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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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海
2시간 전
재정난에 시달리는 영국이 AI에 6억 파운드를 투자합니다. 왜일까요? 10월 24일 영국 정부가 약 6억 파운드 규모의 AI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중 1억 파운드는 AI 생물안보연구소(AIBL) 설립에 사용됩니다. 미국의 OpenAI와 Anthropic도 최대 2억 파운드 상당의 기술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NHS의 긴 대기시간과 높은 생활비, 정부의 재정 압박까지. 영국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데 흥미로운 발표입니다. 뉴스를 보면서 세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첫째, 왜 하필 AI 생물안보일까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영국인들은 감염병이 의료 문제를 넘어 경제와 일상 전체를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AI는 신약과 백신 개발을 앞당길 수 있지만, 반대로 위험한 병원체의 설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영국은 AI를 활용해 새로운 생물학적 위협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입니다. 영국이 AI의 위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3년 리시 수낵 총리는 블레츨리 파크에서 세계 최초의 AI 안전성 정상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앨런 튜링을 비롯한 영국의 암호해독 전문가들이 독일의 에니그마 암호를 분석하던 장소입니다. AI의 미래를 논의하면서 그 장소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참 영국답습니다. 이후 AI Safety Institute를 설립했고, 노동당 정부에서는 AI Security Institute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이번에는 AI 생물안보연구소까지 만들겠다고 합니다. 보수당에서 시작된 정책이 노동당 정부에서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둘째, 왜 영국은 재정난에도 AI에 6억 파운드를 투자할까요? 이번 발표에는 AI 생물안보 사업에 1억 6,500만 파운드가 배정됐습니다. 이 가운데 1억 파운드가 AIBL 설립에 사용됩니다. 이 밖에도 AI Security Institute에 1억 2,000만 파운드를 추가 지원하고, 사이버 방어와 영국 AI 기업 육성, 반도체 설계 역량 강화에도 투자합니다. 영국 정부가 AI를 안보와 산업의 문제로 함께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AI 개발이 원자력 개발과 인터넷의 등장을 합쳐놓은 것만큼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안보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의 작동 방식까지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첨단 AI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갑니다. 미국과 중국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가운데 영국이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영국이 AI 분야의 주변국은 아닙니다. 2025년 영국의 민간 AI 투자액은 약 59억 달러로 세계 3위였습니다.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임페리얼 칼리지 등에는 세계적인 연구인력도 있습니다. 영국은 미국 기업의 첨단 AI 기술을 활용하면서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연구와 안전성 평가, 산업 분야를 발전시키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최고의 AI 모델을 모두 직접 개발하기는 어렵더라도, 이를 평가하고 활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능력은 갖추려는 것입니다. 셋째, 미국 AI 기업들은 왜 영국에 최대 2억 파운드의 기술 지원을 약속했을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금 투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OpenAI는 1억 파운드 상당의 AI 모델·컴퓨팅 이용권과 특별 접근권을, Anthropic은 최대 1억 파운드 상당의 모델 이용권과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협력에는 Google DeepMind와 영국의 Basecamp Research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미국 기업에는 영국의 생명과학 연구기관과 협력하고, 자사 AI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넓힐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 영국과 미국의 특별한 관계(Special Relationship)도 주목합니다. 양국의 관계는 단순한 군사·외교 동맹을 넘어 기술과 자본, 금융시장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영국의 한 교수님과 디지털 주권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독자적인 인터넷 기업이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교수님은 오히려 신기해하셨습니다. 그래서 영국은 미국 기업의 인터넷 서비스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 불안하지 않으시냐고 물었습니다. 교수님은 미국 기업에도 영국 연기금 등 영국 자본이 투자되어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미국 기업과 영국 정부가 규제 문제로 갈등하더라도 서로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때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우리는 기술을 직접 보유하는 데 무게를 두는 편인데, 교수님은 미국과 영국이 자본과 시장을 통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강조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번 발표를 보니 그 대화가 다시 떠오릅니다. 2025년 9월 영국과 미국은 AI와 원자력, 양자기술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는 기술번영협정(Technology Prosperity Deal)을 체결했습니다. 영국은 미국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미국 기업들도 영국의 시장과 연구기관, 오랜 협력관계에서 얻을 것이 있습니다. 여기에 영국의 외교력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영국이 최근 강조하는 또 하나의 전략은 중견국 등과의 협력 확대입니다. 2025년 영국 국가안보전략에는 한국과 일본,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인도 등 여러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영국은 과학기술과 경제력을 갖춘 국가들을 연결하려는 것입니다. 한국과의 협력도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한국과 영국이 서울 AI 정상회의를 공동 개최했고, 국제 AI 안전연구소 네트워크를 추진했습니다. 영국이 강조하는 국제협력이 단순한 외교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저는 이러한 영국의 움직임을 보면서 한국의 외교도 생각하게 됩니다. 한국 외교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습니다. 그러나 냉전시대에는 안보와 경제발전의 기반을 확보하고, 세계화시대에는 무역과 투자, 국제협력의 범위를 넓혀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 과정에서 정부뿐 아니라 세계시장을 개척한 우리 기업들의 역할도 컸습니다. 미국은 우리의 핵심 안보동맹국이고,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며, 일본은 인적·문화적 교류가 특히 활발한 이웃 국가입니다. 세 나라와의 관계는 앞으로도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영국과 EU, 아시아의 여러 국가, 아프리카와 중남미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도 협력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AI와 첨단기술, 제조업, 에너지, 기후변화, 문화까지. 상대 국가가 가진 강점에 따라 협력의 방식도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는 반도체와 제조업, 디지털 인프라라는 우리만의 자산이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정부와 국회, 기업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못지않게 국민의 국제감각도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어느 한 나라의 시각으로만 세계를 바라보지 않고, 서로 다른 나라의 생각과 이해관계를 이해하는 능력 말입니다. 물론 영국의 선택이 성공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미국 기업들의 기술 지원이 끝난 뒤 영국에 어떤 연구인력과 기술이 남을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재정난 속에서도 AI에 투자하고,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활용하면서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까지 넓혀가는 모습은 흥미롭습니다. 시대는 또 바뀌고 있습니다. 영국은 영국대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갈까요? 觀海 제 서재에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남겨두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천천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사행건樂 by 戒盈杯> https://m.blog.naver.com/realguy81/224452228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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