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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리
2026.03.16.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뱅킹 앱을 열어 숫자를 확인한다. 통장에 찍힌 그 숫자가 나의 노동과 내일의 빵을 보장해 줄 것이라 우리는 굳게 믿는다. 돈은 곧 '신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국가가 그 신용을 담보로 종이돈을 무한정 찍어낸다면 우리는 모두 영원히 부유해질 수 있을까? 이 달콤하고도 치명적인 질문에 대해, 인류는 이미 300년 전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답을 얻은 바 있다. 18세기 초의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가 사망한 후, 프랑스 국고는 화려한 전쟁과 사치로 인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빚더미에 앉아 신음하던 프랑스 왕실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천재적인 도박사, 존 로(John Law)였다. 그는 지독한 재정난을 단숨에 해결할 마법 같은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무겁고 한정된 금화와 은화를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가가 보증하는 '종이돈'을 찍어내 유통하십시오. 그리고 프랑스령인 북미 루이지애나에 묻힌 어마어마한 금광을 개발할 독점 회사를 세워, 그 주식을 백성들에게 파는 겁니다." 왕실은 그의 말을 믿고 '미시시피 회사'를 세웠다. 존 로는 화려한 언변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황금이 넘쳐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500리브르였던 주식은 몇 달 만에 10,000리브르로 폭등했다. 파리의 주식 거래소 거리는 주식을 사려는 귀족, 상인, 평민들로 밤낮없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주식을 살 금화가 부족해지자, 존 로가 설립한 왕립 은행은 종이돈을 미친 듯이 찍어내어 사람들에게 빌려주었다. 사람들은 그 종이돈으로 다시 주식을 샀고,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어제 가난했던 마부가 오늘 마차를 여러 대 끄는 부자가 되었다. '백만장자(Millionaire)'라는 단어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파리의 거리에서 탄생한 순간이었다. 모두가 행복했다. 종이에 잉크를 발라 찍어내기만 하면 부자가 되는 완벽한 유토피아 같았다. 단 하나의 사소한 진실만 빼고 말이다. 미시시피에는 금광이 없었다. 그곳은 악어가 득실거리는 척박한 늪지대일 뿐이었다. 파티의 끝은 한 귀족의 냉철한 의심에서 시작되었다. 콩티 공작이라는 자가 주식으로 번 어마어마한 양의 종이돈을 수레에 싣고 은행으로 찾아와 요구했다. "이 지폐를 전부 금화로 바꿔주시오." 그러나 은행의 금고에는 그 많은 지폐를 감당할 금화가 없었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환상이 깨진 사람들은 너도나도 은행으로 달려갔다. 주가는 10,000리브르에서 순식간에 휴지 조각으로 폭락했고, 무한정 찍어낸 지폐 탓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덮쳤다. 빵 한 조각을 사기 위해 수레 가득 지폐를 실어야 했다. 어제 백만장자였던 사람들은 오늘 다리 위에서 센강으로 몸을 던졌다. 존 로는 암살의 위협을 피해 빈털터리 신세로 베네치아로 야반도주했다. 이 경제적 대참사로 프랑스 경제는 수십 년을 후퇴했고, 훗날 분노한 민중들이 단두대를 세우는 '프랑스 대혁명'의 거대한 불씨가 되었다. 허공에서 돈을 찍어내어 부를 창조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은 달콤하지만, 결국 국가라는 거대한 배의 밑바닥에 구멍을 내는 행위다. 실체가 없는 돈은 결국 누구의 손에 쥐어지든 모래처럼 빠져나간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워야 할 진리는 하나다. 경제에 기적은 없으며, 파티가 끝나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 가혹한 청구서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펌글> 사진: 파리 캥캉푸아 거리 주식거래소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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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소진
2026.03.17.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마치 요즘 상황과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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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섭
2026.03.17.
좋은 글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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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2026.03.17.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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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2026.03.17.
재미있는 글이었어요. 역사랑 같이 보니 더 그렇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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