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觀海
2026.06.05.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자산시장에 영향을 주곤 한다. 우린 주로 주식시장만 생각하지만, 영국에서는 채권시장이 더 중요하다.
영국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둔 5월 5일 30년물 국채금리가 5.79%까지 상승했다.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언론이 경보를 울렸다. 좀 더 부연설명하면,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가격 하락을 의미하고 부채가 많은 선진국에게선 국가가 부담해야 할 이자가 늘어나서 증세나 재정수단 감소 등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사실 영국 사람들은 지방선거에선 양당제의 붕괴와 Reform UK의 약진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채권시장은 달랐다. 시장이 걱정한 것은 노동당의 패배가 아니었다. 재정준칙이었다.
노동당이 지방선거에서 크게 지면 당내에서
“긴축을 그만하자.”
“복지를 더 늘리자.”
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시장은 그걸 걱정했다.
영국은 2022년 Liz Truss 전 총리 시절 이를 한 번 경험했다. 무리한 재정계획 발표 이후 국채금리는 급등하고 파운드화는 폭락했다. 결국 최단기간 재임 총리로 기록됐다.
그래서 이번에는 모두가 Starmer 총리의 입을 봤다. 당내 반발을 진압할 것인가 아니면 백기투항하고 재정준칙을 어길 것인가?
5월 8일, “I’m not going to walk away from those challenges and plunge the country into chaos.”
(나는 이 문제들로부터 도망치지 않겠다. 그리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지 않겠다.)
5월 10일, “This government is a 10-year project.”
(이 정부는 10년 프로젝트다. 재임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노동당스럽지 않은 총리가 본인의 강점이자 약점인 지루하고 완고하게 뚜벅뚜벅 가니 시장은 되려 안심한다. 왜? 채권시장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Kier Starmer를 돕는지 며칠 뒤 영국에는 이른 무더위가 찾아왔고 Arsenal의 Premier League 22년만의 우승이 사람들의 관심을 정치에서 스포츠로 돌려놓았다. 곧 월드컵도 시작된다. 이제 영국인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계절이다. 수장을 교체해서 불만을 제거할 필요가 없어진다.
런던에서 근무할 때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영국 정치는 생각보다 시장을 많이 의식한다. 시장을 이기려 하기보다 시장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먼저 읽으려 한다.
정치는 시장을 읽어야 한다. 이 시장의 고관여자가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을 우려하는지, 무엇을 신뢰하는지를 읽어야 한다.
정치가 시장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신뢰다. 그리고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한국의 지방선거와 이틀간의 주식시장 흐름을 보며
5월의 영국이 생각났다.
정치권에서 받는 보고서에는 당연히 이런 얘기가 담기지 못한다. 보고서는 형식이 더 중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인만의 六感이 있어야 한다.
이제 곧 월드컵이다. 사람들의 눈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더 자극적인 곳으로 눈이 향하기 마련이다.
觀海
제 서재에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남겨두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천천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사행건樂 by 戒盈杯>
https://m.blog.naver.com/realguy81/224307112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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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아빠
2026.06.05.
글 잘 읽었습니다. 혹시 영국정치도 우리나라 여야처럼 갈등이 심한가요?? 지역구도도 있나요? 나중에 한번 다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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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海
2026.06.07.
영국은 미국과 같이 양당제 국가라고 평가됩니다. 대영제국에 대한 향수를 품고 사는 귀족 중심의 보수당과 노동조합이 최대주주인 노동당의 간극은 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책엔 여야가 없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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