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바위
2025.12.11.
흐린 겨울날의 씁쓸한 소회
짱짱하시던 어머니께서 코비드 이후 기력이 계속 쇠해지시더니 얼마 전부터 거동(균형)에 불편함을 느끼신다 했다. 신경과에 모시고 가야할 상황인 거 같은데 다행이 긴급을 요하는 상황은 아닌 거 같고, 고지혈증 약을 드시고 계셨기에 피검사를 하러 먼저 내과에 모시고 다녀 왔다. 어제 피검사를 하고 오늘 결과를 들으러 갔는데 뜻밖에 간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한다. 우려했던 고지혈증은 약을 드신 덕인 지 많이 호전되었다며 약도 단계가 낮은 걸로 처방해주었다.
고지혈증 약이 간기능에 무리를 일으킨다는 논란이 계속 있었기에 혹시나 하고 물어 보니 관계없다며 복부CT를 찍어 오라고 한다. 연세도 있으시고 조영제도 써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보며, 간 수치를 낮추는 약을 먼저 써보고 경과릍 보면 어떻겠냐 했더니, 원인을 알아야 약 처방을 어떻게 할 건 지 정할 수 있고 CT를 찍어야 원인을 정확히 알 거 아니며 찍어가지고 다시 오라고 한다.
나도 간 때문에 고생을 했던 터라 오랜 기간 진료와 검사를 받은 이력이 있는데 각 급 병원에서 CT를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해마다 복부 초음파가 대신했다. 간 수치가 높게 나올 때면 수치를 낮추는 약을 처방해주고 1~2주일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고 며칠 약을 먹으면 정상이 되곤 했다. 물론 내 경우를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을 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귀찮아 하는 듯한 태도에 불쾌감이 들기 시작했다. 질문을 계속 했다가는 어머니 앞에서 언성이 높아질 수도 있겠다 싶어 어디가서 찍으면 되냐고 했더니 영상의학과 두 군데를 지정해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대학병원은 안되냐고 물어보니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고 한다. 한 곳을 골랐더니 그 병원에서 만든 홍보지 같은 양식에 소견을 몇자 적어준다. 이 것도 기이하다. 어느 영상의학과를 가건 대학병원을 가건 환자가 선택할 권리고, 소견서는 범용이 가능하도록 발급하는 거 아닌가? 몇 번 받았던 소견서는 다 그랬다. 말로만 듣던 커넥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말 섞고 싶지 않아 따지지 않고 찌라시 같은 소견서를 들고 나왔다. 해당 영상의학과 원장도 아는 사이지만, 찜찜한 마음에 어머니 댁에서 다소 멀지만 기력이 좋으실 때 다니던 내과 원장에게 진료 시간 끝나갈 무렵에 전화를 했다. 학교 후배이기도 해서 원래는 그리 갈 것이었는데 힘들다며 가까운 데서 하자는 말씀에 결과적으로 개운치 않은 상황을 맞이한 셈이었다.
전후를 설명하니 간수치와 어머니 상태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본다. 노인이라서 그 정도면 입원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CT에 대해서도 본인의 의견을 전했는데 뭐라고 했는지는 밝히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 여튼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내일 모시고 가기로 했다.
주변에 아는 의사들이 있어 이런 정도 수준의 도움을 부득이한 경우에 아주 가끔 받는데, 그렇지 않은 대개의 경우는 답답하고 불편할 때가 많다. 때로는 불쾌한 경우까지. 물론 몇천원 잘해야 몇만원 내고 충분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는 건 안다. 반대로, 그럼 충분한 진료비를 낼 테니 다른 환자 보지 말고 충분히 봐달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동네 병원에서 그럴 수도 없지 않은가? 실제 그런 곳도 없고.
시간이야 돈과 관련되니 그렇다 치더라도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매너는 다른 차원의 문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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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아빠
2025.12.11.
어머님의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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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2025.12.12.
바가지 씌우는 병원들이 있어요. 어머니 쾌유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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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2025.12.12.
저도 오늘 어머니께서 병원에 가셔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어 내려가는데…화가 막 올라왔습니다. 저였다면 정말 욱하과 화를 냈을 것 같습니다. 구름바위님께서는 정말로 어른스럽고 멋지게 대응하셨네요. 저의 부족함을 다시 한번 마주했습니다. 구름바위님 어머니의 쾌유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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