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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페로
3시간 전
<나라는 빚을 줄일 수 있을까?(3편)> 1편에서는 국가 부채의 현황과 장기금리 추세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2편에서는 이어서 장기금리 추세가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게 된 이유들 중 중앙은행의 이탈과 그 공백을 민간이 채우기 시작하면서 장기금리에 대한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된 부분 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국채시장의 수요자로 등장한 부분과 그 한계, 실제 미국채 발행 시장의 현황까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3. 미국 국채는 왜 예전처럼 팔리지 않는가(앞에서 끊긴 절에 이어서 씁니다) (3) 제도권으로 편입된 스테이블 코인을 국채 수요자로 만들다 — 지니어스 법 ​미국채 매수 주체가 중앙은행에서 민간으로 바뀜에 따라, 미국 정부는 미국채 공급을 소화해줄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섰습니다. 특히 장기물을 받아줄 손이 부족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는데요. 미국 정부가 찾은 대안은 발행 만기를 짧게 가져가면서 그 단기물을 받아줄 새 수요를 만드는 전략이었습니다. 2025년 7월 18일 발효한 GENIUS법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발행액과 같은 금액의 준비자산을 보유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 준비자산으로 허용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현금 2) 은행예금 3) 만기 93일 이내의 재무부 단기증권(T-bill)★★★ 4) 단기증권 담보 레포 등 ​법이 통과되던 날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 법이 "스테이블코인을 뒷받침하는 미국 국채 수요의 급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현재 3,000억 달러 안팎에서 3조~4조 달러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을 여러 차례 인용하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든든한 미국채 수요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밝혔습니다. ​최근 현황을 보면 8월 24일 기준 달러 스테이블코인 공급액은 약 3,090억 달러이고, 테더(USDT)와 USDC 두 회사가 83%를 차지합니다. 두 회사의 최근 공시를 합치면 준비자산 가운데 단기증권이 약 1,277억 달러, 국채 담보 레포가 약 738억 달러입니다. ​여기서 하나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GENIUS법은 발행사가 단기증권을 들고 있어야 한다고 강제하지만, 그것이 곧 재무부에 새로운 수요가 생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가 이 차이를 정리했는데요. 핵심은 스테이블코인을 사는 투자자의 돈이 어디서 왔느냐입니다. ---------------------------------------------- • 투자자가 MMF(머니마켓펀드)에서 돈을 빼 스테이블코인을 샀다면, MMF는 환매 대금을 마련하려고 들고 있던 단기증권을 팝니다. 발행사가 같은 금액의 단기증권을 새로 사도 시장 전체 수요는 그대로입니다. 보유 주체만 MMF에서 발행사로 바뀔 뿐이죠. • 반대로 달러 시스템 밖의 돈, 즉 해외 투자자가 자국 통화나 비달러 자산을 팔아 스테이블코인을 샀다면 단기증권 수요는 온전히 새로 늘어납니다. • 자금이 단기국채 수요를 이미 충족시켜주던 시장에서 오는 것이라면 순수요의 증가는 제한적이고, 해외시장이나 단기국채 수요와 관련 없는 자산에서 와야만 정부의 의도는 충족될 수 있습니다. ----------------------------------------------- [스테이블코인은 정부의 공급을 커버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미래에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얼마나 단기채 수요를 커버할 수 있을까요?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028년 2조 달러로 커지면 발행사의 단기증권 보유가 약 1조 달러, 지금보다 9,000억 달러 늘어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그 9,000억 달러 증가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려면 시장이 앞으로 해마다 120% 넘게 커져야 합니다(3천억 달러 → 2조 달러). 실제로는 지난해 말 이후 3,000억~3,200억 달러 사이를 오갔고, 지금 규모는 그때와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3,090억 달러). 