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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yun_noir
2026.06.14.
《숏스퀴즈 헌터》 리부트 5화. 생존 확률 4% 7구역으로 향하는 이동 버스 안. 생각보다 조용했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정상 귀환 확률 41%. 심화 구역 생존 확률 4%. 그 숫자를 본 이상. 괜히 분위기를 띄울 기분도 아니었다.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폐허가 된 외곽 지역이 스쳐 지나갔다. 무너진 건물. 버려진 차량. 곳곳에 남은 몬스터 흔적. 이 세계는 이미 던전에 익숙해진 세상이었다. 그게 더 이상했다. ⸻ “처음이죠?” 옆자리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렸다. 짧은 머리의 여자. 한서연이었다. “예.” “티 나요.” “그 정도입니까?” “엄청요.” 한서연은 웃었다. “보통 초보 헌터는 두 종류예요.” “어떤?” “겁먹은 사람.” 잠시 뜸을 들였다. “아니면 자기가 주인공인 줄 아는 사람.” “저는요?” “둘 다 아닌데요.” 그녀는 창밖을 바라봤다. “그게 더 이상함.” 나는 피식 웃었다. ⸻ “조언 하나 해드릴까요?” 한서연이 물었다. “예.” “이상한 거 보이면 혼자 확인하지 말고 저부터 부르세요.” “왜요?” “전 두 번째거든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두 번째가 첫 번째보단 낫잖아요.” 그 말은 별것 아닌데 이상하게 현실적이었다. ⸻ 버스 앞쪽. 중년 남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윤태식. 후방 지원 인원 중 한 명. 낡은 장비. 낡은 가방. 특별할 것 없는 헌터. 나는 무심코 상태창을 바라봤다. ⸻ 《윤태식》 관측 불안정 ⸻ “…뭐지?” 처음 보는 문구였다. 다시 봤다. 여전히 같았다. ⸻ 《윤태식》 관측 불안정 ⸻ 설명은 없었다. 이유도 없었다. ⸻ 버스가 멈췄다. 7구역. 사람들이 하나둘 내렸다. 나도 따라 내렸다. ⸻ 《7구역》 ⸻ 입구는 평범했다. 너무 평범했다. 오히려 그게 이상할 정도로. 거대한 압박감도 없었다. 위험한 기운도 없었다. 그냥 D급 던전. 겉보기에는. ⸻ 지원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두에는 김상훈과 박지혁. 둘 다 말이 적었다. 대신 움직임이 깔끔했다. 초보는 아니었다. 검을 쥔 손. 주변을 살피는 눈. 익숙한 사람들의 움직임이었다. ⸻ “진입합니다.” 지원조장이 말했다. 사람들이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 어둠. 축축한 공기. 차가운 돌벽. 발소리. 그리고 침묵. ⸻ 20미터. 40미터. 60미터. ⸻ 아무것도 없었다. 고블린도. 슬라임도. 박쥐도. 아무것도. ⸻ 한서연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상하네요.” “뭐가요?” “너무 조용해요.”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듣고 보니 그랬다. D급 던전이라면. 뭔가 하나쯤은 있어야 정상이다. ⸻ 80미터. 100미터. ⸻ 그래도 아무것도 없었다. ⸻ 나는 다시 상태창을 확인했다. ⸻ 《7구역 던전》 괴리율 : 412% ⸻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설명도 없었다. 그냥. 높았다. 말도 안 되게. ⸻ 그 순간. 상태창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 《관측 진행 중》 ⸻ 처음 보는 문구였다. 하지만 금세 사라졌다. 아직은 뭔가 부족한 것처럼. ⸻ 나는 다시 걸었다. ⸻ 120미터. 140미터. ⸻ 공기가 조금 무거워졌다. 아주 조금.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 그때. 뒤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윤태식이었다. “이번 달도 학원비 문자 왔더라고.” 누군가 웃었다. “고등학생입니까?” “예.” 윤태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딸내미보다 학원비가 더 자주 연락합니다.” 몇몇 사람이 웃었다. 윤태식도 같이 웃었다. ⸻ “그래도 공부 잘하면 좋죠.” 누군가 말했다. “잘 안 해도 됩니다.” 윤태식은 웃으며 대답했다. “건강하기만 하면 되지.” ⸻ 정말 흔한 이야기였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평범한 아버지의 푸념. ⸻ 그 순간. 상태창이 완전히 열렸다. ⸻ 《윤태식》 생존 확률 : 1% ⸻ 웃음이 멎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 웃음만 멎었다. ⸻ 1%. ⸻ 나는 눈을 깜빡였다. 다시 봤다. ⸻ 《윤태식》 생존 확률 : 1% ⸻ 잘못 본 게 아니었다. ⸻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 갑자기? 도대체 왜? ⸻ 윤태식은 아무것도 모른 채 걷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웃고. 이야기하고. 걸어간다. ⸻ 나만 멈춰 있었다. ⸻ 《생존 확률 : 1%》 ⸻ 그 숫자가. 계속 눈에 밟혔다. ⸻ 나는 처음으로. 그 숫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다음 화 6화. 의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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