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Avatar
觀海
2026.06.23.
코스피 -9.99%, 코스닥 -7.94%. ​ 6월 23일 한국 증시 성적표입니다. ​ AI 버블이 끝났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 하지만 AI 수혜를 받고 있는 대만 가권지수는 -1.34%, ​ AI 대표 종목들이 포함된 나스닥도 -1.33% 하락에 그쳤습니다. ​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현재 시장참여자들이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을 가장 우려하고 있을까요? ​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불발을 걱정하고 있을까요? ​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저는 오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정부의 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됐습니다. ​ 상장 첫날 설정액은 약 2.4조 원이었고, 6월 12일 기준 시가총액은 9.6조 원까지 늘어났습니다. ​ 일일 회전율은 122.5%로 일반 레버리지 ETF 평균인 30.2%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미국에서는 활발히 거래되고 있습니다. ​ 영국도 허용하고 있지만 주로 기관투자자와 전문투자자 중심입니다. ​ 반면 일본과 대만은 보다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한국의 문제는 상품이 아니라 시장 구조입니다. ​ 미국에서 엔비디아는 중요한 종목이지만, 한국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 자체에 가깝습니다. ​ 많은 분들은 레버리지를 단순히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투자자가 빚을 지는 상품은 아닙니다. ​ 대신 주가가 오를 때는 상승폭을, 주가가 내릴 때는 하락폭을 확대하는 구조입니다. ​ 원래는 삼성전자 주가가 움직이면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가 따라 움직입니다. ​ 그런데 상품 규모가 커지면 반대 방향의 힘도 생깁니다. ​ 삼성전자가 오르면 레버리지 ETF 수익률이 좋아지고 더 많은 자금이 들어옵니다. ​ 그러면 ETF 운용사는 삼성전자 관련 자산에 대한 노출을 늘리게 됩니다. ​ 반대로 삼성전자가 하락하면 ETF 손실이 커지고 투자자들의 환매도 늘어납니다. ​ 그러면 ETF 운용사는 관련 자산 노출을 줄이게 됩니다. ​ 즉 상승할 때는 상승을, 하락할 때는 하락을 증폭시키는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 마치 산 위에서 굴러가기 시작한 눈덩이와 같습니다. ​ 처음에는 작지만 굴러갈수록 커집니다.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주가를 결정하는 상품은 아니지만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는 있습니다. ​ 만약 삼성전자가 평범한 종목이었다면 여기서 끝났을 것입니다. ​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 증시에서 평범한 종목이 아닙니다. ​ 두 종목은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흔들리면 코스피200이 흔들립니다. ​ 코스피200이 흔들리면 ETF와 선물시장, 프로그램 매매가 반응합니다. ​ 결국 ​ 삼성전자·SK하이닉스 ​ ↓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 ↓ ​ 코스피200 ​ ↓ ​ 코스피200 ETF ​ ↓ ​ 선물시장 ​ ↓ ​ 프로그램 매매 ​ ↓ ​ 시장 전체 ​ 라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집니다. ​ 과거에는 몸통이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 이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구조가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 결정타는 6월 22일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이었습니다. ​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하고 있다.” ​ 규제기관 수장이 공개적으로 하기 쉽지 않은 표현입니다. ​ 공교롭게도 다음 날인 6월 23일 한국 증시는 급락했습니다. ​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 정부는 주식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 정부는 시장을 올릴 수 있는 수단도 가지고 있고, 반대로 특정 정책을 통해 시장 상승을 제약할 수도 있습니다. ​ 하지만 시장을 원하는 수준까지 적당히 올려놓고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시장은 수도꼭지처럼 틀었다 잠갔다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 시장 참여자 수백만 명의 기대와 공포, 그리고 전 세계 자금의 판단이 동시에 반영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정부가 시장을 움직이려 할수록 오히려 시장은 정부의 손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역사적으로도 정부가 자산시장을 부양하는 것은 비교적 쉬웠지만, 적정 수준에서 멈추게 하는 것은 훨씬 어려웠습니다. ​ 상승을 만들 수는 있어도 상승의 속도와 규모를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 어쩌면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도 같은 사례일지 모릅니다. ​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정책이 예상보다 훨씬 큰 파급효과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 흥미로운 점은 충격의 진원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지만, 시장에서는 현대차를 비롯한 다른 대형주들이 더 먼저 흔들렸다는 점입니다. ​ 이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ETF와 선물시장으로 연결된 한국 증시 구조를 보여줍니다. ​ 시장은 이제 종목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 앞으로도 상승과 하락의 폭은 과거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하지만 그것은 한국 증시가 과거보다 더 큰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觀海 흩어진 생각들을 하나로 모아보겠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 적어둡니다. <사행건樂 by 戒盈杯> https://m.blog.naver.com/realguy81/224324990589
Like Inactive Icon
17
Comment Icon
2
Share Icon
공유하기
모든 댓글
Avatar
화사한여자
2026.06.23.
상품구조를 잘 설명해주셨네요. 도대체 이런걸 왜 만든 걸까요?
Like Inactive Icon
좋아요
Comment Icon
답글달기
Avatar
강준모
2026.06.2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Like Inactive Icon
좋아요
Comment Icon
답글달기
Avatar Icon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