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준모
2026.01.16.
- 동네 빵집을 한다는 것
매장에서 나와 길을 걷는데, 옆을 지나던 낯선 사람이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
"○○빵집 사장님이시죠?"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기억력이 좋아야 할 텐데, 도대체 누군지 쉽게 떠오르지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기에 당황하지도 않는다. 일단 반갑게 인사를 드리고 함께 걸어가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따님께서 우리 매장 빵을 특히 좋아하신다고 칭찬을 많이 하신다. 역시나 우리 매장을 찾아주시던 손님이셨다. 이런저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사거리 건널목까지 함께 걷다가 각자의 길을 향해 헤어졌다.
빵집은 마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장소다. 우리 매장에서 빵을 사 가고 친구들이나 이웃들도 만나고, 가족들과 여가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한 동네에서 몇 년 동안 빵집을 계속 운영하면서 매장에 상주하면, 그 마을에서는 '○○빵집 사장님'으로 조금씩 알려지게 된다.
이렇게 동네 빵집이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 되면, 빵집 사장도 자연스럽게 그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매장에서 일을 하다가 단골손님의 소개로 동네 유지라 할 수 있는 분들을 소개받아 인사를 드리고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다 일어나기도 한다. 사실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 마을 행사나 모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 그럼에도 마을에서 일어나는 대소사들은 자연스럽게 잘 알고 있는 천생 마을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내가 고용하는 직원 상당수가 매장 주변에 거주한다. 직원들의 가족들과 친구들도 우리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들이다. 근처 마트에 들렀다가 얼굴을 아는 직원 부모님과 마주쳐서 인사를 드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게 동네에서 빵집을 한다는 것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을 포함하는 일이다.
물론 빵집을 하는 이유는 생계를 위해서다. 나는 그냥 돈을 벌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손님일 뿐이고, 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용한 직원일 뿐이다. 그래서 빵집을 동네에 차리려고 할 때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이었다. 나는 그저 내 장사를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순간 마을 사람들에게 생활공간을 만들고 유지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고, 고용하는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늦은 시간 마감이 가까워져 오면, 매장 앞에 차를 대기시킨 채 아들딸의 퇴근을 기다리는 부모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왠지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종종 퇴근하는 직원 뒤를 따라 나가 부모님께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린다. 그럴 때마다 사회 경험을 만들고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서, 부족한 용돈이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귀한 아드님과 따님을 우리 매장에 보내신 그 부모님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 성년이지만 아직은 나이가 어린 직원을 채용할 때면, 청년들이 사회에 나와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어른이 바로 나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단순하게 생계를 위해서 차린 빵집이지만, 이제는 우리 어린 직원들에게 계속해서 좋은 어른이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물론 장사가 최우선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에게 내 매장이 좋은 공간으로 기억되게 하고 싶다.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을에서 요구되는 작은 역할은 그럭저럭하고 사는 나쁘지 않은 이웃으로 남고 싶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매장이 유지되어야 가능한 일이니, 일단은 경영을 잘하는 사장이 되어야 한다. 계속되는 불경기로 영업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지만, 나에게 주어진 작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장사할 기운을 내야 한다. 길을 걷다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정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참 고맙다.
[매일경제 2026.01.17]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193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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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박은하
2026.01.16.
도대체 어디에 있는 빵집인지 약도라도 올리시면 안될까요? 엄청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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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2026.01.16.
대한민국 빵집 사장님 중에서 가장 글 잘 쓰시는 분이실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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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2026.01.16.
저도 빵집 어딘지 가보고 싶어요. 맛있을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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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훈
2026.01.16.
참 멋진 사장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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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기
2026.01.16.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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