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준모
2025.12.28.
- 환율에 대한 내 거친 생각...
환율이 높아지는 원인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것이 정치적 성향에 맞춤형으로 논리가 구성되는 것이 조금 답답했다.
1. 장기적 추세
일단 장기적인 추세만 살펴보자. 우리나라 환율은 수년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1) 일단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나라 경제가 성장하지 못해서라는 것이 그 근본 원인이다. 자본을 투자해도 이익을 얻기 어려우면, 자연스럽게 자금이 수익을 따라서 해외로 나간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간 미국 경제 보다 성장을 못했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가 정체에 빠진 탓이 크다. 2) 그리고,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의 경제니까, 외환시장에서 수출기업들이 공급하는 달러의 비중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상상 이상으로 크다. 외환 딜러라면, 수출기업들의 환전 움직임에 거스르는 행동 절대 못한다. 제조업 경쟁력이 약해져서 수출이 부진하면 경제도 성장하지 못하고 달라 공급이 줄어들어 원화도 약세를 보이게 되는데, 그동안 특히 대중국 수출이 크게 감소해왔던 것도 환율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다. 3) 당연히, 금리도 큰 영향을 준다. 그런데, 이 금리도 사실은 그 나라 경제의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기가 호황이면 금리가 올라가고, 침체되면 내려간다. 한국은행이 금리정책에 관여한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정 수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현재 금리가 미국이 우리나라 보다 높은데, 그것은 미국이 우리나라 보다 경제가 좋고 투자 기회가 많기에 자본 수익율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 밖에도 환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많겠지만, 대충 살펴본 사항들이 모두 다 결국은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문제로 귀결된다. 일부 유투버들이나 정치인들이, 한국은행이 돈을 많이 풀어서 돈의 가치가 떨어져서 환율이 올라간다고 이야기하는데,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경제가 침체된 상태에서는, 물가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않으면 돈을 풀어서 내수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반드시 잘못된 정책은 아니다. 물가를 봐가면서, 내수경기 살펴가면서, 아주 보수적으로 신중하게 금리를 결정하고 있는 현재의 한국은행의 입장에 대해서, 나는 딱히 비판할 부분을 찾지 못하겠다.
단순하게 환율 상승 하나에만 주목하면서 돈을 많이 풀었다는 것만 비판하는 유튜브 방송들의 세부내용을 들여다 보면, 정말 과장도 많고 논리적 비약도 많다(대표적으로 "박종훈의 지식한방"). 환율 상승을 이유로 긴축적 통화정책을 주문하면서도 현재의 내수경기침체에 대한 언급, 걱정은 전혀 없다. 환율 때문에 금리를 올리자? 정말 미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현실적으로 금리는 어느 당이 정권을 잡았더라도 지금처럼 동결 수준으로 쭉 갈 것이고, 혹시나 내년 말에나 내수경기 회복이나 물가 상황을 살펴보고 겨우 한번이나 인상 여부를 겨우겨우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금리라는 것이, 환율 하나 때문에 그렇게 간단히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아니다.
현재, 이재명 정부가 돈을 "쓸데없이" 풀어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대단히 비판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과도하게 늘려서, 국채를 발행해서 민간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규모가 커지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정말 심각하게 작기 때문에, 바로 시장금리가 올라가고 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조달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수경기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현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는 것 자체만 언급하면서 비판을 하거나, 물가에 대한 구체적인 영향에 대한 고려, 언급 없이, 단순히 "통화량"이 얼마가 늘었기 때문에 환율이 오른다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냥 까기 위해서 까는 듣는 사람의 정치적 성향에 맞춤형으로 떠드는 이야기일 뿐이지, 이 나라경제에 하등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수경기 침체상태에서, 물가를 살펴가면서 재정,통화 확장정책을 펼치는 것 자체는, 그렇게 비판적으로 이야기할 정책방향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판을 하려거든 세부적인 구체적인 개별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제대로된 비판이다.
2. 최근의 환율 급등
그리고... 이제 단기적 환율 변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최근 환율이 이렇게 초미의 관심이 된 이유는, 10월 이후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위에서 살펴본 이야기들은 모두 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도 될 수 없고,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될 수 없다. 모두 다 장기적으로 환율이 쭉 올라왔다는 것에 대한 설명일 뿐이다. 단기적으로는 훨씬 복잡한 변수들이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단기간 환율이 급등해서, 단기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인데, 그것을 그냥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수인하겠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면 또 모를까, 최근의 환율 급등 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무슨 장기 대책만 주구장창 주장하는 유튜버, 정치인들이 많이 보인다. 아니, 당장 환율이 1,500원을 넘어가는 것이 나라가 망할 일이고 문제라면서? 그런데, 환율 이 상태로 그냥 놔두면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고 이야기하면서 장기적으로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들을 주장하는 것이, 정말 진심으로 제대로 된 대책인가? 그냥 까기 위해서 까는 이야기지?
