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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5.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 달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ft.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책)
1.서론, 균열은 언제나 조용히, 그리고 동시에 시작된다
2026년 3월, 세계는 동시에 세 개의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란 드론이 유조선을 겨냥하고 있다.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그 좁은 수로에서, 이란은 중국 유조선에만 통행을 허용했고 정부 관리는 위안화로 결제하는 선박은 통과를 허용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의사당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둘러싼 클래러티법안 협상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월가에서는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들이 조용한 메모를 발표했다. "이 전쟁은 페트로달러 침식의 촉매가 될 수 있으며, 페트로위안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피터 터친은 묻는다.
"왜 국가로 조직된 모든 사회는 결국 고조된 사회적 격동과 정치적 폭력,
그리고 때로는 붕괴의 시기로 접어드는가?"
이것은 역사책 속 질문이 아니다. 1971년 닉슨의 금 태환 폐지, 2020년 서민층의 분노가 만들어낸 트럼프 재집권, 그리고 2026년 디지털 달러 법제화와 호르무즈 위기의 동시 발생. 터친의 역사동역학은 이 흐름을 우연이라 읽지 않는다. 하나의 구조가 한계에 부딪히고 스스로를 재설계하는 패턴, 그리고 그 재설계의 비용이 언제나 가장 약한 곳으로 흘러가는 반복이다. 우리는 지금 그 패턴의 한가운데 살고 있다.
2.첫째, 엘리트 과잉생산과 화폐 재설계 — 권력은 어떻게 스스로를 연장하는가
터친이 제시하는 개념 중 가장 날카로운 것은 '엘리트 과잉생산'이다. 너무 많은 엘리트 지망자들이 정해진 수의 지위를 놓고 경쟁하는 상태. 그 과잉이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한 취업난이 아니다. 엘리트 내부의 충돌이고, 시민적 응집성의 붕괴다. 그런데 터친의 프레임을 화폐 시스템에 적용하면 더 섬뜩한 그림이 나온다. 지배 엘리트가 시스템의 한계에 부딪힐 때, 그들은 시스템을 해체하지 않는다. 시스템의 껍질을 교체한다. 그리고 그 교체의 언어는 언제나 '혁신'과 '보호'의 이름으로 포장된다.
2025년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서명했다. 미국 최초의 연방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으로, 상원에서 68대 30, 하원에서 308대 122의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
공식 목적은 소비자 보호와 디지털 혁신이다. 그런데 백악관의 팩트시트를 읽으면 다른 언어가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준비금으로 미국 국채를 보유하도록 요구함으로써,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공고히 하고 미국 부채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번역하면 이렇다. 스테이블코인이 성장할수록 발행사는 더 많은 미국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 부채 한계에 몰린 미국이 새로운 국채 매입자를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만들어내는 구조다.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이미 2024년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합산 거래량을 넘어섰다.
이 규모의 자금을 국채와 묶어두는 것은 미국 부채 시스템에 새로운 산소를 주입하는 것과 같다.
클래러티법안은 그 다음 단계다. 현재 상원 은행위원회와 농업위원회에서 동시에 심의 중이며, 재무장관 베선트는 2026년 봄 통과를 목표로 제시했다. 지니어스법이 스테이블코인의 틀을 만들었다면, 클래러티법안은 그 위에 전체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법적 구조를 세운다. 전통 은행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리워드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수백조 달러의 예금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터친의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전통 금융 엘리트와 디지털 금융 엘리트 사이의 권력 교체 전쟁. 그 전쟁의 전장이 바로 두 법안이다. 누가 이기든, 달러는 새 옷을 입고 연장된다. 대중의 궁핍화는 그 재설계 과정에서 한 번도 의제의 중심이 된 적이 없다.
1971년 닉슨이 금을 버리고 달러를 살렸듯이, 2026년의 워싱턴은 물리적 달러 패권의 일부를 내려놓고 디지털 달러 패권을 설계하고 있다.
약속의 기준을 바꾸는 방식은 달라졌지만, 구조는 동일하다. 그리고 그 구조를 설계하는 자들은 언제나 그 구조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3.둘째, 노자와 마키아벨리 사이 — 제국은 굽히면서 생존한다
이 구조를 동서양의 사유로 교차하면 흥미로운 긴장이 드러난다. 노자는 말했다. 곡즉전(曲則全), 굽히면 온전해진다. 유연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물은 어떤 그릇에도 담기고, 어떤 장애물도 돌아서 흐르며, 결국 바다에 이른다. 노자의 눈으로 보면 달러 패권의 역사는 탁월한 유연성의 역사다.
금본위제가 무너지자 석유로 닻을 옮겼고, 석유 패권이 흔들리자 디지털 코드로 형태를 바꾼다. 굽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사실은 형태를 바꾸며 생존하는 것.
그런데 노자가 말한 굽힘은 덕(德)을 잃지 않는 굽힘이었다. 민심을 품고, 아래를 향하며, 억지로 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유연함이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달러의 재설계는 그 굽힘인가, 아니면 형태만 바꾼 지배의 연속인가.
