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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페로
6시간 전
<나라는 빚을 줄일 수 있을까?(4편)> 1편에서는 국가 부채의 현황과 장기금리 추세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2편에서는 장기금리에 대해 더 높은 기간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된 이유, 3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국채 수요 창출과 금리를 관리하기 위한 재무부·연준의 정책과 한계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 이제 4편에서는 드디어 부채는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에 따르는 고통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4. 부채를 줄이는 방법 ​ (1) 부채비율의 이해 ​ 부채비율은 다음의 공식을 통해 산출합니다. ​ ☆ 부채비율(%) = 정부부채 잔액 ÷ 명목 GDP × 100 ​ 공식을 살펴보았을 때 부채비율을 낮추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정부부채 잔액을 줄이든지, 경제성장을 통해 명목 GDP를 올리든지 해야 합니다. ​ 세부적으로 부채 잔액과 GDP에 영향을 미치는 네 가지 변수를 살펴봄으로써,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시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알아보겠습니다. 부채비율의 내년 값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분자와 분모를 각각 해부해 보겠습니다. ​ 분자(부채 잔액)를 움직이는 변수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이자율"입니다. 올해 진 빚에는 1년 동안 이자가 붙고, 적자 정부는 이자 낼 돈도 통상 국채를 찍어 마련하니 이자는 고스란히 새 빚이 됩니다. 둘째는 "기초재정수지", 즉 이자를 뺀 나라 살림의 수지입니다. 적자면 그만큼 새로 빌려 분자에 더해지고, 흑자면 그만큼 빚을 갚아 분자에서 빠집니다. ​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내년 부채 = 올해 부채 + 이자 + 기초적자 (흑자면 마이너스) ​ 분모(명목 GDP)를 움직이는 변수도 두 가지입니다. "실질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입니다. 경제가 실제로 성장해도, 물가가 올라 같은 물건이 비싸져도 명목 GDP는 커집니다. 빚을 한 푼도 안 갚아도 분모가 커지면 비율은 내려갑니다. 일본이 그랬습니다. 부채는 그대로인데 물가가 명목 GDP를 키워 부채비율의 정점이 낮아졌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빚을 녹인다'는 말은 분모를 부풀린다는 뜻입니다. 예시를 들어 위 변수들이 부채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겠습니다. ​ 부채 100, GDP 100인 나라 A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자율 4%, 기초적자 3, 실질성장 2%에 물가 2%라고 하면(실질성장률 + 물가 = 명목성장) ​ 내년 분자 = 100 + 이자 4 + 적자 3 = 107 내년 분모 = 100 + 성장 2 + 물가 2 = 104 내년 부채비율 = 107 ÷ 104 = 102.9% ​ 부채비율이 한 해에 3% 포인트 가까이 올랐습니다. 분자는 이자율(4%)의 속도로 크는데 분모는 명목 성장률(4%)의 속도로 크니 둘은 분모와 분자에 똑같이 반영되었는데도, 기초적자 3이 고스란히 부채비율을 밀어 올린 것입니다. 여기서 이자율이 성장률보다 높아지면 적자를 안 내도 비율이 저절로 오르고, 2010년대처럼 이자율이 성장률보다 낮으면 적자를 좀 내도 비율이 버틸 수 있습니다. ​ 이렇게 부채비율 식을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가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은 네 개뿐이라는 게 보입니다. • 분모 쪽의 성장과 물가 관리, • 분자 쪽의 이자율과 기초수지입니다. 각 방법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 (2) 부채비율 관리방법 ​ 첫째, 성장률 높이기 가장 고통이 없는 길이고, 모든 정부가 약속하는 길입니다. 한국 정부도 2026년 예산을 8.1% 늘리면서 "성장잠재력을 높여 세입 여건을 개선하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선순환"을 명분으로 들었습니다. 문제는 성장이 쿠팡이츠처럼 주문한다고 집 앞으로 배달 오는 게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정책이 실제 계획대로 실행되어 장밋빛 전망을 실현시키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눈앞에 놓여 있고, 정부가 야심 차게 발표한 성장은 정치 공약처럼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면 그 끝에는 성장을 명분으로 늘린 지출이 빚으로만 덩그러니 남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 둘째, 물가로 녹이기(이자율 조정) 정확히 말하면 이자율 자체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이자율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게 묶어두는 것"입니다. 명목금리를 명목성장률(실질성장률 + 물가상승률)의 합 아래에 오래 붙들어두면, 빚의 액면은 그대로여도 경제의 명목 크기가 커지면서 부채의 실질가치가 저절로 녹습니다. 이것이 '금융억압'입니다. 앞서 언급드렸듯 이것을 억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국가가 보유한 부채의 실질가치를 낮추고 그 부담을 나머지 경제 주체에게 짊어지운다는 점에서 국가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2차 세계대전 뒤 미국은 장기금리를 2.5%에 못 박아둔 채 물가가 뛰게 놔두는 방식으로 부채비율을 낮췄습니다. ​ 주의할 점은 방향입니다. 