그리고, 환율 올라서 나라 망한다고 걱정하는 사람들 중에, 당장 금리 올리자는 무모한 이야기들도 제법 보인다. 심지어는 정치인들까지. 그냥 웃는다. 참으로 용감한 이야기다. 그래, 환율이 걱정되니까 금리 올리겠다는 엄포는 놓을 수 있다. 그리고, 정말 큰일 나겠다 싶으면, 한번은 실제로 올리는 시늉을 할 수는 혹시나 있겠지만 그러다 오버해서 내수경기 폭망하면 오히려 국가경제 신인도 하락으로 환율 더 박살나는데... 그건 생각이나 하고 하는 이야기인가? 혹여나 정부에서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까 겁이 날 지경이다.
첨부된 사진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환율이 10월 이후 급격히 치솟고 있는데, 그 기간동안 달러는 약보합에 머물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외적인 외환시장의 환경과는 반대 방향으로 환율이 움직인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엔화의 약세에 원화가 동조한 것도 있지만, 최근의 급등은 그런 설명도 통하지 않는다. 동조라고 하기에는 원화의 약세가 엔화의 약세 보다 더 심했고, 12월 전후로 엔화가 소폭 강세로 반전을 했음에도 원화의 약세는 더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3.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자, 다시 올초부터 상황을 살펴보자. 올해 수출이 정말 역대급으로 잘되고 있어서,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 자체는 정말로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상태이고, 그것은 현재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정말 작기 때문에, 정부의 시장개입이 없을 경우 수출업체들의 움직임이 외환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하지만, 올해 수출이 역대급으로 잘 되었다. 공급될 수 있는 달러 자체는 전혀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다. 계엄으로 치솟았던 환율이 여름까지 쭉~ 내려왔던 것도, 달러 인덱스의 움직임을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도 더 크게 내려왔던 것은 그런 이유도 크다.
최근의 환율 급등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미 관세협약 체결로 달러의 유출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뉴스 탓이 가장 크다. 당시 달러 인덱스가 살짝 오르는 상황이기도 했는데, 그 뉴스로 환율이 더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달러 인덱스가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쏠림현상을 뒤집지는 못했다. 벌써, 여기 저기 뉴스, 유투브, 온 처지에 환율의 장기 우상향에 대한 믿음이 나타났다. 수출기업들도, 달러를 벌어와도 적극적으로 환전하지 않고 유보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대외적인 외환시장의 환경은 달러의 추세적 약세로 변화하고 있고, 단기적으로 달러 자체의 공급은 충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상황을 거슬러 환율이 계속 올랐다.
물론, 대외적 외환시장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고, 외환 투기세력의 공격이 있을지, 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수는 없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엔화도 소폭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상들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 외환당국의 개입은,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고 일부 비판도 가능하겠지만,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쏠림 현상을 진정시키고, 대외적 외환시장의 변화가 원-달러 환율에 제대로 작용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기적으로도, 외환시장의 거래량이 다소 약해지는 연말, 현재의 시점에 적절히 개입하는 것이, 더 적은 비용으로 환율의 변동성을 줄이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이번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단기적 대응에 불과하기 때문에, 환율의 장기적 흐름 자체에 변화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외환시장 개입이, 변동성의 축소, 어차피 소폭 내려올 환율을 너무 올라가지 않고 방향성을 잘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조치, 정도라고 사후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여부는, 내년의 환율의 흐름을 실제로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잘한 조치인지, 아닌지, 나도 궁금해 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나는 내가 우리나라 사람이라 그런지, 내가 직접 장사를 하고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이번 외환당국의 개입이 소기의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고, 기도하고 있다. 내 나라가 잘되어야, 내가 잘되기 때문이다. 그게 내가 싫어하는 이재명 정부라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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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속보맨
2025.12.28.
속보맨이 속보 전하는걸 잊을 정도로 열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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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아빠
2025.12.28.
탁월한 분석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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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수
2025.12.28.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끄덕끄덕 하면서 봤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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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철
2025.12.28.
글 정말 잘 쓰십니다. 의견에 다소 차이는 있습니다만 공부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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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박씨
2025.12.28.
훌륭한 글입니다. 환율 관련 글들을 보면서 답답함이 적지 않았는데 많이 정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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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2025.12.29.
글 잘 읽었습니다. 환율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이런 설명을 보니 이해도 되고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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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준비생
2025.12.29.
빵집 사장님 환율에 대한 고찰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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