9,000억 달러라는 숫자는 코인 시장이 활황인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나 가능한 수치에 가깝습니다(그래서 코인 투자자들은 현 상황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 내에 코인시장을 반드시 활성화시킬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브루킹스가 2030년까지 순수요를 4,000억 달러에서 2조 3,000억 달러 사이로 넓게 잡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재무부는 장기물 바이백을 늘리면서 그 재원을 단기증권 발행으로 마련하고 있고, 베센트 장관은 이를 '재무부판 트위스트'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 단기증권을 사줄 손님을 법으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시장에 장기물을 받아줄 손이 없으니 빚의 만기를 짧게 접고, 짧아진 빚을 받아줄 새 손을 제도로 세운 것입니다.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입성을 허용한 대가로 스테이블코인이 정부의 빚을 사도록 한 구조라는 점에서, 이것은 수요를 찾은 것이라기보다는 전략적 딜을 통해 급한 불을 끈 것이라 생각됩니다. ​새로운 수요처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발굴되었더라도 정부의 재정적자가 만드는 차입 수요 자체는 그대로입니다. 정부가 단기채를 통한 조달 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코인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해서 단기채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하는데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 하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은 국채 증액의 시점을 지연시킬 순 있어도 현재 재정적자 상황인 미국의 국채발행 증액의 필요를 없애지는 못합니다. ​코인시장이 미국의 조달 시장 구조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칠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리는 낙관적 시나리오의 전제는 코인시장의 급격한 성장이고, 그 성장은 금리라는 거시경제적 환경에 크게 좌우됩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대두되는 시점에서 연평균 120% 넘는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면, 미국의 새로운 수요처에 대한 기대는 쉽게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평가해볼 수 있겠습니다. (4) 금리를 낮추는 도구들, 그리고 공통의 한계 장기금리가 오르면 통화·재정정책을 통틀어 국가의 대응책은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 [재무부의 바이백] 2026년 8월 18일 30년물이 5.33%를 찍은 바로 그날, 재무부는 10~30년 구간의 유동성 지원 바이백을 회당 2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늘려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집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30년물은 발표 직후 10bp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바이백은 재무부가 예전에 발행한 국채를 되사는 것입니다. 겉모습은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같지만 돈의 출처가 다릅니다. 적자 재정에 여윳돈이 있을 리 없으니 새 국채, 주로 단기증권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옛 장기물을 되삽니다. 빚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빚의 만기 구성이 바뀔 뿐입니다. 이 분기 순차입 7,390억 달러에 견주면 회당 40억 달러는 추세를 바꿀 크기가 아닙니다. 그 평가를 반영하듯 다음날 장기금리는 바이백 전 수준으로 급격히 되올랐습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2011년 9월 연준은 3년 이하 단기국채 4,000억 달러를 팔고 같은 금액의 6~30년물을 사는 조치를 시작했고, 2012년 6월 연말까지 연장했습니다. 이 조치는 이름이 말하듯 커브를 비트는 것입니다. 단기물을 팔아 장기물을 사면 장기금리는 내려가고 단기금리는 오릅니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이 뒤에 있어 규모 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재무부 바이백과 다르지만, 원리는 같습니다. 부채의 총량은 그대로고 이자 압력의 위치만(장기 → 단기) 옮겨가게 됩니다. ​[수익률곡선 통제(YCC)와 금리 상한] 일본은행은 2016년 9월부터 10년물 금리를 0% 근처에 묶어두고 필요하면 무제한으로 사들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정책은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함께 종료되었는데요. YCC의 더 오래된 선례는 미국입니다. 연준은 1942년부터 장기국채 금리를 2.5%로 못 박아 전쟁 재정을 뒷받침했고, 전쟁이 끝난 뒤 인플레이션이 치솟자 1951년 재무부와 협약을 맺어 YCC를 종료했습니다. 