 독일노동경제연구소(IZA)는 노동자 빈곤에 대응하는 일에 근로장려금이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IZA World of Labor 2021: 153v2). 다만 현행 근로장려금은 조건이 너무 까다롭고 지급액도 매우 적다. 단독 가구의 경우 연 소득 2,200만 원 미만이어야 장려금을 받을 수 있고, 맞벌이 가구의 경우 4,400만 원 미만이어야 한다. 단독 가구의 경우, 최대 금액을 받으려면 연 소득 400만 원에서 900만 원 사이 구간에 있어야 한다. 그 최대 금액도 단독 가구에게 최대 165만 원, 맞벌이 가구에게 최대 330만 원 수준으로, 생활에 보탬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만약 가구가 아닌 개인 단위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고, 최대 금액도 연 500만 원, 월 42만 원 수준으로 높이면 어떨까. 현행 근로장려금 상승 구간에서는 단독 가구의 소득이 1만 원 오를 때마다 장려금이 4,100원 정도 늘어나게 되어 있다. 이 비율을 1만 원 당 3,000원으로 낮추고 최대 지급액을 500만 원으로 늘리면, 빈곤선(중위소득 50%)을 조금 넘는 수준인 연 소득 약 1,670만 원을 버는 사람부터 최대 지급액을 받게 된다. 이 최대 지급액을 받는 평탄 구간을 2026년 1인 가구 중위소득의 90%에 근접한 수준인 연 2,800만 원까지 유지하고, 그 이후부터 소득이 만 원 늘어날 때마다 장려금이 약 1,500원씩 줄어들게 한다. 그러면 연 소득 6,000만 원인 청년까지는 근로장려금 혜택을 받게 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근로장려금으로 연 천만 원을 받을 수도 있다. 구체적인 예산은 소득 자료로 계산해 봐야 하지만, 전국민에게 월 수십만 원 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에 비하면 확실히 적은 예산이 들 것이다. 동시에 수많은 청년 중소기업 노동자 또는 불안정 노동자에게 일한 대가를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소득을 직접 벌충해 준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고용 보조금 역할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근로장려금은 진보와 보수 양쪽으로부터 사랑받은 제도다. 노무현 대통령이 법적 기반을 마련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시행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금액을 크게 늘린 다음, 문재인 대통령이 연령 제한을 낮춰서 청년도 포함시켰다. 앞으로 자잘한 현금 복지를 통폐합하며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과 지급액을 꾸준히 늘린다면, 근로장려금은 노동빈곤을 근절하고 노동자 간 격차를 완화하는 재분배 장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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