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캉
2시간 전
<환율은 왜 이렇게 빠졌고, 우리나라는 어느 쪽을 원할까>
원달러 환율이 심상치 않은 속도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일 장중 고점 1559.2원을 찍은 뒤, 9월 7일에는 장중 1334.7원까지 밀리며 2024년 10월 이후 약 1년 11개월 만에 1330원대에 진입했습니다. 두 달 만에 224원 넘게 빠진 셈입니다. 다만, 국민연금의 환헤지 중단 소식이 알려지며 낙폭을 일부 되돌리고 1340원대로 마감했습니다.
지금 환율은 원화 강세(하락) 요인과 원화 약세(반등) 요인이 팽팽하게 맞서는 국면입니다.
하락(원화 강세) 쪽으로 미는 힘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반도체 수출 호조와 경상수지 흑자에 힘입은 수출기업의 지속적인 달러 매도(네고 물량)입니다.
둘째, 한국은행이 7, 8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3.00%까지 끌어올린 점입니다.
셋째,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ADR 상장으로 조달한 265억달러 중 일부가 원화로 환전되며 유입된 물량입니다.
넷째, 국민연금 같은 대형 기관이 환헤지 목적으로 달러를 매도할 경우 시장에 달러 공급이 추가되는 효과입니다.
반등(원화 약세) 쪽으로 미는 힘도 만만치 않습니다.
8월 미국 비농업고용이 시장 예상치(5만명대)를 크게 웃도는 16만2000명 증가를 기록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가 강해졌고, 여기에 ECB, BOJ 주요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까지 겹치며 달러 강세 압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중단하면, 그동안 원화 강세를 거들던 달러 매도 물량이 빠지면서 환율이 반등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9월 7일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만에 낙폭이 크게 줄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다음 주 예정된 연준 FOMC에서 실제 금리 인상이 나올 경우 단기적으로 1360~1370원대까지 반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1400원대 재진입까지는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는 질문이 있습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환율이 이렇게 떨어지면 손해 아닐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환율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 누군가에게는 이득이고 누군가에게는 손해라 국가 전체로 보면 "오르길 원한다"거나 "내리길 원한다"고 단순하게 답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원화가 약세일 때는 수출 가격 경쟁력이 오르고 해외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도 커지지만, 원유, 원자재 수입물가가 오르며 국내 물가 전반을 압박하고 외채 상환 부담도 커집니다.
반대로 원화가 강세일 때는 수입물가가 안정되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집니다.
다만 "수출국이니 환율 하락은 무조건 손해"라는 공식이 예전만큼 딱 들어맞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한국 수출을 사실상 이끄는 건 반도체인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파는 HBM과 첨단 파운드리 제품은 가격 경쟁이 아니라 기술력과 공급능력으로 팔리는 제품에 가깝습니다.
환율이 몇십 원 움직인다고 수요 자체가 크게 흔들리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에 두 회사의 실적은 환율과 무관하게 이미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당국의 태도도 참고할 만합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며 "환율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아직도 높은 수준이고, 원화가 좀 더 강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한국은행이 물가, 집값,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 강세는 수입물가를 낮춰 금리 인상과 같은 방향으로 물가를 잡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즉 지금 국면에서는 "수출기업 보호"보다 "물가 안정"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앞서 있고, 마침 주력 수출품이 환율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반도체이기 때문에 이런 조합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지금 시점만 놓고 보면, 물가를 잡아야 하는 정책 목표와 환율에 덜 민감한 반도체 중심 수출 구조가 맞물리면서, 당국은 은근히 원화 강세 쪽에 손을 들어주는 모습입니다. 다음 주 연준 FOMC 결과에 따라 이 흐름이 잠시 주춤할 수는 있지만, 큰 방향 자체가 바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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