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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페로
1시간 전
<위안화는 달러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까?(1편)>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유럽·일본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자국 관할 안에 있던 약 3,000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동결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 전쟁 전 러시아의 대외 결제에서 2%도 되지 않던 위안화는 러시아 수출입 결제에서 가장 중요한 외화가 되었고, 일부 월별 통계에서는 전체 결제의 40% 안팎을 차지했습니다. 모스크바거래소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의 현물·스왑 거래가 달러를 앞질렀습니다. 달러가 비운 자리를 위안화가 이렇게 빠르게, 규모로 채운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과거에 수 없이 위안화가 국제화를 위해 기울인 노력이 이제는 빛을 발하는 것일까요? 러시아에서 일어난 일이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며 위안화는 달러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까요? 위안화의 국제화 가능성에 관한 이번 편은 3부작으로 연재를 진행합니다. 1편의 포문은 먼저 러시아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1. 러시아의 요새화는 오래전부터 진행 중이었다. 폴 블루스타인은 『킹달러』에서 사건의 순서를 분명하게 짚습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중 달러 비중은 2013년 40% 이상이었다. 그러나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제재 이후 푸틴은 미국의 강압으로부터 경제를 방어하기 위한 '요새화된 러시아(Fortress Russia)' 전략을 지시했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의도적으로 달러 자산을 줄이고 금과 위안화, 유로화 비중을 늘렸다. 그 결과 2022년 2월 침공 직전 무렵, 외환보유고 중 달러 표시 자산 비중은 16%까지 줄어든 상태였다." — 폴 블루스타인, 『킹달러』 러시아는 크림반도 강제합병 이후 미국의 각종 제재로 고생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그 전략이 바로 '요새화된 러시아' 전략이었고요. 러시아 중앙은행이 공개한 마지막 통화 구성 자료인 2021년 6월 말 기준으로 달러 비중은 약 16.4%였습니다. 미국채는 훨씬 앞서 정리되었습니다. 미 재무부 국제자본통계(TIC)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8년 상반기에 미국채 보유액을 약 1,000억 달러 수준에서 약 150억 달러 수준으로 급격히 줄였습니다. 즉, 러시아의 달러 이탈은 22년의 외환보유고 동결의 결과가 아니라 동결 이전에 수년에 걸쳐 진행된 선제적 방어책이었습니다.(다만, 미국채를 팔았다고 달러 자산을 모두 정리한 것은 아니며, 러시아는 달러 대신 유로와 엔 같은 다른 서방 통화 자산도 적지 않게 늘렸습니다.) 이러한 달러에 대한 비중 축소가 어느 정도 완성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했습니다. 러시아가 이때 간과한 것은, 제 아무리 미국과 유럽이 자기들 중앙은행의 계좌를 동결하고 스위프트망 차단까지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극단적인 조치는 실제로 시행되었고, 3천억 달러의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은 동결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동결이 정말로 바꾼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러시아가 아니라, 러시아를 지켜보던 다른 나라들입니다. "2022년 러시아 외환보유고 동결 직후, 제재를 주도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달립 싱은 이 조치에 겁을 먹은 다른 외국 중앙은행과 정부 기관들이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예치해 둔 자신들의 외환보유고를 대거 빼낼까 봐 극도로 우려했다. (…) 다행히 외국 계좌에서 눈에 띄는 자금 이탈은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았다. (…) 그러나 이 조치는 전 세계 특정 수도의 재무부와 중앙은행들에 전율을 일으키고 있으며, 미국이 경제적 권력을 행사해 외환보유고를 동결하는 제재는 결국 러시아와 중국 같은 라이벌들을 자극하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탈달러화(de-dollarize)' 계획을 가속화하게 만들 것이다." — 폴 블루스타인, 『킹달러』 제재를 설계한 당사자조차 두려워한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급격한 탈달러화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훨씬 느리고 조용한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블루스타인의 진단입니다. 2. 러시아의 위안화는 선택이었을까, 유일한 출구였을까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을 명확히 하고 가야 합니다. 러시아가 위안화를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위안화가 러시아의 유일한 출구로서 그 선택이 강제된 것이었는지를 말이지요. 