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觀海
2026.07.06.
7월 5일 영국 Silverstone에서 2026 British Grand Prix가 열렸습니다.
Charles Leclerc가 우승했고, Ferrari는 통산 250번째 F1 그랑프리 우승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제게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승자가 아니라 경기장이었습니다.
4일 동안 약 56만 명이 Silverstone을 찾았습니다. 2주 동안 열리는 윔블던 선수권대회보다도 많은 관중입니다.
직접 가보면 왜 사람들이 매년 이곳을 찾는지 금방 이해하게 됩니다.
머리 위를 울리는 엔진음, 시속 300km에 가까운 속도로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머신, 경기장 곳곳에 펼쳐진 캠핑장과 음악 공연, 그리고 Ferrari와 McLaren, Mercedes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까지.
영국 언론이 British Grand Prix를 ‘Glastonbury of Motorsport’라고 부르는 이유를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Silverstone은 단순한 자동차 경주장이 아닙니다.
1943년 이곳은 영국 공군(RAF)의 폭격기 비행장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활주로는 서킷으로 바뀌었고, 1950년 5월 13일 세계 최초의 Formula One 월드챔피언십이 바로 이곳에서 시작됐습니다.
축구에 Wembley가 있다면, 테니스에는 Wimbledon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터스포츠에는 Silverstone이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경기장 밖입니다.
Silverstone 주변에는 ‘Motorsport Valley’가 형성돼 있습니다.
현재 F1 10개 팀 가운데 7개 팀이 이곳에 본사나 연구개발 시설을 두고 있습니다. 약 4,000개 기업과 2만 5천 명의 엔지니어가 모여 있으며, 연간 경제 규모는 약 160억 파운드에 이릅니다.
이곳에서 개발되는 것은 레이스카만이 아닙니다.
탄소섬유 복합소재, 공기역학, 배터리, 초정밀 센서, 시뮬레이션 기술은 항공우주와 방위산업, 의료기기, 전기차 산업으로 이어집니다.
잘 아시다시피 영국은 한때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업 강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과 독일이 대량생산 경쟁에서 앞서기 시작하자 영국은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자동차를 가장 많이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가장 빠른 자동차를 설계하는 나라가 된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축적된 항공기술과 엔지니어들은 F1 산업으로 이어졌고,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Silverstone UTC에서는 14~18세 학생들이 F1 엔지니어를 꿈꾸며 현장과 연결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Silverstone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장이 아니라 영국의 기술과 산업을 보여주는 거대한 쇼룸입니다.
언젠가 영국을 여행하신다면 버킹엄궁과 빅벤, 대영박물관만 둘러보지 마시고 하루쯤은 Silverstone도 가보시길 권합니다.
TV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엔진의 진동과 수십만 명이 함께 만드는 축제의 열기, 그리고 스포츠가 어떻게 첨단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영국은 하나의 스포츠를 하나의 산업으로 키웠습니다.
우리는 어떤 문화를 미래 산업으로 키워낼 수 있을까요?
觀海
제 서재에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남겨두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천천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사행건樂 by 戒盈杯>
https://m.blog.naver.com/realguy81/22433850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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