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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2026.06.15.
이번 전쟁을 학살로 시작한 것은 하마스다. 하마스는 가자 지구를 무력으로 통치하며 민간 건물을 방패로 쓰고 있다. 이스라엘이 오슬로 협정을 성실하게 지키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에 그 협정을 부정하고 민간인 구역에 계속 로켓을 발사한 것도 하마스와 그 동맹 세력이다. 물론 대표자의 결정을 그 국민이 모두 책임지게 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제적인 합의다. 그렇다면 그 합의에서 이스라엘 국민도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네타냐후와 그 선배 지도자들의 잘못을 이스라엘 국민 전반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하마스와 그 동맹 세력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무분별하게 공격해 왔다. 국내외 여러 진보주의자가 가자 지구의 처지에는 공감하면서, 이스라엘인이 건국 이래 줄곧 겪어야 했던 생존 위협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 곳곳에서 환영받지 못한 탓에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려 한 유대인의 처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유대인 절멸을 시도해 온 아랍의 반유대주의자들에 대해서도 비판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비판이 반유대주의와 자주 엮이는 이유다. 해외에서도 친팔 활동가들의 논리적, 도덕적 모순을 지적하는 학자가 많다. 여기서 팔레스타인의 절박함은 아무런 정당성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절박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공격을 자제해서 명분을 얻으려 한 약자들의 지도자도 많았다. 그 대표 사례가 소련과 탈레반에 맞선 아프가니스탄의 영웅, 마수드 장군이다. 절박함이 민간인 폭격과 전쟁을 정당화해 주지는 않는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중 어느 한쪽이 더 선하다고 보기 어렵다. 트롤리 딜레마 같은 상황이다. 지금은 이스라엘이 힘의 우위를 차지하고 부도덕한 학살을 저지르고 있지만, 이런 난장판을 초래한 데는 하마스와 아랍 반유대주의자들의 책임도 있다. 이스라엘과 아랍은 서로 생득권과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선을 넘은지 오래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천년 묵은 혼란상에 사적인 정의감으로 뛰어들어서 나라의 행정력을 소모하게 하고 진보의 개혁 동력을 갉아먹겠다니, 그렇게 해서 명성과 후원금 외에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오늘 구호품을 전달받은 가자 지구 아이가 내일 폭격에 맞아 죽을 수도 있고, 새로운 하마스 대원이 될 수도 있는데, 여기에 무슨 정의가 있나. 아무튼 내가 믿는 정의를 실현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건가? 언제부터 '정의'가 특정 단체나 개인의 믿음만으로 정당화되는 것이었던가? 지금 전쟁에서 팔레스타인과 하마스가 승리한다고 해도, 가나안 땅에 자유와 정의, 평화가 뿌리내릴 것이라고 여길 근거가 없다. 하마스는 여성과 언론인, 성소수자의 권리를 이스라엘보다 잘 보장한 적이 없다. 하마스가 아니라 가자 지구를 도울 뿐이라는 주장 역시 환상이다. 하마스는 가자 지구를 화살받이이자 보급고로 쓰고 있으니까. 괜히 북한에 사적으로 돈이나 쌀을 보내는 일이 불법일까. 간혹 친팔레스타인 활동을 옹호하기 위해 위르겐 힌츠페터까지 꺼내드는 사람들이 있지만, 힌츠페터는 광주를 돕기 위해 한국 정부의 만행을 알렸다. 한국 정부에 이익이 되는 일을 하지 않았다. 현대의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이 하는 일은 서방 세계의 아프간 개입을 비판하면서 탈레반이 통치하는 지역에 물자를 주는 일에 가깝다. 이는 힌츠페터의 업적과 전혀 다르다. 가자 지구의 비극을 끝내려면 결국 전쟁을 끝내야 한다. 수많은 이해 관계가 얽힌 전쟁에서, 인도적인 구호 활동은 인도적인 결말이 아니라 더 격렬한 장기전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인도주의의 역설'은 좋은 의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수도 없이 보여줬다. 전쟁을 끝낼 능력이 없다면, 불필요한 논쟁에 이 나라와 진보 진영을 끌어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사적인 정의감이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때 그 책임을 인정하기를 바란다. 자유는 남이사 뭐라 하든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다른 사람의 권리와 자유를 당연히 인정하고 존중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과, 민주사회의 도덕, 공공질서 및 일반적 복리에 대한 정당한 필요에 부응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서만 법에 따라 정하여진 제한을 받는다." - 세계인권선언 제2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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