달러와 유로 결제망에서 배제된 나라에게 루피 같은 제한적 대안이 있었지만, 규모와 유동성 면에서 위안화를 대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러시아에게 위안화는 선택지가 아니라 유일한 출구에 가까웠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양자 무역에서 결제의 대부분이 루블과 위안화로 이루어지게 된 것도, 러시아 국부펀드가 달러와 유로를 비우고 위안화와 금으로 채운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결국, 러시아는 제재 아래 놓인 특수 사례입니다. 이 사례를 세계로 확장하려면 러시아 외의 국가들에서 달러와 위안화의 비중이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를 따로 봐야 합니다. ​ 3. 30년의 숫자 — 달러와 위안화의 비중은 어떻게 움직였나 달러의 힘을 측정하는 기준은 여러 개이고, 그 기준을 보았을 때 기준마다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30년의 달러 위상의 변화를 여러 기준으로 나누어 보되, 각 기준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하는지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첫 번째 기준은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통화 구성>입니다. IMF의 COFER 통계에서 달러는 여전히 전 세계 공개 외환보유액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다만, 1990년대 말 70%를 웃돌던 비중은 최근 공표치 기준으로 50%대 후반까지 낮아졌습니다. 다만 이 하락을 모두 탈달러화로 읽을 수는 없습니다. 달러에서 줄어든 비중이 곧바로 위안화로 옮겨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로·엔·파운드 같은 기존 주요 통화와 캐나다달러·호주달러 등 기타 준비통화, 그리고 금으로도 준비자산이 나뉘어 갔습니다. 달러의 퇴장이라기보다, 달러 한 통화에 집중되던 외환보유액이 여러 자산으로 조금씩 분산되는 장기 변화에 가깝습니다. IMF의 COFER 통계*에서 위안화는 2016년 10월 SDR 바스켓 편입 이후 별도 항목으로 집계되기 시작했으며, 비중은 약 2%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 COFER 통계 - 전 세계 중앙은행과 통화당국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의 통화별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 두 번째 기준은 <국제 결제에서의 비중>입니다. 국제 은행 간 메시지망인 SWIFT의 통계에서 2026년 6월 달러는 결제금액의 약 50%, 유로는 약 22%를 차지했고, 위안화는 약 3%로 주요 국제 결제 통화 가운데 하나이지만 여전히 달러와는 큰 격차를 두고 있습니다. 2010년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이 사실상 0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3% 성장은 눈에 띄는 성장입니다. 다만, SWIFT 통계는 세계의 모든 지급을 빠짐없이 집계하는 인구조사가 아니라 SWIFT망을 지나는 결제 흐름만을 비추는 창입니다. SWIFT를 거치지 않는 중국의 독자 결제망(CIPS) 거래는 이 창에 다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전 세계 무역 결제망에 있어서 CIPS 결제망을 통하는 위안화 결제까지 포함하면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기준은 <무역금융>입니다. SWIFT가 집계하는 신용장·보증 같은 무역 관련 은행 메시지에서는 위안화가 달러 다음의 비중을 기록한 달도 있습니다. 2026년 6월 기준 달러가 약 81%, 위안화가 약 8%였습니다. 위안화가 가장 빠르게 파고든 영역이 상품 무역에 붙는 은행 금융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세계 무역 계약 전체의 결제통화 비중을 뜻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 무역거래 중 신용장·보증 관련 무역거래의 8%가 위안화 표시라는 의미입니다.(CIPS를 통하거나, O/A 방식의 거래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음) 네 번째 기준은 <중국 자신의 국경 간 거래>입니다. 2009년 위안화 무역결제 시범사업이 시작될 당시 중국의 국경 간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0에 가까웠습니다. 중국 은행을 통한 국경 간 지급·수취에서 위안화 비중은 2023년 3월 처음 달러를 넘어섰고, 그해 연간 기준으로도 절반 안팎에 이르렀습니다. 중국 경제권 안에서는 위안화가 이미 달러를 거치지 않고 무역과 자본거래를 처리하는 통화가 된 셈입니다. 다만 중국 밖의 제3국끼리도 위안화를 선택하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위안화의 힘은 아직 세계의 공용어라기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제권 안에서 가장 강하게 작동합니다. 다섯 번째 기준은 <미국채 보유 비중>입니다. 미 재무부 TIC 통계에서 중국의 미국채 보유액은 2013년 11월 1조 3,000억 달러를 넘겨 정점을 찍은 뒤, 2026년 6월 6,334억 달러로 2008년 9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다만, 이 통계는 벨기에나 룩셈부르크 같은 제3국 수탁기관을 통한 보유를 완전히 가려내지 못합니다. 중국의 최종 보유액을 정밀하게 재는 수치라기보다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읽어야 합니다. 방향성은 어찌됐든 미국채 보유의 감소로 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4. 