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표
2026.04.20.
사람은 본능적으로 효율을 중시하는 존재라서, 모든 글이 아무 규칙 없이 시간 순으로 나열되면 분명 그 중엔 무가치한 글도 있고, 보기 싫은 글도 있어서, '내가 보고싶은 글'을 놓치거나 묻혀지는 경험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임계치까지는 참아내다가 그 수위가 넘었다 싶으면 화가 올라오지요. 단순히 '내가 보고싶은 글' 찾기를 방해한다는 느낌을 넘어, '내가 좋아하는 공간과 분위기를 흐리는 외지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에 가깝습니다. 그러다보면 배척하거나, 그 빈도가 자주 발생하면 내가 떠나거나하는 패턴입니다.
그러다보니 운영자는 커뮤니티 구성원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의도적인 사일로를 구축시켜야 합니다. 초기 커뮤니티에서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관심사 카테고리'를 나눴고요, '커뮤니티 내 클럽게시판'이 그 다음 시도된 방법입니다만, 결국 이것도 소위 '떼거리 문화'가 형성되고, 전체 게시판에서 친목질(!)이라 불리는 행위들이 나타나면서 커뮤니티가 쇠락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 다음 나온게 SNS 입니다. 아예 방법론을 뒤집어서 "친구맺음"을 통해 친목질(!)을 적극 권장하여, 내가 원하는 글만 보게끔하는 방식이었고요, 여기에 알고리즘을 붙여 나도 모르게 내가 좋아하는 글만 노출되게끔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시간을 잡아두었습니다. 이게 강력한 부분이, 나는 내가 무엇을 선택했는지 모르는데 무의식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게 불현듯 나타나는 원리입니다. 의도적인 카테고리 및 클럽 가입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보상은 사람을 흥분되게 만드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참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오래하다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죠. 스스로가 생각이 편향되었다는 걸 문득문득 느꼈거든요. 거기에 커뮤니티가 브랜딩, 수익화의 장이 되면서 '이용당하고 있다'는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정보인 줄 알았는데 광고였다거나하는 거죠. 특히 그런 류의 사람들은 목적이 '자기 어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는 진심을 담아 인사를 했는데, 알고보니 영혼 없는 기계였다는 배신감은 정말 기분나쁠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이코가 이런 일반 SNS류의 저질 경험에 지친 분들이 모인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혼 없는 광고쟁이들이 설치지 않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도록 강요하지 않습니다. 카테고리는 내 입 맛에 맞게 쓰면 될 뿐입니다. 그래서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나를 편향시키는 강제 알고리즘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이고요.
하지만 커뮤니티 규모가 커지고 매일 올라오는 포스팅이 많아질수록, 지금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위에 적은 것처럼 좋은 글만 올라올수가 없거니와, 설사 그런다한들 시간순 배열은 과잉 정보로 인한 피로감을 불러오게 되거든요. 효율의 본능을 가진 인간 답게, 자기가 보고 싶은 글만 보게끔 움직이게 됩니다. 그러면 다시 도돌이표죠. 카테고리에 의존하거나, 클럽만 찾아가거나, 알고리즘을 건의하거나요.
그런데 이게 가치 충돌을 일으킵니다. '나는 내가 편향된 정보를 얻기 싫어서 이곳에 왔는데, 다시 그 편향을 감내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일단 어떤 해결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지금 이대로' 참아보겠지만,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방문이 뜸해지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집니다. 운영자 입장에선 결국 무슨 식으로든 사일로를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운영진 분들도 고민이 많으실겁니다. '기분 좋은 낯설음'을 경험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글을 효과적으로 볼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SNS에서도 이런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을 거고, 마땅한 해결 방법을 찾아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다 고만고만한 것이겠죠. ㅎㅎ
저는 좀 색다른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용자들이 알고리즘에 의해 나도 모르게 편향되게 (하지만 기분은 좋게) 하지 않고, 스스로가 어떤 편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인식하게끔 인덱싱을 해주는 것입니다.
보면 위쪽에 "주식, 부동산 .. " 카테고리가 있고, 글을 쓸 때 혹은 글을 보고 하트를 클릭할 때 본인이 주로 체크하는 카테고리가 있을 겁니다. 지금은 사용자가 이 데이터를 볼 수가 없는데, 이걸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거죠. 컬러를 구분해서(마치 호그와트 학교 비슷하게) 주식은 붉은색, 부동산은 주황색 등으로 나누고, 사용자가 자주 쓰는 카테고리의 색을 그 사람 프로필 테두리에 씌워주는 겁니다. 혹은 자기 설정의 어딘가에 (프로필란에 넣어도 되겠고요.) 지금까지 사용자의 관심 주제를 '본인이 행동한 결과'에 따라 정리해주는 거죠. 이때 '글을 쓴 주제'와 '하트를 누른 주제'를 나누어서 보여주면 더 좋을 겁니다. 본인이 나의 현재 상태를 알면서, 의식적으로 스스로의 사용 경험을 조정할 수 있을테니까요.
