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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9.
행상과 군중심리. 어느 행상이 길에서 양말을 팔고 있었다. 어떤 손님이 물었다. "그거 전부 나이롱 아니유?" 행상이 큰 소리로 답했다. "맞아요 어머니, 소도 못신는 물건입니다, 전부 중국산입니다." 지나가던 손님이 소도 못신는 물건이라는 말이 우스웠는지 발걸음을 멈추고 가까이 다가와서 물건을 보며 말했다. "이쁜게 뭐 이리 많아?" 지나가던 다른 손님도 멈춰서 행상 얼굴 한 번 훑어보고, 물건 한 번 훑어보고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다. 나이롱 여사는 행상을 째려보고 갈 길을 갔다. 손님이 조금 몰려 행상은 영업 활동을 시작했다. "고급면은 다섯 켤레 만원, 일반면은 일곱 켤레 만원도 있고 좀 더 저렴한 것은 열켤레 만이천원도 있습니다." 손님들이 여럿 모여 있자 지나가던 여자들이 하나 둘 몰려 들어 세 사람 정도 서 있게 되었다. 질문도 멘트도 각양 각색. "어머 이거 이쁘다. 도톰하니 좋네" "발목 편한 건 없어?" "요런건 처음 보네" "면이 몇 프로야?" "사이즈가 어떻게 돼?" "우리 딸 신을거 있어?" "애기 것도 있어?" 웅성거리다보니 발걸음을 멈춘 사람은 점점 늘어나 대여섯 사람으로 늘어났고, 처음에 나이롱이냐고 물었던 손님도 어느덧 다시 대열에 합류해 물건을 이리 만지고 저리만지고 있었다. 나이롱 여사는 입이 근질거렸지만 꾹 참고 있는 듯 보였다. 사람이 더 몰리자 행상은 바빠졌다. 서너 사람이 동시에 질문을 던지고 물건을 손에 들고 흔들며 나부터 도와달라고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행상은 곧 할 일 없이 계산만했다. 사람들이 서로 이게 좋니 저게 좋니 가격은 얼마니 알아서 정보를 나누고 있었다. 손님들이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말했다. "아휴, 양말은 왜 맨날 한짝씩 없어." "그러게요 호호" 행상은 크게 외쳤다. 자, 이제 영업 한 시간 남았습니다. 마지막 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손님이 더욱 몰려 이제 행상 주변은 투기장처럼 왁자지껄해졌다. 젊은이, 노인, 남자, 여자 모두가 모였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고, 나이롱 여사는 여전히 물건을 만지작 거리며 계속 행상 앞에서 머물렀다. 다른 손님이 모두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 행상은 나이롱 여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애들 셋을 데리고 있는 다둥이 엄마 손님도 한쪽 귀퉁이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어깨엔 무거운 장바구니,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고 단단하고 강인한 인상이다. 다둥이 엄마가 묻는다. "사장님 좀 더 저렴한 물건도 있나요." 다둥이 엄마는 한정된 예산으로 가정을 운영해야한다. 모든 선택에 신중하다. 행상이 답한다. "여기 열켤레 오천원짜리도 있지요" 상품택도 없고, 먼지도 조금 묻어 형편없어 보이지만 사실 가장 비싼 면으로 만든 물건이다. 대기업 납품이 취소되어 행상의 손으로 흘러들어왔고, 행상은 잘 알고 있다. 다둥이 엄마는 스무켤레를 산다. 아이들을 신키려고 한다. 행상은 어린딸들이 핑크색 양말을 갖고 싶지만 대견하게 엄마에게 조르지 않는 것을 눈치로 안다. 행상이 아이들 손에 핑크색 양말을 쥐어주니 풀죽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웃는다. 세 사람에게 공평하게 하나씩 준다. 이제 나이롱 여사만 남았다. 나이롱 여사가 말한다. 알록달록한 등산복에 화려한 핑크색 립스틱의 나이롱 여사. "저기, 사장 한 켤레 더 주면 안 될까?" 행상이 답한다. "얼른 가져가슈. 절대로 어디가서 싸게 샀다고 얘기하지 말아요." 나이롱 여사는 물건도 하나 더 얻고 비닐 봉지도 두 장이나 챙겨 하하 호호 웃으며 황급히 사라진다. 행상은 오늘도 기분이 묘하다. 하나의 선택이 절실한 다둥이 엄마는 가장 좋은 물건을 가장 저렴하게 샀다. 협상가 스타일의 나이롱 여사는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행상을 공격하기도 하고 돕기도 한다. 물건이 필요해서 사는 사람보다, 남이 사기 때문에 사는 사람도 아주 많다. 필요가 없어도 사야하는 이유를 만들어서 산다. 내가 사는 게 정당해야만 하기에 주변에도 좋다고 알려 전염이 빠르게 일어난다. 행상은 생각한다. 군중 속 사람의 얼굴을 생각한다. 기본을 지키자. 나쁜 물건은 절대 팔지 말자.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행상은 구청 단속반이 오기 전에 자리를 정리하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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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여자
2026.03.09.
글 읽으면서 상황을 생각해봤습니다. 이 글을 왜 쓰셨을까? 인간심리에 대해서..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글 감사합니다.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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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9.
제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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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현
2026.03.09.
묵직합니다. 뭘 가르쳐 주신 겁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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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9.
누굴 가르칠 그릇은 전혀 아닙니다 ㅎㅎ. 다만 평범한 사람의 희망이 승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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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철
2026.03.09.
주식시장을 고대로 투영한 좌판이군요. 양말이란 어차피 빨면 그만인데.. 사장님이 다둥이엄마가 안쓰러워서 싸게 주신건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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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9.
그런건 아닙니다. (애기들 선물은 주었지만) 독거노인 봉사는 어떻게 하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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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2026.03.09.
왜 쓰셨는지 알거 같아요. 곱씹으면 읽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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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9.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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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아빠
2026.03.09.
다둥이 엄마가 지혜로운게 아니라 사장님이 자비를 베푸신거 같은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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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9.
"다둥이 엄마"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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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철
2026.03.10.
독거노인 봉사는 제가 크리스찬이라 뜻을 함께하는 교회 분들과 반찬배달 집수리, 청소봉사를 조를 짜서 합니다. 행정 봉사도 하는데 글을 잘 모르는 어르신도 있고 복지혜택을 몰라서 못받는 분도 있어서 주민센터나 복지기관과 연결시켜드리고 있습니다. 목욕,이발봉사 하는 분도 계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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