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Avatar
이완
2026.07.22.
글을 읽어주시는 만큼, 소소한 보람을 얻습니다. 적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글을 쓰겠습니다. 4화, 메르켈의 족쇄를 푼 독일 https://jimd.kr/magazine/?idx=172449080&bmode=view 3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정말 기업의 ‘합리적 선택’ 결과인가? https://jimd.kr/?q=YToy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zOjQ6InBhZ2UiO2k6Mjt9&bmode=view&idx=172155331&t=board 2화, AI 국부펀드 제안한 버니 샌더스 https://jimd.kr/?q=YToy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zOjQ6InBhZ2UiO2k6Mjt9&bmode=view&idx=171878305&t=board 1화, 정부의 시간이 돌아왔다 https://jimd.kr/magazine/?idx=171164311&bmode=view #칼럼 #전인미답 #보람 #큰정부 #매우큰정부
https://jimd.kr/magazine/?idx=172449080&bmode=view메르켈의 족쇄를 푼 독일 [이완] : 전인미답이완 칼럼니스트장거리 열차 열 개 중 네 개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 다른 곳도 아닌, 독일 국영 철도 도이체반 이야기다. 2026년 6월 현지 공영 언론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그나마도 이 통계는 도중에 멈추거나 아예 열차가 취소된 경우를 제외하고 있다. 일단 도착한 열차 중에서 6분 미만으로 늦은 것이 60%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시간 약속에 철저하고 질서정연한 독일’이라는 이미지는 신기루가 되었다. 적어도 열차 플랫폼에서는 그렇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년 전에는 도이체반 열차 84%가 늦어도 6분 안에 도착했다. 국영 철도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한국의 코레일은 국영 철도지만, 열차 90%가 10분 안에 도착한다. 도이체반 역시 시간을 비교적 잘 지키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영 철도였다.하지만 국영기업은 언제나 비효율적이라는 신기루 같은 편견 때문에, 2008년 도이체반은 무리하게 재정을 아껴서 민영화와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해야 했다. 재무 상황이 좋아 보여야 주식도 팔릴 테니까. 결국 도이체반은 지분의 단 1%도 민영화되지 않았고, 돈을 아끼느라 방치된 인프라만 남게 되었다.사실, 도이체반뿐만 아니라 독일 경제 전반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2009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재정 건전성 원칙, 일명 ‘부채 브레이크’를 헌법에 새겨 넣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응하느라, 독일 연방정부의 부채비율이 유럽연합의 건전 재정 지침인 GDP의 60%를 초과해 버렸기 때문이다.부채 브레이크라는 별명이 보여주듯, 새 조항은 연방정부가 예외적인 상황 외에는 GDP의 0.35% 이상 재정 적자를 늘릴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여기서 예외적인 상황이란 자연재해와 경기 침체처럼 큰 위기에 대응할 때뿐이다. 연방정부가 평상시에 적자 재정으로 복지나 인프라에 투자하는 일을 불가능하게 만든 셈이다. 심지어 주정부가 꾸릴 수 있는 적자 비율은 말 그대로 0%였다.건전 재정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부채 브레이크 조항을 부러워할지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인용된다. 하지만 부채 브레이크는 연방정부 재정만 건전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철도와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가 낡아도, 제조업 기업이 낮은 인건비와 막대한 보조금을 노리고 중국으로 공장을 옮겨도, 그 탓에 나라 전반의 혁신과 고용이 멈춰도, 연방정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독일 내부에서도 메르켈의 족쇄를 비판적으로 보는 학자가 많았다. 2019년 경영계로부터 지원받는 ‘독일경제연구소(IW)’와 노동조합으로부터 지원받는 ‘독일 거시경제 및 경기연구소(IMK)’, 두 싱크탱크는 부채 브레이크 완화를 촉구하는 공동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두 집단이 계급과 이념을 초월해서 한목소리를 낼 정도로 독일은 절박해졌다.이제는 다르다. 2025년 3월, 독일 사회민주당과 기독교민주연합은 기본법을 바꿔서 메르켈의 족쇄를 느슨하게 풀었다. 이제 독일은 국방비가 GDP의 1%를 초과할 경우, 국방비를 위한 적자를 꾸릴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연방정부가 1년 예산의 10% 이상을 인프라 투자에 사용할 경우, 특별 기금을 편성해서 부채 브레이크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역사적인 전환이다.새로운 기본법을 토대로, 기독교민주연합 소속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연립정부를 꾸리고 있는 사회민주당과 함께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세웠다. 그 규모가 1조 유로, 최근 환율로 대략 1,760조 원이다. 2026년 한국 정부 1년 예산보다 2배 많은 돈이다. 그중에서 1,070억 유로를 철도 재건에 쏟아붓기로 했다. 2035년까지 장거리 열차 80%가 제시간에 도착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중국과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경쟁에 수많은 중진국들이 휩쓸리고 있고, 독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자기 자본으로 살아남도록 방치하는 것은 나라 전반의 자멸과 같다. 그 어떤 기업도 중국과 미국 정부의 재정 규모에 맞먹는 투자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은 변해야 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Like Inactive Icon
13
Comment Icon
2
Share Icon
공유하기
모든 댓글
Avatar
김정수
2026.07.22.
글도 잘 쓰시고 이코에선 드믄 글이니까 다들 감사히 보는거죠. 수고가 많으십니다
Like Inactive Icon
1
Comment Icon
답글달기
Arrow Icon
답글 숨기기
Arrow Icon
Avatar
이완
2026.07.22.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ㅎㅎ
Like Inactive Icon
좋아요
Avatar Icon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