(사용자 프로필에 따라 포스팅 제목 부분의 배경컬러를 넣어주고, 글의 내용에 따라 글부분의 배경컬러를 넣어주면 직관적으로 '어떤 성향의 사람이 쓴 어떤 주제의 글이구나'를 알 수 있어서 더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더 기능을 넣는다면, 사실 글을 쓸 때 카테고리를 지정하는 것도 각자의 관점이 다르고, 또 의도적인 어뷰징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는 AI 알고리즘을 부분적으로 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용자의 글 속성을 분석해서 이게 어느 카테고리인지 자동 지정시키고, 딱 뭐라고 분류가 안되는 것에 한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가장 난이도가 높겠지만 전체 구조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에는 꼭 필수적인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번외로, 영혼 없는 광고쟁이(?)로 보여지는 사람들의 유입은... 사람 모이는 곳에 장사꾼 모이는 건 자연 법칙이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신 대로 자정 작용이 필요한 영역이고요, 어쩌면 위에 적은 '사용자 행동 기반 관심 영역 표시' 기능이 보조적으로 그런 부류의 사람을 걸러내는 필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기본 구조 위에서 여러 부가적인 장치들을 올리는 것이, 이코가 다른 커뮤니티와 차별화된 길을 갈 수 있는 동력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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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모
2026.04.20.
좋은 말씀입니다. 운영진들께서 고민을 많이 하셔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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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표
2026.04.20.
감사합니다. 장기판 옆에서 훈수두는 구경꾼의 의견일 뿐입니다. ^^; 운영진들께서 생각하시는 커뮤니티의 지향점을 존중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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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2026.04.20.
재테크하는 사람이 주식만 본다거나 부동산만 보는 경우는 없습니다.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대출, 저축 중에서 하나만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다 엮여있는 겁니다. 따라서 모든 정보가 필요합니다. 저는 알고리즘보다는 저품질 글을 남발하는 경우를 강력히 규제하는게 현실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이 많으면 사람들은 올 수밖에 없습니다. 돈이 걸려있으면 불편해도 봅니다. 다른sns의 구동원리와 다르게 보셔야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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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표
2026.04.20.
선택권을 주자는 이야기입니다. 강제로 어느 하나만 보도록 유도하지 말고요. 정보의 경우 특히 경제 섹터에서는 시의성이 중요할텐데요, 말씀대로 그것에만 한정되어 있다면 "많은 좋은 글"이 올라와도 일반 SNS 보다는 누락되는 정보가 적을 것 같네요. 모든 사람이 "재테크"를 목적으로 이코를 쓴다는 전제에서 성립되는 시스템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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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T
2026.04.20.
economy(얼음) social(불) 이라고 해서 참 재미있는 이름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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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표
2026.04.20.
흥미로운 정의인 것 같습니다. 사주명리에선 불이 강하면 물이 메마르고, 물이 강하면 불이 꺼지며, 둘의 조화가 적절히 이뤄졌을 때 수증기에 불이 붙어 폭발하는 기세가 나타난다고 말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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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2026.04.20.
좋은 아이디어이고 맞는 말씀인데 현실에선 작동하기 어려울거에요. 인간은 어떻게든 자기가 돋보이는게 우선이니까요. 좋은 사람들만 있는게 아닙니다. 저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겪을만큼 겪은 분들이 오는 곳이 이코입니다. 규제가 잘 작동하면 알고리즘 쓸 필요 없습니다. 그러면 모두에게 좋은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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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표
2026.04.20.
맞습니다. simple is best 인데, 이런저런 장치를 달면 더 복잡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개발 자원이 한정적인 경우에는 시도 자체가 지나친 모험이라는 문제가 가장 큽니다. 규제라는 게 운영진의 정책 또는 사용자들 사이의 자정 작용, 두 가지 방식이 있을 텐데요. "잘 작동한다"는 게 사실 너무 모호한 측면이 있어서 구체적 가이드가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이 역시 장단점이 분명해서, 누군가가 주도권을 쥐고 방향을 끌어야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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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츄리 부부
2026.04.20.
좋은 제안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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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표
2026.04.20.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발 자원이 상당히 소요될 수 있는 주제이니만큼 판단은 운영진분께서 현명하게 결정하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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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2026.04.20.
너무 공감되는 말씀이세요. 저는 비교적 초기 가입자인데 제가 올때만 해도 조용했어요. 이코가 이렇게 성장해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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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표
2026.04.20.
눈팅만하고 아주 가끔 글쓰는 중이네, 최근 한달 사이 새로운 유저가 부쩍 늘어난 느낌입니다. 앞으로 방향성이 매우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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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석
2026.04.20.
가끔 이코 창업자는 이걸 왜 만들었을까 궁금합니다. 말이 없는 분이라 추정도 안되고 사실 누군지도 잘 모르겠는데 서비스를 쓰다보면 깊이와 힘이 느껴집니다. 그립이 있다고 해야 하나... 딱히 잘 만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네요. 꾸준히 업데이트를 해온 팀이니까 뭔가 또 내놓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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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표
2026.04.20.
그러게 말이죠 ^^; 사용자 수질관리(?)를 아주 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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