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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페로
2026.08.22.
<국가의 부채는 왜 줄어들지 않는 걸까?>(2편) 앞서 1편에서 국가가 부채를 늘리기만 하는 세 가지 이유를 살펴보셨는데요, 2편으로 넘어가기에 앞서 1편의 내용을 간단히 다시 한번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국가가 부채를 늘리기만 하는 세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보상의 비대칭성 보조금의 혜택은 즉각적이고, 눈에 띕니다. 하지만 긴축은 고통만 즉각적으로 주고, 그 효과는 수년, 수 십 년을 걸쳐서 나타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당장 유권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보조금의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보조금의 혜택은 즉각적이나, 긴축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 비대칭성이 빚을 줄이기 어렵게 만듭니다. 둘째, 시간의 불일치 정부의 임기는 통상 4~5년입니다. 부채의 만기는 10년 ~ 30년에 걸쳐 장기간에 퍼져있습니다. 오늘 발행한 국채의 원리금을 갚을 의무는 내가 질 필요가 없습니다. 더불어 장기적 시각에서 국가 전체의 부채를 관리하는 재정준칙조차 한국에서는 마련되어 있지 않는 상황에서 부채를 줄이는 것은 요원한 과제가 됩니다. 셋째, 인플레이션 효과 부채는 명목계약 기준으로 이행됩니다. 인플레이션은 명목금액으로 표시된 통화의 실질 부담을 채무자에게서 채권자로 이전시킵니다. 국가는 거대한 채무자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도구를 통해 증세와 긴축 없이 부채의 실질 부담을 오랜 기간 녹여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국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한, 국가는 부채를 갚을 유인이 사라집니다. 2부에서는 왜 국가가 부채를 갚으려 하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를 최근 아르헨티나 사례를 통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거대한 빚더미 속에 빠진다면 한 개인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소비를 통제하고, 투잡을 뛰어서라도 수입을 늘려서 최대한 빨리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해야 하죠. 한 개인도 빚의 수렁에 빠지면 이렇게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데 거대한 국가가 빚더미에 빠져버린다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바로 아르헨티나가 지금 그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부채 감축이 가져오는 고통의 크기 — 아르헨티나 사례] 1. 아르헨티나가 위기에 빠지기까지의 과정 (1) 위기의 단초였던 1945년 ~ 1955년 시기 아르헨티나는 19세기말 ~ 20세기 초까지 세계 5위 수준의 부국이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19세기말 농산물 수출 호황이 있었고, 1900년대 초에는 1인당 소득이 주요 유럽국과 맞먹는 수준이었죠. 1930년대까지만 해도 재정 균형을 잘 맞췄고, 인플레이션도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1945년 이후 매년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는 재정적자의 지속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는데요. 1945년~1955년까지 누적적자 중 60%가량을 중앙은행의 신용으로 조달했습니다. 발권력으로 돈을 찍어서 재정적자를 메운 것이죠. 더불어 주요 기간산업을 국유화하고, 공공부문을 크게 확대하면서 공공 부분에 대한 지출로 재정적자는 더욱더 악화되어 갔습니다. 이에 따라, 10년 만에 물가가 5배 이상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아르헨티나는 재정적자 -> 통화증발 -> 인플레이션 구조가 상습화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1970년~1980년대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의 단초가 됩니다. ------------------------------------------------------------------ * 통화증발 중앙은행 등이 화폐발행량을 늘려서 통화량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화증발이 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나> 기본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 중앙은행이 정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본원통화를 발행하면, 시중의 통화량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 그런데 경제의 생산능력(실물 GDP)은 통화량만큼 빠르게 늘어나지 않습니다. ⓒ 결과적으로 돈은 많은데 살 수 있는 물품·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므로,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시중에 통화량이 경제의 생산능력을 따라가지 못하면, 돈이 귀해지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앞서 본 아르헨티나 1945~1955년 사례통화량이 6배 이상 늘어난 동안, 실질생산은 그만큼 늘지 않았고, 물가가 5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2) 1982년 디폴트선언과 1990년 하이퍼인플레이션 도래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를 중앙은행의 신용으로 메우는 행태는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글로벌 금리 상승 속에서 아르헨티나는 대외차입(외채)에까지 손대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80년대 볼커의 등장으로 살인적인 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1982년 아르헨티나는 디폴트를 선언하기에 이르죠. 