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유변호사
2026.07.17.
재건축·재개발, 시공자를 제대로 뽑는 방법
저는 20년 넘게 재건축·재개발 전문변호사로 일해 왔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조합을 자문하고 소송을 수행했지만, 시공자 선정 자체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아껴 왔습니다. 시공자 선정은 결국 조합원들의 선택이고, 제가 직접 관여할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침묵을 깨야 할 것 같습니다.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공사가 처음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것입니다.
최근 강남의 한 대규모 재건축 단지에서는 조경과 내부 마감 문제를 둘러싸고 조합원들이 시공사 본사와 아파트 단지, 구청 앞에서까지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단지의 이미지와 자산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우리는 진지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정비사업에서 시공사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회사가 아닙니다.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조합은 시공자를 선정할 때 화려한 제안서와 사업조건에만 집중하고, 과거 사업 수행에 따른 평판에 대한 검증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현장을 지켜보며 한 가지 의문을 계속 가져왔습니다.
왜 공사 중단 사례가 있었던 회사, 조합원들과 심각한 갈등을 반복해 시위가 이어졌던 회사, 준공 이후 하자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회사가, 다른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다시 시공자로 선정되는 것일까요?
이러한 내용은 대부분 언론 보도와 공공기관 자료 등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현장만큼은 다를 것이다"라는 기대만으로 다시 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 결과는 어떠합니까?
공사 중단과 조합원 시위, 하자 분쟁이 반복되어 언론에 보도되어도, 시공자들이 그러한 평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갑니다.
만약 앞으로 목동이나 압구정과 같은 주요 재건축 사업지에서 시공자를 선정할 때 공사 중단 이력, 조합원과의 분쟁, 하자 관리 실적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저는 조합원들에게 꼭 한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공자를 선택할 때는 제안서보다 평판을 먼저 보십시오.
브랜드보다 중요한 것은 약속을 지키는 기업문화입니다.
화려한 홍보보다 중요한 것은 공사를 끝까지 책임 있게 수행한 실적이고, 조합원과의 신뢰이며, 준공 후에도 만족할 수 있는 품질입니다.
정비사업은 10년 이상 이어지는 긴 여정입니다. 처음의 작은 선택 하나가 조합원들의 삶과 자산 가치를 수십 년 동안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공자 선정은 '누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는가'보다 '누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회사인가'를 먼저 묻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반가운 사실도 있습니다.
국내에는 ①처음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고, ②공사 품질과 하자 관리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③조경과 내부 마감에서도 높은 만족도를 보여주는 시공사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정비사업의 성공은 약속을 지키는 시공자, 평판을 두려워하는 시공자를 선택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평판을 무시하는 회사는 여러분 아파트도 무시합니다.
김수희 노래 중 ‘단현’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악연을 끊어버리자’는 내용입니다. 이제 우리도 평판을 무시하는 악연을 끊어버릴 때입니다.
{법무법인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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