마키아벨리는 다른 답을 가지고 있었다. 군주론에서 그는 말했다. 사자의 힘과 여우의 지혜를 모두 가져야 한다고. 힘만으로는 함정을 피할 수 없고, 지혜만으로는 늑대를 물리칠 수 없다. 지니어스법과 클래러티법안은 마키아벨리적 의미에서 여우의 전략이다. 힘이 약해진 자리를 제도와 법의 언어로 채우는 것. 강제하지 않고, 구조를 만들어 자발적으로 그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 이란의 호르무즈 위안화 정책은 군사적 지리를 통화 전략과 융합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란에는 세 가지 유인이 있다. 달러 제재 회피, 중국과의 전략적 호혜, 그리고 페트로달러 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맹자였다면 이 장면을 어떻게 읽었을까. 민심을 잃은 통치자는 하늘의 명을 잃는다고 했다. 페트로달러 체제가 1974년 사우디와의 밀약으로 시작된 것이라면, 지금 걸프 지역에서 흔들리는 미국의 안보 우산은 그 밀약의 정당성이 소멸해가는 신호다. 도이치뱅크는 이 전쟁이 걸프 지역을 아시아 무역 관계에 더 가깝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달러 표시 석유 거래의 비중을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자가 본 것은 유연성의 지혜였고, 마키아벨리가 본 것은 권력의 기술이었다. 터친이 본 것은 그 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반복되는 구조였다. 그리고 맹자가 경고한 것은, 그 구조가 아무리 정교하게 재설계되어도 민심을 담지 못하면 결국 같은 결말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4.셋째, 알고리즘과 위안화 — 판단이 흔들리는 두 가지 방식
터친의 역사동역학은 복잡성 과학의 방법론을 역사에 적용한다. 수학 모델로 사회의 '구동 부품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추적한다. 그런데 오늘날 그 구동 부품들 사이에 두 개의 새로운 행위자가 등장했다. 알고리즘과, 그리고 위안화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판단을 흔드는 방식은 이미 익숙하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우리를 각자의 분노 버블 안에 배치하고, 금융 알고리즘은 공포와 탐욕의 신호를 실시간으로 보낸다. 스테이블코인이 법제화되면, 달러 표시 디지털 자산은 스마트폰 위에서 전 세계 어디서나 흐를 것이다. 은행 계좌 없이도. 국경 없이도. 그리고 그 흐름을 설계하는 알고리즘은 중립적이지 않다. 누가 그 알고리즘을 소유하는가의 문제가 곧 누가 디지털 달러 생태계를 지배하는가의 문제다.
세마포의 분석은 이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란은 호르무즈를 통해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으로 최소 1,17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으며, 그 모든 거래는 달러 시스템 밖에서 이루어졌다. 중국의 위안화 결제 시스템인 CIPS를 통한 이 인프라는 전시에도 작동했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위안화는 현재 전 세계 외환 보유고의 약 2%에 불과하다. 달러의 57%, 유로의 약 20%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다. 2018년 이후 중국은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을 거래하기 시작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 주도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프로젝트 mBridge에 참여했으며, 이제 호르무즈라는 물리적 병목이 위안화 결제 인프라의 실전 테스트베드가 되었다.
달러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와 위안화의 호르무즈 전략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 두 개의 화폐 질서가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충돌의 한가운데서 우리의 집단적 판단은 어디에 있는가.
터친이 경고하는 공적 신뢰의 감소는 단순히 정치 불신이 아니다. 우리가 쓰는 화폐, 우리가 의존하는 제도, 우리가 믿어온 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붕괴다. 스테이블코인이 달러를 대신하고, 위안화가 호르무즈를 통과하고, 알고리즘이 환율을 설계하는 세계에서 우리의 판단은 점점 더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된다. 정보는 많아졌지만 이해는 얕아지고, 속도는 빨라졌지만 숙려는 사라진다. 역사의 패턴을 인식할 수 있는 거리 자체가 좁아지고 있다.
5.결론, 제국은 끝나는가, 아니면 탈피하는가
1971년의 닉슨은 금을 버리고 달러를 살렸다. 그리고 그 비용은 1970년대 이후 실질 임금 정체와 대중의 궁핍화로 서서히 전가되었다. 2020년의 트럼프 재집권은 그 누적된 비용이 만들어낸 정치적 폭발이었다. 2026년의 지니어스법과 클래러티법안, 그리고 호르무즈의 위안화는 그 폭발 이후에도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는 신호다.
터친은 말한다. 역사과학 덕분에 우리는 지금 내리는 집단적 선택이 어떻게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지 예상할 수 있다고. 패턴을 안다는 것은 그 패턴을 바꿀 수 있다는 전제를 포함한다. 하지만 그 변경은 언제나 시스템을 인식하는 사람들의 집단적 선택에서 시작된다.
달러가 세 번째 옷을 갈아입고, 위안화가 호르무즈의 문지기가 되어가는 이 순간,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지금 더 나은 화폐 질서를 향해 집단적으로 선택하고 있는가 — 아니면 이름만 바뀐 같은 구조 안에서, 누군가가 설계한 다음 패턴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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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부동산마이크로데이터
2026.05.05.
보수적으로 현 체재의 유지가 우리에겐 더 유리하죠. 중국이 이란과 호르무즈를 통해서 페트로 위안화시도를 해보고 싶겠지만 큰 전쟁의 불씨만 될테고.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이 지경을 만든 미국이 이란과 호혜로운 관계가 되며 페트로달러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겠죠. 통행료 징수를 나누며. ㅋㅋ 트럼프는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라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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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JOJO
2026.05.05.
트럼프라면 그러고도 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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