결국 IMF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디폴트 선언으로 아르헨티나는 국제자본시장의 접근이 사실상 차단되었고, 이후 재정적자는 중앙은행의 통화발행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메우게 됩니다. 그 결과 연평균 300% 이상의 고인플레이션이 지속되다가, 1989년~1990년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폭발했습니다. - 1989년에는 연 2,600% 이상, 1990년에도 700%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유지됩니다. 1989년과 90년에 이르기까지 미친듯한 인플레이션은 통화증발에 의존한 재정적자 메우기가 반복됨에 따라 국민들의 통화에 대한 기대 상실이 정점에서 폭발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3) 1991년 콘버터빌리티와 일시적 안정 아르헨티나는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서 페소를 미 달러에 1:1로 고정시키는 '콘버터빌리티 법'을 도입했습니다. 이 법에서는 무분별하게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이용하던 중앙은행의 통화 발행도 제한했습니다. 다행히 이 제도를 통해서 인플레이션을 급격히 잡는 데 성공했고, 1991~1998년 연평균 6%의 성장과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이어졌습니다. 이 제도는 무분별한 발권력 사용을 제한함으로써 재정건전성을 강화해 대외 신뢰 확보에 중점을 두었지만, 그만큼 아르헨티나는 스스로 재정이 악화되면 대외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스스로를 몰아넣게 되었습니다. (4) 98년 러시아 디폴트에 이은 연쇄적 충격 98년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은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이 급감하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99년 브라질의 헤알화는 70%가량 평가절하되었고 달러는 강세였으며 금리는 고공행진 했습니다. 이러한 충격으로 대외차입에 크게 의존하던 아르헨티나는 이자부담 증가로 인해 재정이 악화되고, 재정악화는 페소에 대한 신뢰가치를 하락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결국 2000년 또다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2001년에 IMF의 지원확대에도 시장 신뢰회복에 실패했고 급기야 2001년 12월에는 은행 인출제한을 실시하는 등 긴급조치에 들어갔고 IMF는 지원을 끊습니다. 결국 12월 23일 국채 디폴트를 선업 합니다. 이에 91년부터 콘버터빌리티로 도입한 고정환율제를 이듬에 2002년 1월에 폐기하고, 변동환율제로 돌아간 다음 페소는 급락합니다. (5) 그래도 정신 못 차린 아르헨티나 2002년 이후에도 여전히 아르헨티나는 정신을 못 차립니다. 콘버터빌리티법은 의미를 잃었고 재정지출 확대와 발권력을 활용한 재정적자 메우기는 계속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의 연속 속에도 아르헨티나에 천운이 찾아왔으니, 페소 급락으로 수출경쟁력이 개선되고 대두(콩) 옥수수, 밀, 쇠고기의 가격이 2002년부터 급등하면서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 성장률은 연평균 8% 이상이었고, 실질소득이 상승하고 실업률이 하락하게 되면서 사회적 불만이 일부 완화되게 됩니다. 이 시기는 2003년부터 2008년의 시기로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았습니다. 하지만 고성장과 빈곤율 하락으로 나라가 망하고 있다는 느낌은 상쇄시킨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원재자 호황이 꺾이면서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에 역시 과거의 아르헨티나 답게 여전히 정부 지출을 확대했죠. 2010년대 재정적자가 지속됨에도 여전히 중앙은행의 힘을 빌려 위기를 모면해 나갔습니다. 인플레이션은 25~30%로 저성장 고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었습니다. 그동안 누적되어 온 재정적자는 또다시 아르헨티나로 하여금 2018년 IMF의 구제금융에 손을 뻗게 만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 또한 시장신뢰 회복을 얻지 못한 채 조기 종료되어 버렸습니다. 이어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GDP가 급감하고 외화표시 국채의 이자지급을 연기하여 9번째 디폴트 선언에 이르게 됩니다. 겨우 외채 구조조정에 합의로 사태를 봉합하긴 했습니다. 2.