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페로
2026.08.08.
<고정환율제는 왜 불가능한 제도인가?>
환율이 있다는 사실 하나로,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에서 겪어야하는 불편함은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기업은 환율로 인한 수익과 비용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환헷지 비용을 지불해야하고,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은 오른 환율로 인해 부담을 크게 지기도 합니다. 더불어 글로벌 무역 시대에, 자국의 통화가치가 낮은 국가의 국민들은 수입 물품의 가격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부담을 져야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불편들을 생각해 볼 때, 환율의 변동을 없애버리면 기업과 개인 측면에서도 나쁠게 전혀 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는데요, 결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불가능한 삼위일체" 원칙 때문이죠.
< 불가능한 삼위일체 >
① 자유로운 자본이동
② 독립적 통화정책
③ 고정환율
이 셋은 동시에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이 이론인데요.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열어놓으면, 독립적 통화정책과 고정환율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1981년 증권시장 국제화 장기계획을 바탕으로, 1992년 1월 3일 외국인의 국재 주식 직접 투자가 전면 허용되었습니다. 이후에 94년 채권시장 개방, 외환 및 자본거래 규제가 완화되며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대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허용되었습니다.
이렇게 자본시장을 열어놓은 이상, 환율을 묶으려면 금리 주권을 포기해야 했고, 금리를 국내 경기에 맞춰 쓰려면 환율은 놓아야 했습니다.
<왜 환율을 고정하면 금리를 포기해야하나?>
변동환율제에서 한국의 금리가 5%이고, 미국의 금리가 2%라면 3%의 차이가 나도 균형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장이 원화가 3% 절하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풀어서 설명해보면,
한국의 3% 금리 매력을 느끼고 이 수익을 위해 해외에서 달러가 계속 들어온다=> 원화가치가 상승
=> 이는 곧 달러/원 환율이 하락으로 이어지고
=> 1300원 대에 금리 상승을 노리고 들어온 투자자들이 더 이상 금리차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균형지점까지 환율이 조정됩니다.
=> 이는 곧 3% 수준의 평가 절하로 설명되며
=> 1300원 * 97% = 1261원 수준까지 환율이 절하되면서 금리차를 상쇄하는 것이죠.
즉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 3%는, 곧바로 환율에서 3% 절하로 반영되며 균형시장가격을 형성한다는 겁니다.
<고정금리를 쓰는데 고정환율까지 쓴다면?>
그런데 환율을 묶어버리면, 기대 절하율이 0이 됩니다.(환율이 고정되있으니 절하될수가 없겠죠) 그러면 달러를 빌려 원화 자산에 넣으면 환위험 없이 3%를 그대로 먹을 수 있게 되죠. 해외에서 레버리지로 자본이 무한히 들어오는 유인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원화를 사려는 수요가 폭증하게되고, 실제로 원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서야 함에도 환율을 고정시키기 위해서는 당국에서는 원화를 계속 찍어서 풀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원화를 풀면 => 통화량이 늘어나고 => 금리는 하락하게 됩니다.
결국 금리는 강제로 끌려 내려가게 되죠.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환율을 고정시킨 상태에서 금리까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와 반대로 자본유출 국면에 다다르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야하니, 금리가 오르게 되겠죠.
위 사례는 금리가 한국이 더 높은 그나마 다행인 시나리오지만, 반대로 미국의 금리가 더 높으면 국내에서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달러를 계속해서 풀어야합니다. 그러면 외환보유고에 제한이 있는 미국외 국가에서는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는 순간 디폴트를 선언하게 될 수 밖에 없게되겠죠.
즉 환율을 지키는 행위 자체가 통화량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금리는 더 이상 당국의 정책 도구가 아닌 [환율 방어의 종속변수]에 불과하게 됩니다.
결국 자본이동이 자유롭다는 전제에서 당국는 환율이나 금리냐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길 강요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환율과 금리를 둘 다 쥐려면 중국처럼 자본통제라는 첫 번째 변수를 희생해야합니다.
<한국의 자유변동환율제 사례>
한국이 1997년 12월 자유변동환율제로 간 경로를 보면 이해가 더 빠르겠습니다.
-당시 한국은 시장평균환율제 하에서 일일 변동폭을 ±2.25%로 묶어뒀습니다. 엔저와 경상수지 적자가 겹치면서,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달러/원 환율 상승이 변동폭에 막히며 원화 실질가치 고평가(실제 가치보다 원화가치가 고평가됨 => 달러/원 환율이 더 올라야함에도 못오름)가 누적됐습니다
- 환율 상승 방어 수단은 결국 외환보유액인데, 단기외채가 보유액을 훨씬 웃도는 상황에서 화력싸움을 제대로 해볼 엄두조차 못냈죠.
- 1997년 11월 변동폭을 ±10%로 넓혔지만 소용없었고 12월 16일 완전 변동제로 전환했습니다.
즉 고정환율제는 평시엔 무료로 보이지만 위기 때 청구서가 한꺼번에 날아오는 제도입니다. 고정환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업과 개인이 부담해야할 환변동 위험을 모조리 국가에서 떠안고가기 때문에,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국가가 자본이동에 따라 일어나는 모든 전쟁 같은 상황을 감내해야하는 태생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제도인 것이죠.
조정이 조금씩 일어나지 못하니 압력이 쌓이다가 한 번에 터지고, 그 시점을 투기세력이 결정합니다. 1997년~98년 동아시아의 수 많은 국가들이 고정환율제를 운용하다가 헤지펀드와의 환율전쟁에서 패배했고 국민들은 평생 씻지 못할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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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연
2026.08.08.
글 잘 읽었습니다. 혹시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분이신가요? 전문성이 확연히 드러나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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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페로
2026.08.08.
은행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원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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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상상
2026.08.09.
우왓! 교수님인줄 알았어요. 학교에서 배운게 막 나와가지고. ㅋㅋ 제가 그쪽 전공이라서요.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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