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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2026.06.13.
사실 경제 정책만 본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눈에 띄게 이상한 짓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은 원래 저랬다. 옛날에는 더 했다. 미국 역사에서 낮은 관세와 자유 무역이 오히려 특별한 사건에 가깝다. 흔히 미국이라고 하면 자유방임, 간섭하지 않는 정부를 떠올리지만, 이는 후대에 창작된 신화다. 건국 이래로 미국 정부는 자국 안보와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 언제나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미국 경제의 주 엔진 중 하나였다. 관련 이야기는 전인미답 칼럼 5월호에서 https://jimd.kr/magazine/?idx=171164311&bmode=view
https://jimd.kr/magazine/?idx=171164311&bmode=view정부의 시간이 돌아왔다 [이완] : 전인미답이완 칼럼니스트1843년 영국에서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은 당시 환율 기준으로 2.5달러에 팔렸다. 그런데 같은 해 미국에서는 고작 6센트, 영국 가격의 2.5%에 팔렸다. 디킨스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1790년에 도입된 미국 저작권법은 ‘미국 시민권자거나 미국에서 거주하는’ 작가의 저작권만 인정했다. 그래서 미국 출판사들은 디킨스의 허락 없이 싼 값에 소설을 팔 수 있었다. 심지어 작가에게 원고료도 지급하지 않을 수 있었다.크리스마스 캐롤 외에도 디킨스의 작품들은 미국에서 헐값에 판매되었다. 분노한 디킨스는 1842년부터 미국에서 저작권의 가치에 대해 강연했지만, 당시 미국인들은 디킨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 큰돈을 번 작가가 과욕을 부린다”며 디킨스를 비판했다. 1891년에 새 저작권법이 제정되었지만, 이 법도 미국 안에서 출간한 작품의 저작권만 보호했다. 100년 넘는 시간 동안 미국 출판시장은 합법적인 해적판이 유통되는 곳이었다.  왜 미국은 오랫동안 외국인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을까. 출판업계의 로비와 인쇄 노동자들의 요구 탓도 있었지만, 미국 연방정부가 자국의 인쇄업을 육성하기 위해 일부러 외국인의 저작권을 배제한 것이었다. 외국인 저작권 배제는 경제발전계획의 일부였다. 역사학자들이 지적하듯 미국은 작은 정부를 추구하지 않았다. 건국 초, 주정부는 부족한 민간 자본을 대신해서 공공 재정으로 철도와 운하를 건설했다. 연방정부는 중앙은행을 설립해서 외국에 의존하지 않는 금융 질서를 확립하는 동시에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서 자국 기업을 보호했다. 이런 경제 질서를, 19세기 미국인들은 ‘미국 체제’라고 불렀다. 영국의 자유방임주의와 다르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미국 특색 경제 질서라는 의미였다.미국 경제는 정부 개입과 함께 발전했다. 미국 정부는 자본을 마련하고, 인프라를 개발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했다. 미국이 가장 번영하던 시기는 연방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경제 영역만 떼어내서 비유하자면, 미국은 박정희 시대 대한민국의 먼 조상에 가깝다.최근 미국은 정부 역할을 다시 확대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을 재건하고 기술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안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에 우리 돈 70조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삼성전자 역시 보조금을 받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처럼,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산 전기차와 반도체 등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심지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연방정부의 보호와 보조금을 명분으로 몇몇 대기업으로부터 지분까지 받아냈다. 이제 연방정부는 민간 투자회사들을 제치고 인텔의 최대 주주다.미국이 다시 ‘미국 체제’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은 나라의 생존 때문이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전 세계 제조업을 흡수했고, 미국을 포함한 경제 강국들은 제조업 기반을 잃었다. 독일은 자국군에 무기조차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고, 미국도 스스로 군함을 건조하는 일조차 버거운 상황에 놓였다. 이런 상황을 민간 기업과 시장경제가 알아서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미국의 건국 아버지들, 특히 조지 워싱턴과 알렉산더 해밀턴은 부국강병을 최우선 가치로 여겼다. 유럽 강대국이 다시 미국의 독립을 넘보려 하면 맞받아칠 수 있는, 강한 산업 국가를 만들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서는 연방정부가 최소한의 질서 유지를 넘어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했다. 공립학교를 세워서 인재를 육성하고, 관세와 보조금으로 인프라를 개발하며 산업을 육성했다.현대에 이르러서 미국은 건국 아버지들의 꿈을 다시 되새기는 모양새다. 새로운 경쟁자와 제조업의 몰락,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위기로부터 미국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워싱턴과 해밀턴이 이야기한 것처럼 강한 연방정부가 필요했다. 미국은 낯선 길로 가려는 것이 아니다. 건국 초부터 추구해 온 국가 전략을 새삼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미국의 위기 대응 방식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정부인가, 시장인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다시 한번, 정부의 시간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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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2026.06.13.
글 잘읽었습니다. 잘 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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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2026.06.13.
감사합니다! 다음 화도 업로드되면 공유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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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2026.06.13.
칼럼 쓸 때 참고한 자료 William J. Novak, New Democracy: The Creation of the Modern American State, Harvard University Press, 2022. Gary Gerstle, Liberty and Coercion: The Paradox of American Government from the Founding to the Present,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5. Daniel T. Rodgers, Atlantic Crossings: Social Politics in a Progressive Age, The Belknap Press of Harvard University Press, 2001. Douglas A. Irwin, The Aftermath of Hamilton's “Report on Manufactures”, NBER Working Paper Series No. 9943, 2003. John A. Rothchild, How the United States Stopped Being a Pirate Nation and Learned to Love International Copyright, Pace Law Review 39(1), 2018. Ryan Safner, Honor among thieves: how nineteenth century American pirate publishers simulated copyright protection, Economics of Governance 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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