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
2026.06.18.
상속증여세는 폐지해야 한다. 기존 유산세 방식으로 상속 재산의 일부를 세금으로 가져가면, 기업인은 가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 집주인은 평생 산 집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후손에게 유산을 물려주고 싶은 욕구는 보편적이다. 계급 타협 차원에서도 상속세 폐지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냥 폐지할 수는 없다. 상속재산만큼 확실한 불로소득은 없기 때문이다. 물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평생 노력해서 쌓은 것일지 몰라도, 물려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산 활동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가장 역사 깊은 불로소득이자 기회 불균등의 주범이다.
따라서 기존 상속증여세를 폐지하되, 상속증여받은 주식, 채권, 가상화폐, 부동산의 취득가 총액에 평생 2% 보유세를 부과하면 어떨까.
물론 이렇게 하면 상속증여받은 것을 곧바로 현금화한 다음 새 주식이나 부동산을 매입하는 식으로 탈세할 수 있기 때문에, 상속증여받은 시점 이후부터는 그 취득가액만큼의 재산에 계속 같은 보유세를 부과한다. 재산을 처분해서 새로운 주식, 채권, 가상화폐, 부동산을 매입하지 않을 경우, 보유세 역시 줄어든다.
만약 상속증여받은 주식 등의 현재 시가 총액이 취득가 총액의 절반 이하로 낮아질 경우, 보유세를 면제한다. 또한 상속증여받은 사람이 재산을 처분해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할 때는, 물려준 사람이 지불한 매입가, 즉 최초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여기서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가장 객관적인 가격이기 때문이다. 기존 상속세는 시가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모든 재산의 시가가 분명하지 않아서 추정치나 공시지가 등을 기준 삼을 때가 있다. 특히 공시지가는 정부가 자의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점,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많다.
이런 식으로 과세 대상을 조정하면, 당장 이득이 없더라도 먼 미래를 위해 쌓아둔 것은 처분하고 중요한 것만 남기도록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산을 팔아서 소비해 버리면 보유세를 줄일 수 있게 되지만, 그만큼 기업과 토지 소유권의 집중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한꺼번에 큰 현금을 마련하느라 무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해외에서는 자본이득세를 활용하지만, 자본이득세는 양도하지 않으면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이라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자본이득세가 모든 재산소득에 부과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모든 재산에 부과되는 부유세는 조세 저항이 클 것이다. 그러니 상속증여받은 금융재산과 부동산에 부유세를 부과한다면, 기회 균등을 위한 예산을 더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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