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몸부림 - 긴축의 시작 (1) 2023년 12월 전기톱 사나이의 등장 -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주의 진영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유세장에 전기톱을 들고 나왔던 공약 그대로 시행했습니다. -정부 부처를 18개에서 절반 이하로 줄였습니다. -2만 4,000명이 넘는 공무원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습니다. -연금을 동결하고, 공립대학 재정지원을 동결했습니다. -교통·에너지 보조금을 삭감하고 공공입찰을 중단했습니다. 통화·환율 정책에서는 페소화 부채를 줄이고 해외자산을 늘려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환율을 1달러 400페소에서 800페소로 대폭 평가절하(달러가치 상승)했고, 중앙은행의 발권을 통한 재정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뿌리인, 적자를 돈을 찍어 메우는 악순환을 끊은 것입니다. 결과는 빨랐습니다. 2024년 1월 12년 만의 월간 재정흑자를 냈고, GDP 대비 3~4%였던 재정적자는 흑자로 돌아섰으며, 물가상승률은 2024년 말 110%대로, 이후 30~40%대까지 내려왔습니다. 다만 그 속도만큼 빠르게 도착한 것이 또 있었습니다. 청구서입니다. 2023년 하반기 42%였던 빈곤율은 2024년 상반기 53%로 치솟아 2003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고,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20% 줄었으며,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연금 인상을 요구하는 은퇴자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외부에서 보기에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은 바람직하고 건전한 몸부림으로 보이지만, 그 내부에서는 썩은 살을 도려내면서 그 피해를 몸으로 겪는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국가의 부채·재정 정상화란 결국 누군가의 연금, 누군가의 버스 요금 보조금, 누군가의 일자리를 도려내는 일이라는 것을 아르헨티나는 몸으로 증명했습니다. 80년이라는 기간 동안 만성적으로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남발하며 재정적자를 메워오고 공공 부분의 지출을 늘려온 결과는 결국 누군가는 감당해야 했습니다. 국가 부채의 위기는 이토록 수많은 선량한 국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무서운 것입니다. (2) 긴축의 정치적 수명은 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긴축의 성과가 곧바로 정치적 지속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사람은 지금 당장의 나의 고통만 중요하게 여깁니다. 국가의 부채가 줄어도, 지금의 내 일자리가 사라지고 보조금이 삭감된다면 국민들은 그 고통에 저항합니다. 수지가 개선되고 물가상승률이 내려오고 있는 것을 목도하더라도 보조금 축소와 실질소득 하락의 고통은 서민들의 일상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연금 수급자와 노동자들의 반발과 시위가 지속되었고, 경제 회복세 둔화까지 이어져 하비에르는 2025년 9월 지방선에서 참패합니다. 이러한 정치적 압박은 긴축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실제로 밀레이 정부도 집권 2년 차 이후 지출 확대 압력과 외부 지원 필요성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아르헨티나 사례가 주는 교훈은, 국민들은 긴축이 주는 고통을 버틸 '정치적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부채 감축이 실패하는 이유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어느 나라의 정치도 그 고통을 감내할 만큼 수명이 길지 않기 때문입니다. 3. 마치며 - 폭탄 돌리기를 누가 멈출 것인가? 저는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며 복지를 남발하고, 어느 누구도 허리띠를 졸라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며 폭탄 돌리기 게임을 떠올립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오늘만 보고 선택한 결정이 언젠가 나를 집어삼킬 수도 있습니다. 국가는 거대한 경제주체입니다. 중앙은행의 발권력과 인플레이션 기반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나름 오랜 기간 부채위기를 견뎌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감당가능 할지에 대해서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국가부채는 어제의 최고점을 실시간으로 갱신하고 있으며, 재정건전성 악화로 장기채금리는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금융기법이 먼저 나올까요 아니면, 이 위기가 글로벌 부채위기로 먼저 터질까요? 폭탄 돌리기의 남은 시간은 그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음 3편에서 국가가 유독 가계부채만 강조해서 관리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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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2026.08.22.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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