물가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은 국가가 추구하는 바이지만,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부채비율 관리에 오히려 역행하는 결정이 됩니다. 부채의 실질가치를 녹이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이용하는 정책은 물가를 잡는 정책이 아니라 물가를 이용하는 정책입니다. 반대로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올리는 순간 이자 부담으로 부채 잔액이 급증하여 부채비율에는 악영향을 미칩니다. 이 부분은 헷갈릴 수 있으니 잘 보셔야 합니다. ​ 셋째, 기초재정수지 흑자 내기 세금을 더 걷거나 지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이것이 유일하게 빚의 총량 자체를 건드리는 변수입니다. 1) 증세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인상, 감세 철회, 물가에 맞춰 과세표준 조정을 하지 않는 '조용한 증세' 같은 방법이 있습니다. 증세는 기업의 법인세 차감 후 수익을 감소시키고, 소득세와 부가세 인상은 국민들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킵니다. 그만큼 국민적 저항을 불러오고, 정치인으로서 선택하기 쉽지 않은 정책입니다. 2) 긴축 지출 쪽은 공무원 정원과 임금 동결, 복지 급여 삭감, 연금 수급 연령 상향, 공기업 구조조정, 보조금 폐지 등이 있습니다. 지출 감축이 증세보다 어려운 이유는 간단합니다. 증세는 세금을 내는 사람이 넓게 조금씩 손해를 보지만, 지출 감축은 특정 집단에게 고통이 집중됩니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과 복지 삭감에 따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시위에 나서게 됩니다. ​ 5. 고통의 크기 ​ (1) 프랑스 — 연금개혁의 실패와 그 대가 ​ 2023년 1월 프랑스 정부는 연금 수급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개혁안을 내놨습니다. 고작 2년입니다. 그해 1월 19일 100만 명 넘는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수십 년 만의 최대 규모였습니다. 열차가 서고 쓰레기가 거리에 쌓였습니다. 정부는 하원 표결 없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헌법 49조 3항을 발동했고, 두 차례 불신임안을 가까스로 넘겼습니다. 덕분에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 국민적 저항을 뚫고 개혁은 통과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개혁은 실제로 시행되기 전에 좌초되고 맙니다. 르코르뉘 총리는 임명 14시간 만에 사퇴했다가 재임명되는 곡절 끝에, 2025년 12월 사회당의 지지를 얻는 조건으로 연금개혁을 중단시켰습니다. 중단 비용은 2026년 3억 유로, 2027년 19억 유로로 추산됩니다. 2026년 적자 목표는 4.6%에서 5%로 후퇴했고, 프랑스 경제는 2026년 1분기에 정확히 0.0% 성장했습니다. ​ 연금개혁 철회의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 채권시장은 이미 바이루 정부가 무너진 직후 프랑스 10년물 금리를 '재정 불량국'으로 불리던 이탈리아와 같은 수준(3.47%)까지 밀어 올렸고, 한때는 루이비통 모기업 같은 자국 대기업의 회사채보다 국채 금리가 높아지는 역전까지 벌어졌습니다. 나라가 기업보다 못 미더운 차입자가 된 것입니다. • 피치는 바이루 총리가 물러난 지 사흘 만에 프랑스를 사상 처음 싱글A로 내렸고, S&P가 뒤따랐으며, 무디스는 연금개혁 연기를 콕 집어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습니다. • 금리가 오르자 이자가 부채를 앞질러 뛰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의 국채 이자 비용은 2024년 580억 유로에서 2026년 770억 유로로 불어나 사상 처음 국방 예산을 넘어섰습니다. 회계감사원장은 2026년 보고서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부채 질식은 위험이 아니라, 우리 재정의 현재 상태다." ​ 그리고 이 모든 논쟁이 오가는 동안에도 부채의 시계는 계속 돌고 있습니다.프랑스의 공공부채는 2026년 1분기 말 3조 5,360억 유로, GDP의 117.5%를 넘었고, 회계감사원은 올해에만 1,600억 유로가 더 쌓일 것으로 봅니다. 이 증가 규모를 초 단위로 나누면 1초에 약 5,000유로, 우리 돈으로 750만 원씩 늘어나는 셈입니다. 여러분이 이 문단을 읽는 30초 사이에 프랑스의 빚은 15만 유로, 2억 원 넘게 불었습니다. ​ 128만 명이 거리로 나와 지킨 것은 연금 수급 연령 두 살이었고, 그 사이에도 청구서는 1초도 쉬지 않고 길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연금 수급 연령 수호와 부채의 청구서 사이의 트레이드오프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보이시나요? ​ (2) 그리스 — 강요된 디레버리징의 고통 ​ 프랑스는 스스로 줄이려다 실패한 사례입니다. 이번 사례는 강제로 부채를 줄여야 했던 그리스의 고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2009년 말 그리스 정부부채는 GDP의 129%, 재정적자는 15.5%였고, 부채의 75%를 외국인이 들고 있었습니다. 2010년 시장이 그리스의 상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자 국채금리가 폭등했고, 그리스는 EU·ECB·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긴축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긴축의 규모는 정부가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디레버리징을 진행하며 2008년에서 2013년까지 그리스의 실질 GDP가 25% 줄었습니다. 실업률은 8%에서 27.5%로, 청년 실업률은 58.3%까지 올랐습니다. 