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ttJun
2시간 전
#실리콘밸리연대기 - ATTJ컴퍼니 #8
연 12만 달러짜리 첫 계약서 41쪽. 두 조항이 스타트업의 책임을 무한으로, 고객의 책임을 3만 달러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파일럿이 끝난 물류회사가 보낸 주 서비스 계약(MSA). COO는 전 직장에서 이런 계약서를 보내는 쪽이었고, 두 조항에서 멈췄습니다. 12.2조, 공급자는 서비스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청구에 대해 고객을 면책하고 방어한다, 상한 없음. 13.1조, 고객의 책임 총액은 직전 3개월 대가를 초과하지 않는다. "방어한다"는 말은 누군가 고객을 상대로 소송을 걸면 그 변호사 비용을 첫날부터 스타트업이 낸다는 뜻입니다.
변호사가 먼저 짚은 것은 이것이 고객 쪽 양식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미국 B2B 계약은 대개 큰 쪽의 양식으로 시작하고, 큰 쪽에게 유리하게 적혀 있습니다. 출발점이지 최종안이 아니고, 벤더가 수정을 요청하면 조정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서울의 CEO가 물었습니다. 한국에서 대기업과 계약할 땐 이런 걸 못 고쳤는데 미국은 다릅니까. 반반입니다. 협상력은 기울어 있지만, 미국에서는 벤더가 책임 제한을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로 받아들여집니다.
면책(Indemnification)은 "어떤 손해를 물어주는가", 책임 제한(Limitation of Liability)은 "얼마까지"를 정합니다. 고객 양식은 앞을 "모든 것"으로, 뒤를 "한도 없이"로 적어두었습니다. 고친 것은 셋입니다. 범위, "모든 청구"를 "제3자의 IP 침해 주장"으로. 벤더의 IP 면책은 업계 표준이라 받되, "모든 청구"는 AI 결과물을 보고 고객 직원이 내린 결정까지 들어오는 문장이라 좁힙니다. 상한, 양쪽 다 직전 12개월 대가 12만 달러로, 간접 손해는 양쪽 배제. 고객 물류가 하루 멈춘 손해를 지는 구조는 회사 하나를 거는 구조입니다. 예외, 비밀유지 위반·고의중과실·IP 면책은 상한 밖에 남습니다. 이것도 표준이고, IP 면책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쓰고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 제공사의 약관에 출력물 IP 침해 면책이 있어서 책임의 상당 부분을 제공사에 되물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유출은 "상한 밖" 대신 12개월 대가의 세 배라는 별도 상한으로.
고객 양식에 없던 조항도 하나 넣었습니다. AI 결과물은 보조이고 최종 판단과 책임은 고객 몫, 정확성은 보증하지 않음, 고객이 보내는 데이터의 권한은 고객이 보증. "이걸 넣으면 고객이 제품을 왜 쓰냐고 하지 않겠습니까." AI 벤더 계약에서는 이미 일반적인 조항이라, 고객 법무팀도 비슷한 문구를 여러 번 봤을 것입니다.
3주 뒤 돌아온 답은 대부분 수용이었고, 데이터 유출 상한에는 사이버 보험 증명서 조건이 붙었습니다. 한국에서 CEO가 서명했던 B2B 계약서는 10쪽 안팎에 손해배상은 "계약 위반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한다" 한 줄이었습니다. 얼마를 물어주는지는 분쟁 뒤 법원이 정했습니다. 미국 계약서가 41쪽인 이유는 그 답을 서명하기 전에 적어두기 때문입니다.
https://www.attorneyjun.com/attj-08-first-msa-indemnification-c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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