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별
2026.05.30.
메모리 반도체, 어디까지 갈까? (하이닉스가 삼성전자 추월 이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전사 영업이익을 처음 넘어선 건 이미 지난 이야기입니다. 2025년 연간 실적 기준의 사건이고, 시장은 그 뉴스를 이미 충분히 소화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누가 이겼나"가 아니라 "이 흐름이 어디까지, 언제까지 가는가"입니다. 이 글은 그 다음 장면, 즉 앞으로의 AI 메모리 수요를 짚어봅니다.
1. 무슨 일이 있었나 (배경)
먼저 출발점만 짧게 정리합시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영업이익 47조 2,063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43조 5,300억 원)을 사상 처음 넘어섬습니다. 4분기 영업이익률은 58%로, 파운드리 황제 TSMC마저 웃돌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결과입니다. 중요한 건 이 결과를 만든 구조가 일회성 호황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이어질 구조적 변화인지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후자에 가깝습니다.
2. 수요의 본질 : '학습'에서 '추론'으로
AI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인 이유는 AI 산업의 단계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빅테크가 거대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키는 단계였습니다. 이때 수요의 중심은 엔비디아 GPU에 직결되는 HBM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학습된 AI를 전 세계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쓰는 '추론(Inference)' 단계, 이른바 에이전틱 AI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추론은 곳곳의 데이터센터와 기기에서 분산 처리됩니다. 그러면 HBM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고용량 서버 D램, 그리고 저장을 담당할 기업용 SSD(eSSD)까지 수요가 동시에 폭발합니다. 즉 수요를 끌던 품목이 'HBM 하나'에서 'HBM + 서버 D램 + 난드'로 넓어진 것입니다. 이것이 이번 사이클이 과거의 단순 반등과 다른 결정적 차이입니다.
3. 수요 폭발의 증거 : 가격과 품귀
이 변화는 가격으로 드러납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 대비 40% 이상 급등했고, 소비자용 시장은 더 극적입니다. 17만 원대였던 DDR5 32GB 모듈이 불과 몇 달 만에 70만 원을 넘기면서, 업계는 이 사태를 '램마겐돈(RAMmageddon)'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더 상징적인 건 동시다발적 품귀입니다. 대만의 한 메모리 기업 회장은 D램·난드·HBM·HDD 4대 메모리 제품이 동시에 부족한 것은 30년 업력에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AI 인프라 투자가 메모리 전 영역의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4. 공급은 못 따라온다 : 2027년까지의 구조적 부족
수요만큼 중요한 게 공급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 사이클의 핵심이 있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메모리 3사는 수익성이 높은 HBM과 첨단 공정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범용 D램 공급 확대에는 한계가 생깁니다. 연간 D램 용량 증가율은 10~15% 수준인데, 이는 폭증하는 AI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SK하이닉스는 HBM·D램·난드의 2026년 물량이 이미 완판(sold out) 상태입니다.
신규 생산라인이 완공되는 시점은 2027년 이후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적어도 2026년까지는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부분적 완화조차 2027년 하반기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고 공급은 시간차로 묶여 있으니, 가격 강세가 쉽게 꺾이기 어려운 구도입니다.
5. 다음 파도 : HBM4와 Rubin
미래 수요의 다음 축은 HBM4입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 'Rubin(베라 루빈)'에 탑재될 메모리로, 이미 출하가 시작됐습니다. SK하이닉스는 CES 2026에서 16단 48GB HBM4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고, UBS는 HBM4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가 약 70%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의 HBM3E 리더십이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삼성전자도 평택에서 HBM4 양산에 들어가며 Rubin 공급사로 선정됐습니다. 즉 HBM4는 두 회사 모두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다음 라운드의 승부처입니다.
6. 전망치로 본 스케일
전망치는 이 흐름의 규모를 보여줍니다. 노무라증권은 2026년 영업이익으로 삼성전자 약 133조 원, SK하이닉스 약 99조 원을 예상하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최소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양사 합산 영업이익이 200조 원대에 이를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SK하이닉스의 2026년 1분기 영업이익률이 71%까지 치솟은 것은 이런 기대가 막연한 낙관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7. 그러나 : 짚어야 할 리스크
다만 방향이 위라고 해서 일직선은 아닙니다. 신중론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첫째, 가격 조정 가능성입니다. 일부 시장조사기관은 2026년 이후 경쟁 심화와 생산능력 확대로 HBM 가격이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둘째, 후발 업체들의 D램 증설과 반도체 규제 이슈는 중장기 시장 구조를 흔들 변수입니다.
셋째, 메모리 가격 급등의 부작용으로 PC·소비자용 D램 품귀가 전방 IT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고성능 HBM 분야의 기술 격차가 여전히 커서, 단기간에 시장 구도가 급변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마치며 : '역전'이 아니라 '재편'
핵심은 이렇습니다. 이번 사이클은 한 회사의 승리가 아니라, 메모리 산업 자체의 위상 변화입니다. AI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넓어지며 수요는 HBM을 넘어 전 영역으로 확산됐고, 공급은 2027년까지 구조적으로 묶여 있으며, HBM4라는 다음 파도가 이미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 의미 있는 질문은 "SK하이닉스가 삼성을 넘었나"가 아닙니다. "이 구조적 수요가 언제까지 이어지고, 어느 변곡점에서 공급이 따라잡으며, 그때 가격은 어떻게 되는가"입니다. 역전은 이미 지난 과거이고, 진짜 게임은 그 다음 국면에서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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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이태호
2026.05.30.
WOW!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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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
2026.05.30.
행복한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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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영
2026.05.30.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자주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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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
2026.05.30.
넵 편한 밤되세요^^
좋아요

윤지영
2026.05.30.
고점 논란이 많지만 올라야할 이유는 근거가 확실한데 하락해야 할 이유는 많이 올랐기 때문에가 전부 같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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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
2026.05.30.
편한 밤 되세요^^ 일시적인 조종은 강하게.왔다가.언제그랬냐는듯이 다시 가는 패턴들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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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기
2026.05.30.
결국 반도체 답이네요. 달리 어쩔 방법도 없고 새벽별님 글도 그방향을 말씀하시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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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
2026.05.31.
네 골드만삭스의 흥미로운 점이 하나보여서 분석하고 게재할 예정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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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기
2026.05.31.
좋은 자료 종종 부탁드립니다. 다른건 몰라도 공감 댓글은 꼭 달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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