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Avatar
산책하는 하마
3시간 전
용혜인은 장관(長官)이 될 것인가, 장간(蔣幹)이 될 것인가 적벽대전을 앞둔 조조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다. 수전(水戰)이었다. 북방 출신 병사들은 배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도대전을 승리하고 천하를 호령하던 조조군도 장강 위에서는 서툴렀다. 그래서 조조는 형주 수군을 지휘하던 채모(蔡瑁)와 장윤(張允)에게 수군 훈련을 맡겼다. 두 사람은 원래 유표 휘하에서 오랫동안 수군을 다뤘던 인물들이라서, 손권·유비 연합군 입장에서는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정면으로 싸워 제거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그대로 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조조군의 수전 능력이 강해질 수 있었다. 주유는 이들을 제거하고 싶었지만 직접 죽일 방법은 없었다. 그때 장간이 등장한다. 장간은 주유와 옛 인연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조조에게 자신 있게 나섰다. 직접 주유를 찾아가 설득하면 항복을 받아낼 수도 있다고 장담한 것이다. 하지만 주유는 장간이 찾아온 목적을 처음부터 눈치챘다. 그는 장간을 쫓아내지 않고 오히려 크게 환대했다. 연회를 열고 장수들에게 장간을 소개하며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갑게 대했다. 그러면서도 "오늘은 친구끼리 술이나 마실 뿐, 군사 이야기는 하지 말자"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말은 주유가 자신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장간의 의심을 오히려 키웠다. 밤이 깊자 주유는 술에 취한 척 장간과 같은 방에서 잠들었다. 장간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주위를 살폈고, 마침내 주유의 책상 위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편지에는 채모와 장윤이 주유와 내통하고 있으며, 기회를 봐 조조를 제거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것은 주유가 일부러 준비해둔 가짜 편지였다. 하지만 장간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주유의 허점을 파고들어 조조군 내부의 배신자를 밝혀냈다고 믿었다. 주유는 밤중에 부하와 은밀한 군사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 장간이 자신이 본 편지가 진짜라고 확신하도록 한 번 더 쐐기를 박았다. 결국 장간은 편지를 훔쳐 조조 진영으로 돌아가 의기양양하게 내놓는다. 주유를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보다 훨씬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조조 역시 편지를 보고 격분해 충분한 확인도 없이 채모와 장윤을 처형한다. 그런데 처형한 직후 조조는 이상함을 느낀다. 자신의 수군을 가장 잘 훈련할 수 있는 두 장수가 모두 사라진 것이다. 조조는 그제야 모든 것이 주유의 반간계였음을 알아챘지만 이미 늦었다. 채모와 장윤은 죽었고, 되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일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주유도 조조도 아닌 장간이다. 장간은 단순히 속은 사람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 판단했고, 스스로 편지를 훔쳤고, 스스로 조조에게 가져갔다. 자신이 남의 계책에 빠졌다는 사실을 모른 채, 오히려 자신이 결정적인 정보를 빼냈다고 믿었다. 주유는 장간에게 어떤 행동도 명령하지 않았다. 그저 장간이 그렇게 움직이도록 상황을 만들어놓았을 뿐이다. 그리고 장간은 자신이 판을 읽고 있다고 믿는 동안, 실은 주유가 그린 판을 완성했다. 장간은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자신이 남보다 한 수 앞서 있다고 믿었다는 점이다. 주유가 감춰놓은 비밀을 자신이 찾아냈고, 적의 내부정보를 훔쳐왔으며, 조조에게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정확히 반대였다. 장간이 발견한 것도 주유가 발견하도록 만든 것이었고, 장간이 훔친 것도 주유가 훔쳐가도록 놓아둔 것이었다. 장간은 주유의 계책에 당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유의 계책을 완성해준 사람이었다. 최근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정국을 보며 이 장면을 떠올렸다. 물론 두 사람의 동시 지명이 처음부터 어떤 정치적 계산 아래 설계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결과적으로 벌어지는 모습이 흥미로울 뿐이다. 현재 용혜인 후보자의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 문제를 비롯한 각종 논란이 연일 정치권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견과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반면,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김승원 의원은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를 주장했던 모임의 공동대표 전력과 과거 제약업체 임상시험 관련 청탁 의혹 사건 기소유예 처분(김 후보자는 이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 등 여러 쟁점을 안고 있다. 법무부는 형사사법 체계를 관장하고 검찰과 관련된 막대한 권한을 가진 부처로 사법정책의 방향과 직결되는 핵심 부서다. 그런데 정치적 화제성만 놓고 보면 지금 더 요란한 곳은 용혜인 후보자 쪽이다. 실제로 야권에서는 용혜인 후보자 논란으로 시끄러운 사이 김승원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를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성동격서' 의심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용혜인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성동격서보다 장간의 이야기가 더 어울린다. 만약 자신을 장관으로 발탁한 것이 자신의 정치적 가치와 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믿었는데, 훗날 그 지명의 또 다른 정치적 효용이 '더 중요한 인선을 향한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어떨까. 그 순간, 장관 지명은 영광이 아니라 비극이 된다. 장간 역시 자신이 조조에게 큰 선물을 가져왔다고 믿었으나, 그가 품 안에 들고 온 것은 전리품이 아니라 주유가 조조에게 보내고 싶었던 '폭탄'이었다. 정치판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이용당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어도 선택할 수 있다. 정말 위험한 사람은 자신이 판의 중심에 있다고 믿으면서, 실은 다른 사람의 판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용혜인 후보자에게 지금 필요한 질문은 장관이 될 수 있느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왜 선택되었는가.”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얻었다고 생각하는 이 자리는 과연 누구에게 더 큰 이익을 주고 있는가.” 장간의 비극은 속았다는 데 있지 않았다. 자신이 판을 읽고 있다고 믿는 동안, 사실은 남의 판을 완성하고 있었다는 데 있었다. 만약 이번 인사의 본질이 용혜인이 아니라 김승원에게 있었다면, 용혜인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가 아니라 정치적 소음을 대신 떠안은 미끼였던 셈이다. 그 사실을 끝내 모른다면 그는 장간이고, 뒤늦게 알게 된다면 더 비극적이다. 장간은 적어도 자신이 훔친 편지가 가짜라는 사실을 몰랐다. 용혜인은 자신이 왜 선택됐는지를 스스로 물을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6/09/02/Q345ELU6AFC35AEUX3PVVJNLQ4/
Like Inactive Icon
6
Comment Icon
1
Share Icon
공유하기
모든 댓글
Avatar
김정수
2시간 전
보는거 자체가 혐입니다.
Like Inactive Icon
좋아요
Comment Icon
답글달기
Avatar Icon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