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준모
9시간 전
작년 이맘때의 에피소드를 매경 주말칼럼으로 작성했습니다. 그 동안 칼럼이 너무 무거웠던 것이 아니었나 싶어서 좀 더 빵집 일상에 가까운 가벼운 글을 작성하려 했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네요. 이제 다음달에 마지막 칼럼은 또 어떻게 작성할까 여전히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 초보 알바의 "제가 할게요"
지난여름 일이다. 직원이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급하게 채용공고를 올렸다. 경력자를 기다릴 여유가 없어 초보 지원자에게도 연락해 면접을 봤다.
올해 대학에 들어간 1학년 여학생인데, 이력서에 기재된 아르바이트 경력이 특이했다. 최근까지 국내 최대 이커머스 업체 물류센터에서 두 달 넘게 근무했다.
"○○에서 물류 작업을 했던 거예요?"
"네."
"힘들지 않았어요? 왜 편의점이나 식당, 카페에서 일하지 않고."
"여러 번 지원했는데요. 경력이 없다고 아무도 뽑아주지 않아서요."
"아~."
그랬다. 대학에 입학한 후 한 학기가 가고 여름방학이 다 지나도록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아르바이트도 관련 경력이 없으면 쉽지 않다. 경력을 쌓으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하려면 경력이 있어야 한다. 모순되는 이야기지만 고용주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지 인력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사람이 아니다. 당장 도움이 되는 사람을 찾을 수밖에.
그 힘든 일을 참아냈다는 것이 대견하기도 했고, 너무 급하기도 해서 채용을 했다. 하지만 첫 주를 지켜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아이고, 초보는 초보로구나.
무슨 말이든 속삭이는 사람이 있다. 그 직원이 그랬다.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귀를 쫑긋 세우고 계산대 쪽으로 머리를 기울였다.
설거지를 하면 그릇을 하나하나 세는 사람이 있다. 그 직원이 그랬다. 기왕 세는 거면 거품이라도 묻혀 가며 세면 좋을 텐데.
정면을 보면 옆이 안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 직원이 그랬다. 손님이 찾을 때면 슬그머니 그 옆으로 다가가 손을 크게 흔들어 주고 싶어졌다.
도대체 얼마나 기다려 줘야 할까. 그렇다고 내보낼 수도 없었다. 하필 열흘간 계속되는 큰 행사가 코앞이었다. 당장 누구라도 있어야 했다. 그냥 마음을 비울 수밖에. 분리수거나 잘하고, 마감 절차를 잘 지키고, 청소만 잘해 줘도 그게 어디냐? 도를 닦는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그렇게 어찌어찌 한 달이 지났다. 그사이 매장 풍경이 달라졌다.
"내가 잠깐 손님 받을 테니까 어서 김밥 좀 먹어요."
"아, 저 이따 먹을게요. 제가 손님 받겠습니다."
"사장님. 그거 그냥 두세요. 제가 할게요."
그 직원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그거, 제가 할게요."
일을 잘한다. 착하고 성실하다. 지각도 결근도 없다. 그 직원이 홀에 들어오면 나는 마음 편히 퇴근을 준비해도 된다. 어느덧 오전 직원과 나란히 앉아 마감 직원을 칭찬하는 일이 많아졌다.
"○○ 씨가 어제 마감하는 걸 보니까…." 내가 요즘 조금 신이 나 있는 듯 보이는 것은 다 그 직원 덕분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봄에 뽑았던 경력자는 정반대였다. 다양한 일을 해 본 사람이었고, 면접 때부터 뭐든 잘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첫 출근부터 일하는 모습이 흡족했고 일을 가르치던 기존 직원도 잘한다고 칭찬했다. 며칠 뒤 갑자기 문자가 날아왔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지만 실제 일을 해 보니까 업무 강도가 높아서 계속 근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인정은 한다. 행사가 겹쳐 유난히 바쁜 시기이긴 했지만 우리 매장이 평소에도 바쁜 건 사실이다. 경력이 있다고 해서 매장의 바쁜 사정까지 이해하는 것은 아닌데, 나는 그저 '경력자니까 잘하겠지'라고만 생각했다.
사장 입장에서 초보를 뽑는 일이 쉽지는 않다. 가르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이 만만치 않기에 급하지 않았다면 경력자를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경력이 없던 직원이 매장의 든든한 기둥이 되기도 하고, 경력이 늘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도 마감 시간이면 "그거, 제가 할게요"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급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래도 그때 건넨 기회가 내게도 큰 도움이 된 셈이다. 청년들이 첫 일자리를 조금 더 쉽게 만났으면 좋겠다.
[매일경제 2026.10.24]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218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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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7시간 전
어멋! 엄청 오랫만에 오셨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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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모
4시간 전
근래 SNS를 자주 못 하고 있네요~ 날이 추워진다니 건강 신경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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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석
4시간 전
간만에 뵙습니다. 역시 좋은 글을 가지고 돌아오셨군요. 가벼운 글로도 자주 봴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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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철
2시간 전
태도는 좋은 친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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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철
45분 전
저도 얼마전에 폐업전까진 자영업을 하였으니 강선생님의 마음일 십분 이해합니다. (카페는 너무 안되서 폐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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