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유변호사
2025.12.12.
나의 뼈아픈 부동산 실패기, 그리고 투자의 본질
나는 30년 차 부동산 전문 변호사다. 법적으로는 누구보다 부동산을 잘 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와 '투자 고수'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었다.
협상 없는 승리는 없다 (시흥 공구 상가 투자 이야기)
1998년, 나는 시흥 정왕동의 공구상가 3층 306호를 경매로 낙찰받았다. 감정가 3억 원짜리 물건을 1억 5천만 원에 산, 나름 ‘대박 건’이었다.
그 판단의 근거는 단순했다. 당시 그 상가 내부에는 파워콤의 인터넷 통신설비가 있었고, 이전 비용만 6억 원 이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파워콤이 쉽게 나가겠는가? 협상만 잘하면 매각이든 재임대든 큰 이익이 나겠다.” 그게 내가 가진 계산의 전부였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건물은 2층 이상이 거의 전부 공실이었고, 저녁 6시만 되면 사람 그림자도 없었다. 이 정도면 파워콤이라도 붙잡아야 했지만, 나는 협상도 하지 않고 곧바로 명도소송부터 제기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두 달 후, 파워콤은 말 한마디 없이 나가버렸다. 사후에 담당자를 찾아가 이유를 물어보니, “소송부터 제기한 분과는 협상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때 나는 처음으로 ‘투자에도 외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후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세금과 관리비만 매달 40만 원씩 빠져나갔다. 임차인도 없고, 매수자도 없었다. 2년 동안 한숨만 쉬다가 결국 교환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강남교차로에 교환 광고를 냈고, 한 법인이 응했다.
문제는 그 법인이 교환하자고 제시한 물건이 인천 마전지구 내 50평 토지인데 시세 약 8천만 원짜리라는 점이었다. 내 상가 감정가는 3억 원이고, 내 취득가도 1억5천만원인데, 그 토지는 8천만 원. 손해가 명확했지만, 나는 어차피 관리비 폭탄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에 교환에 응했다.
그러고 도장을 찍고 나서야 법인 대표는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 상가는 감정가가 3억이니 대출 2억 5천은 나옵니다. 그 후 법인이 부도 나면 우리는 책임이 없습니다.” 더 놀라운 건, 그 법인의 대표는 ‘바지 대표’였다는 점이었다. 자신은 신용불량이 되어도 상관없는 사람을 등기해 놓고, 그 뒤에서 대출과 부도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이 실존한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
하지만 내 진짜 고통은 그 다음이었다.
그 토지는 비사업용 토지로 분류되어 매년 재산세 66만 원이 부과되었고, 수년간 아무도 사려 하지 않았다. 27년이 지나 2025년 현재도 팔리지 않고 있다. 그 사이 환지처분이 완료되며 50평이 70평으로 늘었지만, 증환지 부담금으로 인천시에 7천만 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했다.
그 거래로 나는 큰 손실을 봤다. 만약 그때 그 돈으로 미국 빅테크 아무거나 사 두었더라면? 지금쯤 최소 500억 원 이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투자에서는 ‘만약’을 말할 수 없다. 이 경험이 내게 남긴 교훈은 단순하다. 준비 없는 투자는 실패를 부르고, 안일한 사고는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나는 그 대가를 뼈저리게 치렀다. 그리고 그 실패가 지금의 나를 부자로 만들었다.
내가 여기서 얻은 교훈이다.
“너만 이익을 보냐, 나에게도 이익이 있어야 한다.”
“협상시 이성에 호소하기보다는 상대방이 얻을 이익에 호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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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민들레
2025.12.12.
흥미진진합니다. 자주오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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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상상
2025.12.12.
우왓 부동산 전문 변호사님은 처음 봅니다. 경험담 자주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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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술
2025.12.12.
타인의 실패담을 재밌게 읽었다는 표현이 적절치 않지만 흥미진진합니다. 다음에도 이야기 또 들려주세요. 좋은 공부가 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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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박씨
2025.12.12.
이런 경험담은 책으로도 못배우는데 정말 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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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2025.12.12.
완전 생생경험담, 너무 재밌어요! 맨날 오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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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호소인
2025.12.12.
변호사님이 말씀해주시니까 더 좋습니다. 팔로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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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석
2025.12.12.
이런게 살아있는 공부. 본인 이야기가 쉽지 않은데 오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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