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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海
3시간 전
세계적인 미술품과 수집가들은 매년 10월 런던으로 모이는 이유를 아시나요? 오늘 10월 18일,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이 막을 내립니다. 2003년 미술잡지에서 시작된 프리즈는 스위스 아트 바젤과 함께 세계적인 아트페어로 성장했습니다. 올해는 48개 국가·지역에서 약 300개 갤러리가 참가했습니다. 10월의 런던은 여름을 보내고 겨울을 준비합니다. 테니스와 크리켓의 여름이 지나면 미술의 가을이 찾아옵니다. 리젠트 파크의 프리즈뿐 아니라 런던 곳곳에서 국제 아트페어와 크리스티, 소더비의 경매가 열립니다. 런던 전체가 거대한 미술시장으로 변하는 계절입니다. 런던에서 3년을 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문화시장의 힘이었습니다. 저에게 2024년 가을은 특별했습니다. 한국 예술이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지인 런던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준 해였기 때문입니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에는 한국 건축가의 작품이 들어섰고, 테이트 모던과 헤이워드 갤러리에서는 한국 작가들의 대규모 전시가 열렸습니다. 그해 10월, 하이드 파크 옆 대사관저에서 한국과 영국의 예술인들을 만났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그 흐름은 올해도 이어졌습니다. 2026년 프리즈 런던에는 국제갤러리와 갤러리바톤 등 한국 갤러리들이 참가했습니다. 한국 작가 김아영은 신진 작가를 추천하는 국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그의 추천을 받은 이의성 작가는 실린더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한국 예술이 세계무대에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역할까지 맡게 된 것입니다. 런던에 살면서 런던의 문화적 위상을 부러워하며, 우리를 고민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고, 이를 알아보는 갤러리와 수집가, 자본이 모여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듭니다. 대영제국은 사라졌고 브렉시트로 영국은 유럽연합에서도 탈퇴했습니다. 그런데도 런던에는 여전히 세계의 문화와 자본이 모입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문화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19세기 파리는 산업화와 제국의 팽창으로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발전했습니다. 식민지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모였고, 예술가들은 새로운 표현을 실험했습니다. 파리는 근대미술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뉴욕이 부상했습니다. 세계의 자본과 유럽에서 건너온 예술가들, 다양한 이민자들이 만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뉴욕은 현대미술과 거대한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도쿄의 존재감이 커졌습니다. 일본의 막강한 경제력이 미술과 디자인, 패션에 투자됐고, 서구에서 아시아 문화를 대표하는 나라로 인식되던 일본은 자신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일본 특유의 미학에 만화와 애니메이션, 패션이 결합하면서 도쿄만의 문화적 영향력을 만들어냈습니다. 런던은 또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오랜 왕실과 귀족문화, 미술품 수집과 경매의 전통 위에 1990년대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가 등장했습니다. 젊은 예술가들과 음악, 패션이 영국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었고, 테이트 모던과 프리즈는 그 에너지를 세계적인 미술시장으로 연결했습니다. 네 도시의 역사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과 시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돌아보면 제가 런던에서 만난 것은 영국의 문화만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에 모인 세계의 문화였습니다. 이제 저는 서울을 생각합니다. 한국 문화의 매력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만들어내는 능력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김치라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듯, 한류 역시 세계 각국의 문화와 만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음악과 영화, 드라마와 음식, 패션이 이미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리와 뉴욕, 도쿄와 런던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계 문화도시가 됐듯이, 이제는 서울이 그 바통을 이어받기를 희망합니다. 세계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찾아오고, 다양한 문화와 자본이 만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도시. 언젠가 세계의 예술인들이 서울의 가을을 기다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觀海 제 서재에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남겨두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천천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사행건樂 by 戒盈杯> https://m.blog.naver.com/realguy81/224445517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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