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제완
3시간 전
사진의 가운데 흐르는 강이 양양 남대천이다.
남대천(南大川)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본래 '남쪽으로 흐르는 큰 강'을 뜻한다. 영동 지방에는 양양과 강릉, 두 곳에 남대천이 있다. 그런데 지리적 사실을 따져보면 이 강들은 서쪽 태백산맥에서 발원하여 동해바다로 흐르니 엄밀히 말하자면 '동대천'이라 부르는 것이 이치에 맞을지도 모른다.
이는 한강과 비교해 보아도 흥미롭다. 한강은 반대로 동쪽에서 발원하여 서해바다로 흐르니 '서대천'이 맞을 텐데, 옛사람들은 크고 넓다는 뜻을 담아 한강이라 이름 지었다.
이러한 강의 이름보다 더 흥미로운 공통점은 도시의 발전 방향이다. 서울, 강릉, 양양 모두 초기 도시는 강의 북쪽(강북)에서 먼저 개발되어 점차 강의 남쪽(강남)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여기에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았던 선조들의 지혜로운 지리적 안목이 숨어 있다. 매서운 북풍을 막아줄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강을 바라보며 따뜻한 햇빛을 듬뿍 받을 수 있는 '남향집'을 짓기 위해서는 자연스레 강의 북쪽이 최적의 입지였기 때문이다. 만약 초창기에 강의 남쪽에 터를 잡고 강을 바라보려 했다면, 볕이 들지 않고 추운 북향집을 지어야만 했을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이치에 따라 강북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도시는 근대화와 함께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말을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처럼, 사람들은 더 나은 삶과 출세를 위해 산업화 이후 끊임없이 서울로 모여들었다.
팽창하는 인구를 감당하지 못한 서울은 점차 미어터졌고, 강북의 수용 능력이 한계를 초과(Over-capacity)하자 1970년대 본격적인 강남 개발이 시작되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서울은 경기도로 계속 확장되었고, 마침내 오늘날의 거대한 '수도권'이 탄생했다.
그 결과, 현재 수도권은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약 11.8%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무려 2,600만 명의 인구가 몰려 살아 전체 인구의 50%를 훌쩍 넘어서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었다. 이러한 심각한 인구 밀집은 부동산, 교통, 환경 등 막대한 사회적 고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반대로 지방은 인구 소멸이라는 벼랑 끝에 내몰려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양양군의 현재 인구수는 27,350)
시장의 논리에만 맡겨둔 결과가 이토록 극심한 양극화라면, 이제는 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처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이 심각한 불균형의 추를 바로잡아야만 한다. 그래야 인구밀집으로 인한 기업의 고비용.저효율의 고질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뿐더러 국토의 균형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또한 제고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정부가 국가 미래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과 AI 데이터센터(AIDC)를 남부, 서부 또는 동부 지방에 건설 및 분산하려는 움직임(나는 이것을 산업인프라의 남진/서진/동진정책이라고 부르고 싶다)은 진심으로 박수받을 일이다.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이 중요한 것은 두말해야 잔소리지만 최소한 미래의 먹거리/인프라 사업에 대해서만이라도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우상호 도지사가 취임 이후 사활을 걸고 강릉(SK), 동해(GS), 춘천(네이버) 등지에 GW급 AIDC를 유치 및 건설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소멸해 가는 지방을 살리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처방전이다.
이제는 양양도 그 한 축을 담당해야 하지 않을까? 양양에도 AIDC가 성공적으로 들어서서, 맑은 자연과 최첨단 데이터 산업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이스트 밸리(East Valley)'로 도약하는 희망한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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