숫자가 가리키는 두 방향 다섯 개의 기준을 나란히 놓으면 흥미로운 그림이 나옵니다. 공공부문의 준비자산 운용을 보여주는 숫자(외환보유고 통화 구성, 미국채 보유)에서는 달러 집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반면, 민간의 결제 네트워크와 유동성을 반영하는 숫자(SWIFT 결제 비중, 무역금융)에서 달러는 여전히 절반을 넘는 압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위안화의 성장은 대부분 중국이 한쪽 당사자인 거래, 그리고 달러·유로 결제망 이용이 제약된 나라들과의 거래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과를 조심스럽게 봐야 합니다. 외환보유고의 달러 비중 하락과 미국채 보유 감소는 러시아 동결 하나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유로·엔·캐나다달러·호주달러 같은 대체 준비통화의 확대, 각국의 금 매입, 미국채 수익률과 환헤지 비용, 중국의 자본유출 관리와 보유자산 구성 조정 같은 요인이 함께 작동해 왔습니다. 그러나 동결 사건은, 특히 미국과 지정학적으로 긴장 관계에 있는 나라들에게 준비자산의 '수익률'뿐 아니라 '접근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는 경고를 남겼습니다. 달러 자산은 유동성과 법적 안정성이 가장 높은 자산이지만,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나라에게는 제재 위험이 따라다닌다는 역설이 바로 미국과의 대척점에 있는 국가들에게 '대안'을 찾도록 만든 촉매의 역할을 했습니다. 결국, "달러가 흔들린다"는 서사와 "달러는 건재하다"는 주장은 서로 다른 기준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위기 시 달러 수요는 여전히 건재하며, 전 세계의 무역결제에 있어서도 달러의 비중은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달러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달러표시 자산의 감소와, 미국과 갈등관계에 있는 국가들의 위안화 결제비중 증가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한쪽만 보면 그림의 절반만 본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명확합니다.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페트로달러를 거치면서 여지없이 공고했던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그 사실 말입니다. 5. 많이 쓰이는 통화와 기축통화는 다르다 위안화의 사용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기능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는 명백히 구분해야 합니다. 위안화가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된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기축통화는 무역 대금만 결제하는 돈이 아닙니다. 위기 때도 팔 수 있는 안전자산, 제3국끼리도 기꺼이 받는 거래 통화, 대규모 자금을 맡길 수 있는 깊은 금융시장, 그리고 필요할 때 그 통화를 빌릴 수 있는 유동성 안전망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달러의 경우 미국 밖에서 달러 신용이 만들어지는 유로달러 시스템과 금융위기 때 작동하는 연준 스왑라인, 그리고 전 세계 어디에도 견줄 수 없는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하는 미국 국채시장이 달러가 기축통화로 기능할 수 있도록 안전망 역할을 해왔습니다. 위안화가 러시아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은 사실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위안화가 달러의 자리를 대체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러시아가 받은 위안화를 어디에 운용하고 있는지, 러시아 이외의 나라들도 위안화를 기꺼이 받고 있는지, 위기가 왔을 때 위안화 유동성을 누가 공급하는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6. 정리 — 달러 체제 주변부에서 시작된 느린 분산 외환보유고와 미국채 보유액처럼 공공부문 준비자산 지표에서는 달러 집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러시아 자산 동결은 특히 제재 위험을 의식하는 나라들에게, 준비자산의 안전이 수익률과 유동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웠습니다. 바로 제제에 따른 "동결"여부 역시도 안전과 직결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그러나 민간 결제와 무역금융에서는 달러의 네트워크가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위안화의 성장은 중국과의 거래, 그리고 달러·유로 결제망 이용이 제약된 국가에서 특히 빠릅니다. 그래서 지금 벌어지는 일은 달러의 갑작스러운 퇴장이라기보다, 달러 체제 주변부에서 시작된 느린 분산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제 다음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분산을 더 빠르게 만드는 힘은 중국 바깥에 있을까요 아니면 미국 안에 있을까요? 2편에서는 달러의 지위를 흔드는 힘이 미국 자신 안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세 가지 경로로 살펴보겠습니다. ​ (2편에서 계속) #위안화국제화 #위안화 #탈달러 #킹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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