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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yun_noir
2026.07.14.
단편. 천하에서 가장 비싼 패배 산이 갈라졌다. 쾅. 절벽이 무너지고 거대한 바위가 계곡 아래로 떨어졌다. 그 앞에는 백 명이 넘는 무림인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검황. 도황. 패왕창. 십대고수. 이름만으로도 강호가 흔들리는 존재들. 그들이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무 살 남짓. 검도 없고 창도 없다. 허리에는 계산용 주판 하나만 달려 있었다. “…정말 안 싸우실 겁니까?” 검황이 이를 악물었다. 청년은 주판을 튕겼다. 딸깍. “싸우면 얼마죠?” “…?” “여러분 백세력이 오늘 저를 죽이는데 들어간 비용.” 청년은 바닥에 숫자를 적었다. 식량. 인건비. 말 사료. 치료비. 무기 유지비. 그리고 죽을 사람들의 보상금. 잠시 계산하던 청년이 고개를 들었다. “칠천삼백육십이만 냥.” 강호가 조용해졌다. “제가 죽으면 그 돈 회수됩니까?” “…” “안 되죠.” 또 딸깍. “그럼 적자입니다.” 패왕창이 소리쳤다. “미친 놈! 무림을 돈으로 계산하느냐!” 청년이 웃었다. “그럼 뭘로 계산합니까?” “…” “죽음?” “명예?” “복수?” 그는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런 건 장부에 안 적힙니다.” 순간. 백 명의 고수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청년이 말을 이었다. “강호가 망하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 “수지가 안 맞아서.” 그 말에 검황이 검을 뽑았다. 쾅. 천지가 갈라지는 검압. 산 정상 하나가 통째로 날아갔다. 보통 사람이라면 존재만으로도 죽었을 기세. 그런데 청년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검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아.” “왜?” “그 검.” “…?” “백오십 년 전에 우리 상단에 외상값 안 갚고 가져간 검인데.” 검황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헛소리냐.” 청년은 품에서 누렇게 바랜 장부 하나를 꺼냈다. 첫 장. 이백 년 전. ‘청룡검문 외상.’ 다음 장. ’검 한 자루. 미수금. 이자 연 오 푼.’ 그리고 마지막 장. ’현재 미회수 금액. 삼천팔백구십칠만 냥.’ 검황의 손이 떨렸다. “…그 장부.” “진짜입니다.” 청년이 장부를 덮었다. “증인도 있습니다.” “누구냐?” “당신 조상.” “…죽었잖아.” “맞습니다.” 청년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지만.” 멀리서 종소리가 울렸다. 쿵. 쿵. 쿵. 강호 전체가 흔들렸다. 산 아래에서 검은 깃발 수천 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십만 명. 아니. 그보다 많았다. 모든 깃발에는 같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天下債主. 천하채주. 강호의 모든 빚을 회수하는 조직. 검황이 처음으로 얼굴이 창백해졌다. “설마…” 청년이 미소 지었다. “무림인은 칼을 무서워합니다.” “……” “하지만.” 주판이 다시 울렸다. 딸깍. “빚은.” 딸깍. “칼보다.” 딸깍. “오래갑니다.” 그 순간. 백 명의 절대고수들이 동시에 뒤를 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청년은 쫓지 않았다. 장부를 한 장 넘길 뿐이었다. “…이자도 계산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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