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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온화
2026.06.27.
결핍 보고서 사주에 재성이 없다고 했다. 돈과 여자를 관장하는 별이 차트 어딘가에서 누락된 것이다. 점술가는 엄중하게 고했을 테고, 나는 '그래서요?' 하는 표정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체감하고 있었으니까. 스물 일곱, 여의도. 운 좋게 근사한 직장에 들어간 적이 있다. 이력서 한 줄짜리 훈장으로는 훌륭한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뛰쳐나왔다. 주변은 바보라고 했는데, 그 말이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문제였다. 다만 그 바보짓을 하지 않으면 더 심각한 바보가 될 것 같았다. 이 논리는 지금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논쟁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서른아홉이다. 경기 북부, 도시와 시골 사이 어딘가의 보육원에서 일한다. 수당을 긁어모아도 270 정도다. 밤낮 교대를 하고 그 틈에 글을 쓴다. 해외여행을 제대로 가본 적 없지만 세계문학전집으로 전 세계를 돌았다고 말하면, 어떤 사람은 '그게 같냐'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게 더 낫다'고 한다. 나는 어느 쪽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프라하와 빈은 직접 가보고 싶다. 문학적 동경과 관광 욕구는 별개의 문제다. 카프카 생가 앞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과 『변신』을 읽는 것은, 엄연히 다른 체험이다. 둘 다 하고 싶다는 뜻이다. 교과서와 문제집 대신 철학책을 읽으며 자책한 날들이 있었다. 이게 무슨 영양가가 있냐고. 그런데 돌이켜보면 영양가 없는 것들이 나를 가장 오래 버티게 했다. 열량으로 따지면 형편없는 식단인데, 이상하게 소화가 잘됐다. 사주에 재성이 없다는 말의 다른 해석은 이렇다. 그것이 1순위가 아니라는 것. 자기에 맞는 궤적을 걸을 때 돈은 앞에 있는 게 아니라 따라오는 것이라고. 이 믿음이 낙관인지 합리화인지는 죽을 때쯤 알게 될 것이다. 그때 가서 틀렸다 해도, 항소할 곳이 없으니 그냥 믿기로 했다. 파트너에 대해서도 생각이 정리돼 있다. 독립성 있고 나의 철학적 편력을 견뎌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혼자 사는 편이 낫다. 이것이 지혜인지 고집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상대에게 민폐는 아니다. 아무나 붙잡고 하이데거 얘기를 늘어놓는 것보다는 훨씬 예의 바른 처사다. 현실과 철학 사이, 사회인과 은둔자 사이를 오가는 삶은 불편하다.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감각은 가끔 외롭고, 자주 자유롭다. 보육원 아이들 앞에서 입체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그 입체성은 아마 이 오가는 삶에서 조금씩 조각되는 중일 것이다. 아직 미완성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아직 진행 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농담으로 마무리하려 했는데 쏟아져서 회수가 안 됐다고 했다. 나는 그게 더 솔직하다고 생각한다. 회수 가능한 글은 대개 처음부터 내보일 마음이 없었던 글이다. 그리고 솔직한 글을 알아보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별 근거 없이 믿고 있다. 재성이 없는 사람이 낭만을 믿는다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먹고는 산단다. 장기 투자 서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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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마이크로데이터
2026.06.27.
ㅋㅋ 내면이 단단해 보인다고 느꼈는데 철학적으로도 필력도 좋은 거 같습니다. 저라면 지금 해보고 싶은거 해봐라 조언드리고 싶네요. 저도 못해본 거라서요. 죽기전 순례자의 길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딸아이 손잡고 걷는 길에서 더 많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장소가 아니라 내 마응이 중요한거니까요. 작가님 되셔도 좋을 거 같아요. 글에 향기가 느께집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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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온화
2026.06.27.
카프카 생가에 가봐야겠군요. 저에게 중요한 건 자격증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어떤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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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수
2026.06.28.
소명이 있는 삶을 사시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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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하마
2026.06.28.
재성이 없을지언정 삶에 철학이 있으니 성공하신 삶이신거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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