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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T
2026.04.19.
어느 양배추 열사 이야기. 구내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어떤 여사님 한 분이 빈 식판을 들고 배식대 앞으로 나와 우렁차게 외쳤다. 여러분! 양배추 샐러드가 지금 며칠 째 계속 나오는지 아십니까? 자그마치 14일이나 드레싱 하나 변하지 않고 계속 나옵니다! 동물도 이런 취급을 받지 않을 것 입니다! 이건 회사가 우리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옳소~하는 호응도 들리고, 무반응도 많았다. 대부분 피곤하여 양배추와 인권 사이의 머나먼 간격을 좁힐 정신적 여유가 없는 것 같았다. 양배추의 어떤 점이 <양배추 열사>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양배추를 너무 좋아해서 입안가득 양배추를 씹고있는 중이었다. 양배추는 뻣뻣하고 부드럽고 쓰고 달다. 하지만 꼭꼭 씹어서 위에 들어가면 뱃속이 편해진다. 최저임금을 주는 직장에서 배정할 수 있는 인당 식대는 아마 적을 것이며, 그나마 근로자에게 신선식품을 꾸준히 먹이려면 쉬운 선택지는 양배추일 것이다. 양배추 열사는 연설을 마치시고 조용히 사라졌고, 이내 사람들은 달그락 달그락 식판 긁으며 식사를 이어갔다. 양배추 열사의 말에도 일부의 진실은 있었다. 밤낮이 바뀌어 일하는 누군가에겐 구내식당에서 주는 밥이 소중한 첫끼니일 수도 있다. 양배추 열사는 조금 더 인간적인 식사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양배추를 좋아한다. 진심이란 말이다. 흡연자인 내게(지금은 금연) 자연 항암제란 말이다. 하고 생각하는데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여사님들의 침울한 표정을 보았다. 피곤하고, 미안하고, 허탈하고, 어쩌면 짜증났을 그 막다른 곳에 다다른 갈 곳없는 표정. 백여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인원은 불과 두세명. 무겁고 뜨거운 국통을 미끄러운 장화를 신고 뒤뚱이며 옮기던 위태로운 모습과 친절한 인사. 맛있게 드세요라고. 양배추 열사는 사라졌고, 주방 여사님들은 진공상태 같은 고요함에 잠시 잠겼으며, 나는 양배추를 좀 더 가져다 먹었다. 인간은 무엇이 주어져야 만족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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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슬램
2026.04.19.
좋은 글입니다. 간접적으로 표현을 잘해주셨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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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호
2026.04.19.
이코팀= 주방이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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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영
2026.04.19.
기가 막힌 비유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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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표
2026.04.19.
인간은 자족하지 않으면 영원히 만족하지 못합니다. ㅎㅎ 만족하지 못한 인간은 본인이 가장 불행할 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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