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캉
2시간 전
<금리가 올라도 집값이 오르는 이유>
한국은 좋든 싫든 부동산을 무시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한국은행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국 가계 순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1.9%입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집계한 비금융자산(부동산 등) 비중 기준으로도 64.5%로, 미국(32.0%), 일본(36.4%), 영국(51.6%)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반대로 미국은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이 68%에 달해, 한국과 정확히 대칭을 이룹니다. 주식에 울고 웃는 미국과, 부동산에 울고 웃는 한국이라는 구도가 숫자로도 뚜렷합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한국에서는 부동산 정책 하나, 금리 하나가 가계 전체의 체감 경기를 좌우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장은 교과서적인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의 기회비용이 커져 매수 심리가 눌려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금리보다 대출 규제(LTV, DSR)가 훨씬 강하게 수요를 틀어막고 있습니다.
그 결과,
"아예 안 산다"가 아니라
"살 수 있는 가격대로 몰린다"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는 전년 대비 20.9% 줄었지만,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10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로 수요가 몰리고 있습니다. 노원, 구로, 강서 등 중저가 밀집 지역은 연초 대비 9~12%씩 가격이 뛰었습니다. 거래량은 줄어도 가격 상승 압력 자체는 꺾이지 않는, 시장이 얇아지면서도 가격은 떠받쳐지는 구조입니다.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중과하면 매물을 내놓겠지"라는 예상은 직관적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양도세 중과가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이는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세금을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이 급매, 증여로 매물을 쏟아내며 일시적으로 공급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시행 이후에는 남은 보유자들이 무거운 양도세를 물고 팔기보다 그냥 버티는 쪽을 택하면서 매물이 오히려 줄어듭니다. 실제로 양도세 중과 재개 한 달 만에 서울 아파트 매물이 10.5% 감소했고, 한때 매물이 7만건 아래로 붕괴하기도 했습니다.
더 역설적인 지점은 전세 시장입니다. 다주택자가 실제로 집을 팔면, 그 집이 전세로 공급되던 물량 자체가 사라집니다(민간임대 감소). 이 때문에 서울 전세 매물은 반년 새 12% 줄었고, 전세난에 밀린 수요가 매매 시장으로 넘어오며 집값을 다시 밀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규 공급 자체도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습니다. 2022년 이후 주택 착공이 줄면서 입주 물량 감소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규제 이후 심화된 양극화와 맞물려 서울의 공급절벽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서울 시장은 가격 상승 흐름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합니다. 금리 인하 기대, 유동성, 시장 심리가 수요 억제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함께 나옵니다.
다만 10월부터는 변화의 조짐도 있습니다. 전국 아파트 분양이 전월 대비 61% 늘고 수도권 입주 물량도 3배 가까이 증가할 예정입니다. 공급절벽이 당장 해소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 숨통이 트일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비아파트(빌라 등)가 아파트의 대체재로 반사이익을 얻고, 재건축 추진 단지로 수요가 쏠리는 현상도 같은 맥락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세제, 대출 규제가 겹치며 서울 안에서도 자금 여력이 되는 중저가, 재건축 단지로 수요가 더 압축되는 흐름입니다. 지방은 공급 과잉과 인구 감소가 겹쳐 있어, 서울, 수도권과의 양극화는 규제 강도와 무관하게 구조적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언제'보다 '어떤 조건에서'인 것 같습니다. 대출 한도는 LTV, DSR 규제가 바뀌는 시점마다, 매물은 양도세, 토허구역 정책이 바뀌는 시점마다 크게 출렁입니다.
큰 방향(서울, 수도권 공급절벽, 구조적 쏠림)은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이런 정책 변곡점을 생각하고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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