금리를 묶어둔 대가는 물가로 지불되었습니다(정상적인 금리 이하로 시장을 계속 유지 → 연준이 금리 관리를 위해 채권을 매입하면서 자금이 시장에 풀림 → 물가 상승). YCC의 부작용은 두 갈래입니다. 첫째, QE와 달리 금리를 먼저 정하고 매입량은 시장이 정하는 구조라, 상한이 시장이 요구하는 금리보다 낮아지는 순간 중앙은행은 최종 매수자가 됩니다(연준이 낮은 금리로 채권을 비싸게 사주면, 시장에 팔지 않고 연준에게 팔게 됩니다). 1945년 말 연준은 유통 재정증권의 약 75%를, 일본은행은 2022 회계연도 한 해에 국채 보유를 65조 엔 늘려 들었고, 호주 중앙은행은 3년물 목표를 접을 무렵 표적 국채 잔액의 약 60%를 쥐고 있었습니다. 둘째, 눌린 압력은 사라지지 않고 통제 밖의 가격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갑니다. YCC 통제범위 밖의 인접 만기와 스왑금리, 회사채 가산금리, 달러와 기대인플레이션이 바로 그 자리입니다. 대상 구간의 목표 금리만 보면 통제의 성공으로 보이지만, 통제 밖 영역의 조달비용이 올라가는 것을 고려하면 YCC의 성공 여부는 더 넓은 시야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적완화] 2008년 이후 연준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이 장기국채를 대량 매입해 장기금리를 직접 눌렀습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새로 찍어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금융자산을 매입하여 장기 금리를 끌어내리고 자산 시장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정책입니다. ​•대표 사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2020년 팬데믹 직전까지의 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의 정책입니다. 미 연준은 금리가 0%가 되자 총 4차례에 걸쳐 대규모 대차대조표 팽창(양적완화)을 단행했습니다. ​•부작용 및 한계: 양적완화는 주식, 채권,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려 금융시장은 신속히 방어하지만, 금융자산을 소유한 부유층에게 혜택이 집중되어 극심한 빈부 격차와 정치적 양극화를 야기합니다. 또한 실물 경제 구석구석에 돈을 직접 전달하지 못하므로, 돈을 아무리 풀어도 지출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 상황에 도달하게 됩니다. ​[네 가지 도구의 공통점] "기축통화국도 신뢰 상실을 감당하면서까지 대차대조표를 확장할 수는 없다." 네 도구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어느 것도 빚의 총량을 줄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바이백과 트위스트는 보유 부채의 만기구조를 바꿀 뿐이고, YCC와 QE는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로 정부의 빚을 옮겨 담습니다. 옮겨 담은 빚은 사라지지 않고 두 가지 형태로 되돌아옵니다. 하나는 물가입니다. 1951년 미국이 그랬고, 2021~2023년 세계가 그랬습니다. 두 번째는 신뢰의 소진입니다. 개입은 공짜가 아닙니다. 연준이나 정책당국이 계속해서 시장에 개입하며 금리 레벨을 일정 수준으로 고정하려 든다면, 이를 시험하려는 세력들은 계속해서 자금을 쏟아 차익 기회를 노립니다. 이것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연준은 계속해서 대차대조표를 확장해야 하고, 물가 비용과 재정 부담이 확대됩니다. 인위적으로 누른 압력은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 있고, 개입을 위해 소모한 비용은 또 금리 상승 압박의 악순환으로 돌아옵니다. 이는 결국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 악화와 금리 상승의 결과로 되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역사에서 금리 개입이 실제로 금리의 '수준'을 바꾼 사례는 재정 자체가 방향을 튼 경우뿐입니다. 2022년 9월 영국이 그 예입니다. 트러스 정부가 재원 없는 450억 파운드 감세안을 내놓자 30년 길트 금리가 며칠 사이 100bp 넘게 뛰었고, 연기금의 마진콜 연쇄가 시작되었습니다. 영란은행은 9월 28일 최대 650억 파운드의 장기 길트 긴급 매입에 나섰습니다. 시장이 진정된 것은 매입 하나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감세안이 철회되고 재무장관이 경질되고 총리가 취임 44일 만에 사임을 발표한 뒤였습니다. 중앙은행의 개입은 시간을 벌어줬고, 그 시간에 재정이 유턴했기에 금리가 내려온 것입니다. ​이제 질문은 다시 재정으로 돌아옵니다. 빚의 총량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4편에서 풀어보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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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호
40분 전
글 진짜 최고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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