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觀海
2026.06.22.
Goodbye Sir Keir Starmer
키어 스타머 총리가 사임했습니다.
2024년 총선에서 노동당은 하원 650석 중
411석을 확보했습니다.
14년 만의 정권교체였습니다.
그런데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막을 내렸습니다.
사임의 원인을 정책이나 경제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웨스트민스터에서 본 영국 정치는 의외로 사람의 문제였습니다.
유머와 옷차림, 그리고 적이 때로는 정책만큼 중요했습니다.
첫째, 유머가 부족했습니다.
영국인들은 정치인의 연설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목소리, 말투, 제스처는 물론 유머까지 평가합니다.
토니 블레어는 사람들을 설득했고,
데이비드 캐머런은 여유가 있었고,
보리스 존슨은 사람들을 웃겼습니다.
반면 스타머는 늘 논리적이었습니다.
좋은 검사였고 좋은 변호사였습니다.
하지만 영국 정치가 좋아하는 유형은 아니었습니다.
총리가 되기엔 충분했지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부족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Reform UK의 Nigel Farage입니다.
총리가 된 적도, 정부를 운영한 적도 없지만
수십 년간 영국 정치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정책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는 마치 펍에서 만난 아저씨처럼 농담을 던지고
사람들을 웃깁니다.
영국 정치에서 유머는 장식이 아니라 정치적 자산입니다.
둘째, 옷차림입니다.
영국 정치인들은 생각보다
옷을 통해 많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스타머는 늘 네이비 수트와 넥타이를 착용했습니다.
“The man in the navy suit.”
영국 언론이 붙인 별명입니다.
반면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Andy Burnham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형광 안전조끼를 입고, 축구 유니폼을 입습니다.
Jeremy Corbyn 역시 노타이와 낡은 재킷으로 유명했습니다.
스타머는 노동당 정치인이라기보다 런던의 법률가처럼 보였습니다.안정감은 있었지만 거리감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은 적입니다.
정치는 친구를 만드는 직업이 아니라 적을 관리하는 직업에 가깝습니다.
권력을 행사하면 반드시 실망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적은 늘어납니다.
결국 정치인의 성공은 적이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적이 늘어나는 속도를 늦추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2025년 Angela Rayner 부총리 사임 이후 노동당 내부 균열이 시작됐고,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문제에서는 어느 진영도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16세 미만 SNS 사용 금지 정책까지 발표했습니다.
BBC 인터뷰에서 한 학생은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SNS를 사용하지 못하면 뭘 할 거니?”
“Stare at a wall.”
“벽이나 쳐다봐야죠.”
짧은 대답이었지만 영국 사회의 논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지난주 G7 정상회의에서 보여준 모습과 오늘 사임 발표 장면을 보면 스타머 본인도 이렇게 빨리 막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영국인들의 반응도 비슷합니다.
놀랍다기보다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총리가 되는 데 필요한 자질과 총리로 살아남는 데 필요한 자질은 다릅니다.
키어 스타머는 분명 유능한 총리였습니다.
하지만 웨스트민스터는 능력만으로 움직이는 곳이 아닙니다.
유머와 상징,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 함께 움직이는 곳입니다.
어쩌면 스타머는 너무 신중했고,
너무 품위 있었고,
너무 법률가 같았습니다.
觀海
제 서재에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남겨두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천천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사행건樂 by 戒盈杯>
https://m.blog.naver.com/realguy81/224323818817
15
2
공유하기
모든 댓글

고대현
2026.06.22.
유머와 옷은 의외네요.영국인들은 이미지정치를 좋아하나봅니다.
좋아요
답글달기

손현석
2026.06.22.
영국이 다시 대영제국을 회복할 수 없는 이유 같습니다.
좋아요
답글달기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