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캉
5시간 전
<트럼프는 왜 "금리 안 내리면 무역 끊겠다"고 했을까?>
9월 16일 FOMC를 앞두고 시장이 점점 예측 불가능한 국면으로 가고 있습니다. 4일 발표된 미국 8월 비농업고용은 전월 대비 16만2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최근 5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입니다.
‘비농업고용’은 농업 부문과 자영업자, 가사도우미 등을 제외한 고용 통계입니다. 농업은 파종기, 수확기에 따라 고용 변동이 워낙 커서 경기 흐름을 왜곡시키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고 경제 전반의 안정적인 고용 흐름만 보기 위해 만든 지표입니다.
매달 첫째 금요일 발표되는 이 지표는 물가와 함께 미국 연준(Fed)의 통화정책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Fed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가지 책무를 동시에 추구하는데, 이번 고용 호조는 그중 '고용' 축에 여유가 생겼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여기서 매파(금리 인상론자)의 논리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용이 탄탄하다는 건 경제가 웬만한 충격은 버틸 체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지금 금리를 올려도 경기를 크게 죽일 위험은 작고, 이 여유를 활용해 아직 목표치(2%)까지 잡히지 않은 물가부터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게 매파의 핵심 논리입니다. 실제로 이날 지표 공개 직후 금리 인상론자인 베스 해먹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Fed가 행동해야 할 때"라고 밝혔고, CME 페드워치 기준 9월 25bp 인상 확률은 하루 만에 49.4%에서 58.4%로 뛰었습니다.
다만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월러 Fed 이사 등은 여전히 동결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진짜 관건은 오는 11일 발표되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고용 지표는 매파에 힘을 실어줬지만, 그 자체로 9월 인상을 확정 짓는 근거는 아니라는 겁니다.
이 지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등장합니다. 그는 이날 "Fed가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무역적자를 보는 나라(캐나다, 멕시코, EU)와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SNS에 올리며 금리인하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흔히 통화정책 논쟁을 매파 대 비둘기파 구도로 단순화하는데, 트럼프의 주장은 정통적인 비둘기파 논리와도 결이 다릅니다. 통상적인 비둘기파는 "고용이 나쁘다, 경기가 둔화될 조짐이 있다, 그러니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논리를 폅니다. 반면 트럼프의 주장은 "경제가 이렇게 좋은데 왜 금리가 높으냐, 신용도 좋은 사람이 낮은 대출금리를 받는 것처럼 미국도 금리가 낮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좋을수록 과열을 막기 위해 오히려 조이는 것이 통화정책의 정석이라는 점에서, 이는 매파와도 비둘기파의 정통 논리와도 다른, 트럼프 특유의 독자적인 주장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이날 시장은 트럼프의 기대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금리 인상 가능성과 국채금리가 동시에 올랐습니다.
여기서 트럼프가 왜 이렇게까지 금리에 예민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미국 국채 등 달러 자산의 매력이 커지고, 전 세계 자금이 달러로 몰리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달러가 강해지면 미국산 제품은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비싸지고, 외국산 제품은 미국 내에서 상대적으로 싸집니다. 그 결과 수출은 불리해지고 수입은 늘어나면서 무역적자가 커지는 경로로 이어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무역적자 축소를 핵심 정책 목표로 내세워왔습니다. 그래서 금리 인상, 달러 강세, 무역적자 확대로 이어지는 이 경로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강달러는 자랑거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트럼프 입장에서는 자신의 핵심 공약을 방해하는 요인인 셈입니다. 실제로 그는 이날 "우리는 캐나다와 무역을 하지 않으면 900억달러를 아낀다", "EU와 연 2000억달러 손실을 보고 있다"며 무역적자 규모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상황은 데이터(고용 호조)와 정치적 압박(트럼프의 금리인하 요구)이 정반대 방향으로 부딪히고 있는 국면입니다. 여기에 최종 변수로 남은 게 오는 11일 발표되는 8월 CPI입니다. 물가가 시장 예상치보다 크게 오르면 인상은 사실상 불가피해지고, 반대로 안정적으로 나오면 동결 쪽에 다시 무게가 실릴 수 있습니다.
다음 주 CPI 발표 전까지는 방향성 베팅보다 관망이 합리적인 선택지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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