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준모
2025.11.11.
원글을 다듬어서 11월 15일자 매일경제 주말 칼럼으로 게재했습니다.
[원글은 삭제하고 칼럼 내용으로 대체합니다]
- 빵집 통해 깨달은 '규모의 경제'
최근까지 매장 두 개를 운영했다. 하나는 주택가 대형 매장인데 최근 정리했고, 또 하나는 오피스 소형 매장이며 현재도 운영하고 있다. 대형 매장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기본 매출만 나오면 사장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운영이 된다. 작업 공간도 넓고 필요한 시설도 충분하니까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과거 직장인이기도 했기에 직원들 처우도 다른 매장보다 잘해줬다. 그래도 제법 가져갔기에 착해져도 괜찮았다. 아니 그래도 괜찮은 줄 알았다. 코로나19가 터지고 영업제한을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첫 매장이 잘되니 시간이 많이 남았고 현금 흐름도 여유가 생겼다. 오피스 상권도 공부할 겸 작은 매장을 하나 더 운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장사가 잘 안 됐지만 그래도 손실은 크지 않았다. 사장이 직접 밤낮으로 일하기만 해도 어느 정도는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두 매장 모두 적자가 났다. 작은 매장은 손실이 매달 몇백만 원에 그쳤지만 큰 매장은 매달 1000만원, 많으면 2000만원 이상 적자가 났다.
코로나19가 길어지자 큰 매장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했다. 일단 매출 규모가 작아진 매장을 다시 키우려면 대대적으로 인력을 투입하고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이렇게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큰 모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사장이 직접 일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지면서 결국은 모험을 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며 매장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작은 매장은 코로나19 초기의 부진을 일찍 벗어나 올해 초까지 매장이 낼 수 있는 매출의 최상단을 계속 경신해가며 잘되는 매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 과정에서 늘어나는 매출을 감당하느라 나도, 직원들도 한계 상황에 몰리면서 시쳇말로 그냥 갈려 나갔다. 새벽에 나와야 했고 밤을 지새우면서 일했다. 결국은 매일 납품하는 법인 매출처들을 모두 순차적으로 해지해서 매출을 줄이고 홀 손님에게만 집중하는 선택을 해야 할 정도였다.
작은 매장이 한계를 초과하는 매출을 내면서 잘되었는데, 그만큼 돈을 많이 벌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큰 매장이 잘되었을 때도 바쁘게 일했지만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고 제법 돈도 벌었는데, 작은 매장은 무리를 해가며 고생을 해도 벌이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과거보다 최저임금도 올랐고 원부자재 가격도 폭등해서 마진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역시 작은 매장은 잘되더라도 자본을 축적하기 어렵다는 뻔한 결론을 이렇게 경험을 통해서 확인해야 했다.
작은 매장은 매출이 줄어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장사가 안 되는 한계 매장들도 어차피 취업이 어려운 사장과 그 가족들의 노동에 의지하는 것으로 근근이 먹고살기도 한다. 그렇게 영세한 매장들의 판매가격은 서민 물가를 낮추는 착한 매장이라 칭송을 받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투입된 노동에 대해 정당한 보수도 반영하지 못하는 원가 이하의 덤핑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주 잘되더라도 큰돈은 벌지 못한다. 여유가 없다 보니 직원들도 노동법이 정하는 처우라도 잘 받으면 다행인 것이 현실이다.
개인의 관점에서는 작은 매장이 위험 부담을 피하는 생존의 선택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큰 매장, 큰 기업들이 많이 나오고 규모를 키우는 모험과 도전이 많아져야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더 개선된 노동 환경이 제공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작은 매장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니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더 좋지 않을까. 크고 작은 두 매장을 함께 운영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하는 생각이다.
[매일경제 2025.11.15]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1468564

25
11
공유하기
모든 댓글

송대섭
2025.11.11.
너무도 현실적인 말씀입니다. 누구나 다 압니다. 정치인들만 모를뿐이죠. 코로나로 인한 상처는 영원히 회복되지 못할 겁니다. 뭉가놈들이 어떤짓을 저질렀는지 저들은 모릅니다. 주변 지인 친구들 중에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그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알기에 다시 분노가 치밉니다. 허락해주시면 친목 단톡방에 올리고 싶습니다. 저자는 표시하겠습니다.
1
답글달기
답글 숨기기

강준모
2025.11.11.
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톡방에는 그냥 빵집 주인장으로 소개해주세요~
좋아요

돈버는엄마
2025.11.11.
친정 동생이 장사를 합니다. 자영업하는 분들을 보면 예사롭지 않게 보게 되요. 동생도 코로나 때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힘들어하는걸 보고 제가 마음이 아파서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이코에 자주 와주세요.
1
답글달기
답글 숨기기

강준모
2025.11.11.
동생분께서 얼마나 고통이 심하셨을지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코로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나고 억울함이 가시지가 않습니다. 모두가 다 잊어버리고 다 지난 일이 되었지만요.
좋아요

구름바위
2025.11.11.
아주 적확한 지적입니다~
1
답글달기
성소라
2025.11.11.
글 감사합니다. 저번에도 좋은글 올려주셔서 잘 읽었는데 자주 와주세요. ^^
1
답글달기

이성석
2025.11.11.
대한민국에서 자영업하는 분들, 코로나 때 당하신 분들 어떤 말로 위로가 되겠습니까. 제 형님이 식당을 하십니다. 그때 어떤 상황이었는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저도 형이 불쌍해서 어쩔줄 몰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1
답글달기

봉천동박씨
2025.11.11.
주식이 밥인 우리 나라에서 빵집 하시는 분들 참 대단한 것 같아요.
1
답글달기

민들레
2025.11.11.
문재인이 코로나때 만행에 가까운 행위를 한건 맞죠. 안타까운 분들이 진짜 많습니다.
1
답글달기

붓다의 제자
2025.11.11.
우리나라 자영업 환경이 너무 척박합니다. 구조조정도 필요할 것 같은데 솔직히 자영업이 구조조정이 가능한 일인가 싶습니다.
1
답글달기

이동석
2025.11.11.
글 보니까 좋은 사장님이셨을거 같습니다. 저는 알바하면서 빌런 사장님들을 몇번 겪어서 안좋은 기억이 오래 가더라구요. 화이팅하세요!
1
답글달기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