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0yun_noir
2026.06.14.
《숏스퀴즈 헌터》
리부트 4화. 괴리 사냥
괴리는.
사는 순간보다.
기다리는 순간부터 사람을 물어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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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임시 지갑》
잔액 :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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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협회 로비 구석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잔고는 0원.
청룡 길드 잔여 수익권 30좌.
거래 제한.
환매 지연.
회수 불확실.
결론은 하나였다.
돈이 묶였다.
정확히는.
내가 직접 묶었다.
옆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소리치고 있었다.
“환매 언제 돼요!”
“보호 구조라며!”
“내 돈 돌려줘!”
민간 제휴 부스는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
협회 직원들은 한발 물러나 있었고.
투자길드 직원들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누구도 책임지는 얼굴이 아니었다.
돈이 들어올 때는 모두가 전문가였다.
돈이 나갈 때는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그건 어느 세상이나 똑같았다.
배에서 소리가 났다.
꼬르륵.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진짜 현실적이네.”
몬스터가 있어도.
던전이 있어도.
상태창이 있어도.
배고픈 건 똑같았다.
그때.
옆 의자에 누군가 털썩 앉았다.
초보자 던전에서 나를 구해준 검객.
그 남자였다.
“안 가십니까?”
내가 물었다.
“집?”
“예.”
“없다.”
짧았다.
더 묻지 않았다.
남자는 무너진 투자 부스가 아니라.
그 앞에 남은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울고 있는 사람.
화를 내는 사람.
멍하니 서 있는 사람.
그는 늘 사람을 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사람만 보시네요.”
내 말에 남자가 피식 웃었다.
“사람이 먼저 무너지거든.”
이상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설득력이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
“이름이 뭡니까?”
남자가 나를 봤다.
“강하준.”
“차도윤입니다.”
“안 물어봤는데.”
“…아.”
나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강하준은 잠시 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래도 알겠다.”
그 순간 상태창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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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준》
생존 확률 : 측정 중
전투 기여도 : 측정 불가
비고 : 잔류 기록 일부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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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처음 보는 문구였다.
잔류 기록.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강하준은 내 표정을 보고 말했다.
“또 보냐?”
“아닙니다.”
“거짓말 못하네.”
“자주 듣습니다.”
“그럼 하지 마.”
그렇게 대화는 끊겼다.
⸻
삐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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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협회 전체에 경보음이 울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동시에 중앙 전광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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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의뢰 발생》
외곽 7구역 던전 이상 징후 발생
지원 인원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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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로비 분위기가 바뀌었다.
“또 7구역?”
“거긴 가지 마.”
“이번 달만 세 번째야.”
“앞에 들어간 지원조도 못 나왔잖아.”
나는 전광판을 바라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보상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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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보상 : 500,000원
생존자 확인 보너스 : 300,000원
장비 회수 보너스 : 별도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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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원.
잔고 0원인 사람에게는 꽤 큰 돈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상태창이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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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구역 던전》
공식 위험도 : D
지원조 정상 귀환 확률 : 41%
심화 구역 생존 확률 : 4%
괴리율 : 412%
원인 :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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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나는 눈을 깜빡였다.
위험도 D.
정상 귀환 확률 41%.
심화 구역 생존 확률 4%.
그리고 괴리율 412%.
서로 맞지 않았다.
D급 던전인데.
괴리율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높았다.
이상했다.
아주 많이.
강하준이 전광판을 보더니 말했다.
“보상금 보고 혹하지 마라.”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럼.”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상합니다.”
“뭐가.”
“위험도랑 생존 확률이 안 맞습니다.”
강하준은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게 보이냐?”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그게 사실이었다.
보인다.
그런데 모른다.
이 능력은 늘 그랬다.
답은 안 준다.
위화감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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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 명단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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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지원
* 김상훈
* 박지혁
후방 지원
* 윤태식
* 한서연
지원 대기
* 차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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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식.
한서연.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눈에 걸렸다.
특히 윤태식.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상태창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그러나 곧 사라졌다.
아직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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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 조건 미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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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나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강하준이 물었다.
“뭐가.”
“아닙니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
나는 다시 전광판을 바라봤다.
괴리율 412%.
원인 불명.
정상 귀환 확률 41%.
심화 구역 생존 확률 4%.
계속 마음에 걸렸다.
정상적인 판단이라면 안 가야 한다.
돈도 없다.
장비도 없다.
실력도 없다.
그런데.
괴리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걸 지나치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
나는 신청 창구로 걸어갔다.
직원이 고개를 들었다.
“지원이십니까?”
“예.”
“7구역이요?”
“예.”
직원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임시 F급 후보?”
“예.”
“전투 인원 불가입니다.”
“압니다.”
“후방 보조도 위험합니다.”
“그것도 압니다.”
직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면책 고지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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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구역 긴급 지원 고지》
위험 발생 시 즉시 철수.
생존자 확인 우선.
전투 금지.
사망 및 중상 위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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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친절했다.
죽을 수도 있다고 써놓고.
신청 버튼도 같이 있었다.
나는 이름을 적었다.
⸻
차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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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완료.
그 순간.
강하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창구로 오지는 않았다.
그는 잠시 전광판을 보더니.
그대로 뒤돌아 걸어갔다.
나는 의아하게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안 가십니까?”
강하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나중에 보자.”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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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구역 임시 지원조 편성 중》
후방 지원 : 차도윤
후방 지원 : 윤태식
후방 지원 : 한서연
기타 지원자 확인 중
출발까지 :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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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식.
한서연.
그리고 나.
잠시 후.
우리는 7구역으로 향하게 된다.
괴리가 기다리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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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리 관측 대상 갱신》
대상 : 7구역 던전
유형 : 위험도 오판형 의뢰
기록 조건 : 현장 진입 후 확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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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돈을 사냥하는 게 아니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쫓는 건.
괴리였다.
⸻
다음 화
5화. 생존 확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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