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온화
2026.08.05.
나는 왜 그토록 돈을 미워했는가, 그리고 그 미움은 누구의 밥벌이였는가
인문학에 심취해 있던 시절이 있었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믿었고, 그걸 가르쳐 줄 사람을 지독하게 성실히 찾아다녔다. 지금 돌아보면 일종의 순례였는데, 문제는 순례의 목적지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이가 든 뒤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들도 돈 앞에서는 그다지 신사적이지 않았다. 다만 태도가 이중적이었을 뿐이다. 스스로 벌려 하지 않고, 번 사람을 악마화했다. 그 악마화가 그들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한참 지나서야 알아챘다.
그들 역시 젊은 날 누군가에게 설득당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같은 논리로 다음 세대를 설득한다. 젊은이들은 그 말에 삶의 궤적을 통째로 갈아 넣는다. 자신이 소모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우아한 신념이라 여기면서.
수행자도 종교인도 아니라면, 인심은 결국 곳간에서 나온다. 이건 냉소가 아니라 관찰이다. 곳간이 빈 사람의 인심은 대체로 말뿐이고, 말은 공짜라서 그들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자원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토록 돈을 미워했을까. 아마 그 미움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쓸모 있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렸으니 다행이라 해야 하나.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이 결론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낭비한 시간은 청구서를 남긴다. 그리고 청구서는 대개, 이자가 붙어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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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이태호
2026.08.05.
현실에 발을 딛지 않은 자의 말은 공염불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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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온화
2026.08.06.
공염불도 반복하면 시가 되긴 합니다. 다만 그 사이 통장은 여전히 비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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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2026.08.05.
제가 비평가들을 싫어하는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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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온화
2026.08.06.
비평가를 미워하실 것 없습니다. 그들도 원고료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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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er
2026.08.05.
이코 하시면서 앞으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온화님께 행운이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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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온화
2026.08.06.
직접 행운까지 빌어주시니 영광입니다. 이코와 함께 저도 곳간을 좀 채워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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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철
2026.08.05.
돈을 미워하는것도 어떻게 보면 결핍을 극복하려는 방어기제가 아니었을까요? 제가 그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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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온화
2026.08.06.
저도 비슷한 결핍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방어기제란 걸 알아챈 뒤로는, 경멸 대신 아끼고 투자하는 쪽으로 회로를 바꿔봤습니다. 곳간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채우는 게 다음 과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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