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er
2025.10.31.
아침 반찬을 뭘 해먹을까 고민하다 냉장고에 미역줄기가 있어서 볶아먹었다. (잘 먹었고, 여기까진 나의 평범한 일상) 식후에 커피 한잔 하면서 블로그홈에 접속했다. 그런데 블로그 첫 화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미역줄기 볶는 방법’이 뜬다. 어랏??얼마 전까지 블로그를 열면 이웃을 맺은 분들의 글이 올라왔는데??🙄
내 블로그 이웃은 6500명이 넘는데 95%가 금융경제 블로거, 5%가 독서, 시사블로거이다. 광고계정은 꼼꼼하게 거르는 편이라 관리가 잘된 블로그라고 자평한다. 그런데 난데없이 경제콘텐츠가 아닌 미역줄기 볶는 방법이 최상단에 등장한 것이다. 과히 도발적이다. 추측컨대 누군가 나를 들여다 본 것 같았다.
미역줄기 볶음은 레시피 없이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 검색이 필요치 않다. 생각해보니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얼마 전엔 카레를 먹었는데 ‘카레 만드는 방법’과 ‘오뚜기카레’ 광고가 뜬 적이 있다.
인류의 삶을 한 단계 도약시킬 기술로 받아들여지는 AI가 벌써부터 이렇게 푼수짓을 하고 있다. 하긴 AI를 탓해 무엇하랴. 서비스 운영자인 멍청이(사람)를 탓해야지. 사람이 기계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때론 알아도 모른 척, 안봤어도 짐작으로 상대의 필요를 알고,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능력 때문이다. 게다가 추천이 아무리 뛰어나도 남의 루틴과 습관을 함부로 깨는 서비스라니 정말 위험하다. 카카오 개편이 그래서 욕을 먹는 것이다.
“저녁에 뭘 끓여먹나?” 혼잣말을 했더니 슈퍼 아주머니가 “시금치 싸게 줄게. 가져가!” 하는 바람에 졸지에 시금치나물에 시금치국까지 먹는 일이 있었는데 슈퍼 아주머니는 내 취향을 미리 학습하고 추천한 것일까? 아닐게다. 그보단 시든 시금치를 얼른 털어버리고 싶은 아주머니의 마음과 '까짓거 그냥 먹자'는 손님(나)의 수용성이 맞아떨어진 결과일 것이다.
기껏해야 카메라, 녹음기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추천 알고리즘을 돌려 블로거의 루틴을 깨고 카레를 배불리 먹은 사람에게 오뚜기카레를 배달로 구매하라면 (코앞에 슈퍼 있는데) 그게 무슨 에이전트며 인공지능이라 말할 수 있을까?
카카오 개편을 봐도 그렇고 미역줄기 네이버를 봐도 그렇고 정말 수준 떨어져서 못봐주겠다. 차라리 물어보지 않으면 입 닫고 있는 GPT가 낫다. 옷 사러 갔는데 사장님이 “편하게 골라보세요” 하는 집과 손님 졸졸 따라다니면서 이상한 옷들 꺼내놓고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하는 집과의 차이라고나 할까.
이코노미소셜도 AI도입에 적극적인 멤버가 있고 나처럼 초기 도입에 부정적인 멤버가 있는데 어쨌든 남의 일상을 엿듣고, 엿보면서 수집한 정보로 맥락없는 추천이나 해댈 바엔
"나는 이런 경험을 했다."
"문제가 있었는데 이렇게 극복했다,"
"잘 몰랐는데 이런 방법이 있더라"
와 같은 사람들의 생생경험담을 부각하는 방향의 알고리즘을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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