장기 실업자가 전체 실업자의 73.5%를 차지했습니다. 저소득층 가운데 비용 때문에 병원 진료를 못 받았다는 응답이 2008년 7%에서 2013년 13.9%로 두 배가 됐습니다. ​ 그리고 이 모든 고통에도 부채비율은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129%에서 출발한 비율은 2013년 174%, 2015년 196%로 올랐습니다. 부채비율의 분자인 부채 잔액을 줄이려다 분모가 더 빨리 줄었기 때문입니다. IMF는 2013년 사후평가에서 스스로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프로그램은 재정승수를 0.5로 가정했습니다. 이는 정부 지출을 GDP의 1% 줄이면 GDP가 0.5% 준다는 뜻입니다. 실제 재정승수는 1을 훌쩍 넘었습니다. 정부가 지출을 줄인 것보다 더 많이 GDP가 감소한 것입니다. ​ 가계가 빚에 눌려 있고 통화정책으로 상쇄할 수 없는 경제 상황에서, 긴축은 예상의 두 배 넘게 경제를 위축시켰습니다. 2018년에도 실업률은 20%였고, 그리스는 2010~2016년 노동생산성이 뒷걸음질한 유일한 OECD 국가였습니다. ​ (3) 두 사례가 말하는 것 — 디레버리징은 튼튼할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 디레버리징에 따르는 고통은 스스로 선택한 고통과 강요된 고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기를 선택했지만, 정치는 대중에 굴복하고 고통을 감수하는 선택을 번복했습니다. 그리스는 채권자들이 고통의 크기를 선택했고, 고통의 결과는 예상보다 더 가혹했습니다. ​ 디레버리징이 경제를 위축시키는 그리스의 사례를 바탕으로, 디레버리징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 세금을 올리면 기업의 이익이 감소하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듭니다. • 지출을 줄이면 공공부문 일자리와 이전소득이 줄어듭니다. 둘 다 이익과 소비를 줄이고, 소비가 줄면 기업 매출과 민간 일자리가 줄고, 정부의 수입인 세수가 다시 줄어듭니다. 이 순환의 강도가 바로 앞서 말씀드린 "재정승수"입니다. 재정승수가 1보다 크면 긴축은 부채비율을 오히려 올립니다. 바로 그리스가 그랬습니다. ​ 그래서 디레버리징은 증세와 긴축으로 기업의 이익과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도 버틸 수 있는, 경기가 좋은 상태일 때, 그리고 이자율이 성장률보다 낮을 때부터, 유비무환의 자세로 조금씩 오랜 기간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 문제는 경기가 좋을 때 아무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 다음 시간, 마지막 편에서 디레버리징의 태생적 한계와 이 이야기의 결론을 맺어보려고 합니다. (5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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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5시간 전
한번 늘어난 국가부채는 줄이기 정말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우리나라 내년 예산이 820조라는데 너무 지나쳐요. 줄이는 시도를 해서 성공사례를 남기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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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기
5시간 전
1번 2번도 고통이 크긴 마찬가지입니다. 3번을 하면 좋은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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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페로
5시간 전
답은 3번 밖에 없습니다 ㅠㅠ 아무도 터지기전에 하지 않으려는게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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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제자
4시간 전
3번이 최선인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데 절대절대 안하겠죠. 그래서 어려운 겁니다. 내년 예산 820조. 제정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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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페로
3시간 전
전부 쌓이고 쌓였는데, 이제는 중독되버렸죠. 어차피 나때는 안터진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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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영
3시간 전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 공부 많이 가르쳐주시는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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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페로
3시간 전
열심히 계속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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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사운드
2시간 전
슈페로님 글 뜨면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 드려용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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