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표
2026.01.21.
어제 첫 인사글에 환영 댓글 달아주신 회원님들 감사드립니다. 스레드니 인스타니 요즘 유행하는 SNS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십수년 전 커뮤니티 시절의 따뜻함이 느껴져 더 값진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어디선가 "Crack-Up Boom"이란 용어를 우연히 접했습니다.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자 미제스가 언급한 "통화 시스템의 붕괴 직전에 나타나는 일시적이고 폭발적인 금융 호황 현상"이라 하더군요.
2년 전, 정부 경제 정책이 "둔촌주공 살리기"로 가닥 잡혔을 때 앞으로 비슷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금융 자산은 상승하지만 실물 경제는 가계 소비력이 줄어 하락하는 상황, 기업은 현금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과 재고 처분 할인에 뛰어들면서 소비자는 잠시 동안 가격 경쟁의 혜택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소규모 생산자들이 만든 상품들(주로 생물들)은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하는 와중에, 대기업 생산의 대량 가공품들은 가격이 억제되어 있는 상태라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러다 한계 기업들의 채권 상환을 위해 재고 떨이가 시작되고, 아주 잠시나마 50%~70% 할인된 내구재들을 구매할 기회가 찾아오지만, 파티 후에는 상품 공급이 줄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을 맞이합니다.
이 즈음해서 정부가 어떤 경제 정책을 쓰는가에 따라 상황이 복잡하게 연출됩니다. 마침 고맙게도(?) 전국민 대상의 현금 포인트 뿌리기 소비 진작으로 아주 선명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네요. 덕분에 지금은 정부 지원금으로 소비 네트워크가 유지되고는 있지만, 슬슬 그 반대 급부로 온갖 공제 혜택들을 축소시키면서 퇴직연금을 국유화한다느니 하는 사실상의 조세 강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정작 써야할 돈(ex. 국방비)는 제때 마련하고 지출하지 못하는 사태가 겹쳐지고 있고요.
앞으로 국내 화폐의 구매력이 하락할 것은 자명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I 기술로 인한 일자리 대체(감소) 현상이 현실화되면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대에 걸맞는 생산성을 내어주는 인재가 필요한데, 지금은 모두가 AI에 대해 미숙한지라 앞날을 알 수 없으니 최대한 보수적으로 기업을 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은 그 돈 받고 저 시골 촌구석에서 미래 희망 없이 일할 수 없으니, 자신이 가진 돈 - 어차피 가치 하락할 - 을 밑천 삼아 마지막 베팅을 하고 있는게 현 금융 시장의 이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돈 있는 사람들은 강남 아파트에 몰리고, 돈 없는 사람들은 주식과 코인 시장으로 향하고 있고요.
Crack-Up Boom, 화폐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면서 자산이 부동산, 주식, 금, 생필품 같은 것으로 쏠리는, 그래서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이제 막 고개를 내밀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제스가 살던 과거와 다르게) 생필품은 초과 생산이 가능한 기계-자동화로 폭등까지는 가진 않겠지만, 적어도 부동산 / 주식 / 금에 대해서는 이 흐름을 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호황처럼 느껴지지만 실물 경제는 냉랭하기 그지없는 이 기묘한 상황을 깨뜨리는 트리거는 "화폐에 대한 불신"이 표면 위로 드러나는 것이고, 지금 한국에서는 아마 원달러 환율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전 아르헨티나, 브라질에서처럼 "원화 표시 가격으로는 수천만원인데 달러 표시 가격으로는 수만원"인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고, 그래서 강남 모 지역에서는 100 달러 지폐를 찾아볼 수 없다는 뉴스까지 나오는 것일테고요.
이 시점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승자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일단 모두가 달리는 방향대로 자산을 담고 달러 지폐를 사모으는 방법이 그나마의 최선처럼 보입니다만, 사실 그것도 좀 녹록치 않습니다. 왜냐면 98년 IMF 체제든, 남미 초인플레이션 사태든, 그래도 "달러 중심 헤게모니"는 굳건히 서있었던 덕분에 도피처가 될 수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엔화도 어렵고요, 달러도 갸우뚱스럽고, 위안화는 더 믿을게 못되고, 유로화는 일치감치 명맥 상실한지 오래입니다. 그럼에도 뾰족한 수가 없으니 과거의 패턴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소소한 소시민의 생존투쟁이겠지요.
중요한 건, 지금 시대의 혼란과 어지러움 속에서 주저앉지 않고 정신줄 꽉 붙잡아 빠른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담아놓기도 하고, 썩은 사과는 과감하게 내다 버릴 수도 있어야겠고요. 그보다 먼저 내 스스로 무엇인가를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단단한 신뢰의 인적 네트워크를 다져놓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피하지 못할 바에 즐기는 수밖에요. ㅎㅎㅎ
오늘 하루 이코 회원님들 건강한 경제 생활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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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구름바위
2026.01.21.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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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표
2026.01.22.
고맙습니다. 자주는 못하더라도 틈틈이 공유토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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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현
2026.01.21.
구구절절 동의합니다. 크랙업붐이란 단어는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이코가 신뢰의 인적 네트워크 역할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저도 여러 sns쓰다가 지쳐서 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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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표
2026.01.22.
저도 이틀 전쯤 우연히 접했습니다. 지금 시대 상황을 잘 설명한다고 느꼈고, 역시 고전에 답이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이곳은 균형잡힌 분들이 많으셔서 좋은 울타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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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경
2026.01.21.
Crack-Up Boom이 꼭 인디언썸머 같네여. 겨울이 오기 전 잠시 더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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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표
2026.01.22.
멋진 비유이십니다. 인디언썸머, 옛날 박신양이 주연이었던 영화 제목이었지요. 어려운 분들은 쭉 힘들어 왔지만, 그 사이에 살짝 비켜있던 사람들도 곧 혹한을 맞이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시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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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소진
2026.01.21.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글도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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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표
2026.01.22.
고맙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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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2026.01.21.
안녕하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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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표
2026.01.22.
긴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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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버는엄마
2026.01.21.
반갑습니다. 새로 오신 분인가봐요. 여기 좋은 곳인데 잘오셨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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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표
2026.01.22.
가입은 일주일 좀 넘었고, 눈팅하다가 어제부터 글을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환영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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