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바위
2025.12.10.
대학 동기 중에 소년원 전력이 있는 친구가 있었다. 뒤늦게 공학도의 길을 착실히 걸어 지금은 모 대학교의 교수로 30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그간의 업적과 성취가 어느 정도인 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교수로 있으면서 물의를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대략 듣기에 운동 선수 시절 패싸움에 휘말려 그리 되었다고 했던 것 같다. 탁구 선수를 했다고 했는데 그러고도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걸 보면 어려서부터 영민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을 것이다. 부친께서도 교직에 계셨으니 그 시절 대부분 그러했듯이 적당히 무마도 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았던 걸 보면 부친께서 철학이 남달랐거나 아니면 사건이 꽤 컸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인데 어느 쪽인 지는 모른다.
어찌 되었든 이 정도면 서울대 한 모 교수가 들고 나온 소년법 취지의 성공적인, 어쩌면 가장 잘 된 사례일 지도 모르겠다. 물론 본인은 극구 손사래를 치겠지만.
얼마 전 경북대학교가 학폭 전력이 있는 학생들을 전원 불합격 처리를 했다는 뉴스가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일이 있었다. 대다수 여론은 잘 했다는 쪽이었고 다른 대학들도 뒤를 이었다. 그러지 않은 대학은 국감에서 혼쭐이 날 정도였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소년원에 갈 정도가 아닌데도 그 정도라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열공을 해서 서울대에 합격했던 43년 전의 친구는 지금이라면 서울대는 고사하고 대학 문턱이라도 넘을 수 있었을까?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소년법의 취지를 앞세워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정상인의 범주로 돌아와 열심히 살아 온 사람의 전력을 문제 삼으면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경북대 등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소년법의 취지를 들어 과거를 묻지 말자고 하는데, 현실애서는 법적 처분도 아닌 학폭 전력이 평생의 족쇄처럼 작용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데, 소년범도 아닌 애들의 전력은 도대체 언제 어디서 마무리될 수 있는 지 정도는 기준을 제시했어야 하지 않을까?
조진웅은 연기자다.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대중의 인기로 먹고 사는 연예인이 과거사로 한 방에 훅 가는 것은 과거사 자체보다도 그것을 감춤으로써 결과적으로 속았다는 생각에 따른 분노와 배신감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조진웅의 데뷔작은 '말죽거리잔혹사'라고 하는데 그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솔약국집 아들들'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형성되었다. 극 중 재미교포 출신의 어리버리한 순정남으로 나온 그는 철부지 '아내바보' 연기로 신선함을 주면서 제법 인기를 얻었다. 나 역시 그 드라마를 보면서 보면서 그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었다.
'말죽거리잔혹사'를 본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나서였다. 비슷한 장르의 폭력써클이란 영화도 봤다. 둘 다 있으나마나한 조연이라 '솔약국집아들들'을 보지 않았다면 아마 누군지도 몰랐을 것이다. 두 작품 다 본인의 얘기였겠다는 생각이 현 시점 든다. 결과론적이지만 어쩌면 그 때가 자신의 과거사를 고백할 좋은 기회였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쉽지는 않았겠지만.
며칠 새 조진웅을 거드는 글들이 늘고 있는데 난 반대다. 안타까움도 없진 않으나 그보단 속았다는 생각이 훨씬 앞선다. 코빼기도 안 비치고 은퇴를 선언하는 태도 또한 배신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거드는 이들 역시 균형감각과 인권에 대한 보편적 감수성을 상실한 것은 아닌 지 차제에 되돌아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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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이태호
2025.12.10.
진심으로 동감하고 저도 어렸을 때 속 많이 썩였는데 반성하고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구름바위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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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버는엄마
2025.12.10.
백번 천번 맞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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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소진
2025.12.10.
명문입니다. 이런 글은 처음 봅니다. 다 맞는 말씀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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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아
2025.12.10.
완전 공감입니다. 그 교수님도 참 대단하신 분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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