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가기 전날
2026.03.25.
◆ 끝이 없는 원유와의 시간여행 경제학 ◆
◇ 원유는 배럴(Barrel, 이하 bbl)이라는 단위를 씁니다. 1800년대 원유 운반을 위하여 가운데가 불룩한 나무 술통을 사용했습니다. 다양한 크기가 있었으나 사람이 Handling 하기 쉬운 42 Gallon(이하 gal)을 표준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에너지의 가치를 파악하기 어렵게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말도 따릅니다. 1 gal은 3.785ℓ이며 1bbl은 158.9~159.1ℓ로 42 gal이 됩니다. 원유는 물의 비중보다 가볍습니다. API(American Petroleum Institute) 기준 30도 원유의 밀도는 87.61% 수준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1 bbl을 기준으로 물의 무게는 159kg, 원유는 159Kg*87.61%=139Kg 수준입니다.
◇ 원유는 API 기준(비중:Gravity) 34 이상은 경질(輕質)원유, 30~40는 중질(中質)원유, 30 이하는 중질(重質)원유로 구분합니다. 세계 3대 원유의 특성을 말씀드리면 우리나라가 60~70%를 수입하는 두바이산 원유는 API 32, 황(Sulfur)의 함유량은 1.86~2.04%로 중질(中質) 고유황이며, 유럽 북해산인 브렌트유는 38.3, 0.37%로 경질 저유황,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인 WTI는 38~40, 0.24%로 경질 저유황 원유로 구분합니다. 두바이 원유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유는 중질((中質)) 고유황으로 정제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저품질 두바이산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습니다.
◇ 한편,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라고 불리며 중동 신화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Jubail 항만 공사일 것입니다. 1976년 당시 공사 금액은 9.6억 불로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1/4 수준이었으며 30만 톤급(VLCC) 유조선 4척이 동시에 정박하여 원유를 실을 수 있는 길이 3.6Km의 해상 정박시설입니다. 즉 유조선의 운항이 가능한 수심을 확보할 수 있는 지점까지 철제 Pier를 국내에서 제작하여 해상으로 운송한 후 설치한 해상 수송 관로 Terminal을 건설한 것입니다.
◇ 우리나라가 원유를 수입하는 VLCC급 유조선의 뱃길 즉 원유의 여행이라고 할까요? Gulf만 까지 약 25,000Km 로 빈 배로 갈 때는 16일, 원유를 싣는데 2일, 가득 채워서 돌아올 때는 21~22일 등, 남해안에 있는 저장탱크에 도달하기까지는 약 45일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항로상 적지 않은 돌발변수가 따르겠지만 Gulf만의 Strait of Hormuz와 함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간 Strait of Melaka 항로가 가장 경제적이며 빠르게 운송할 수 있습니다. Strait of Melaka는 길이가 830Km, 폭이 넓은 곳은 320Km이며, 좁은 곳은 18Km에 불과합니다.
◇ 여기서 원유 운반선의 크기는 유조선에 원유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말씀드린 해협의 통과 가능성에 따라서 구분합니다. 즉 파나마 운하의 통과가 가능한 Panamax 급은 6~8만 톤, Aframax(Average Freight Rate Assessment Maximum)급, 즉 가장 경제적인 유조선의 크기는 10만 톤 내외, 수에즈운하의 통과가 가능한 Suezmax 급은 12~20만 톤, VLCC(Very Large Crude Carrier)급은 20~32만 톤이라고 합니다. 원유 200만 bbl을 실을 수 있습니다. ULCC(Ultra Large Crude Carrier)급은 32만 톤 이상으로 구분하기도 하나 Strait of Melaka을 통과할 수가 없어서 Tanker로써의 역할만으로 국한한다고 합니다. 한편, VLCC급은 흘수(吃水, 통상 선체를 적색의 도장으로 처리)가 22.0m 수준으로 상당한 수심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VLCC급 유조선의 길이는 약 330m, 폭은 60m입니다. 일반적으로 선박의 규모는 DWT(Dead Weight Tonnage)라는 단위를 사용하는 데, 이는 화물은 물론 연료, 급수량, 승무원, 선박 장비 등의 무게를 합한 값으로 표기됩니다. 다음 그림은 Strait of Melaka의 위치를 나타내며 추가 이미지는 VLCC급 유조선의 빈 배일 경우와 만선일 경우입니다. 재미로 감상하시기를 바랍니다. ※만선일 경우 해적들의 침입은 비교적 쉬워 보입니다.
◇ 대한석유협회가 발표한 2018년도 우리나라의 원유 비축기지는 4곳으로 울산(1,670만 bbl), 거제(4,750만), 여수(5,230만) 서산(1,100만), 합계 1억 2,750만 bbl이며, 정제하여 생산한 제품의 비축기지는 구리(300만), 용인(250만), 곡성(210만) 동해(110만) 서산(360만) 평택(LPG, 620만), 합계 1,850만 bbl 수준입니다. 현재 대한석유협회 전체 비축량은 1.46억 bbl로 발표했습니다.
◇ 지난 3.3일 산업통상부 발표에 따르면 전체 비축량은 1.57억 bbl로 208일분에 상당하는 양이라고 했습니다. 역산하면 하루에 76만 bbl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파악됩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전후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즉 대한석유협회 2002년 기준자료에 따르면 1년에 7.6억 bbl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하루에 210만 bbl 수준입니다. 최근 유튜버에게서는 2025년도 기준 하루 사용량은 289만 bbl이라 합니다. 이에 따른다고 전제하면 인터넷상에서 공공연하게 회자(膾炙)하는 50~70여 일 분에 불과하다는 말들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하루 사용량에 대한 정확한 파악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하나의 의문으로 남습니다.
◇ 사견임을 전제로 종합하면 우리나라는 하루에 약 300만 bbl 수준을 사용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전기한 바와 같이 정부와 민간 비축량이 1.57억 bbl 수준이라면 52일분에 불과합니다. VLCC급 유조선 1.5척이 매일 입항하여야 함을 의미합니다. 최근 전격적으로 공공기관 차량 5부제 시행 발표를 접하면서 사태의 긴급성에 대해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입니다. 비록 미동(微動)에 불과하다고 간과할 사항은 분명히 아닙니다. 저는 이미 비상 상황으로 간주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근거는 유조선을 Strait of Hormuz 인근에 임시로 정박시켜 놓은 경우라도 운항이 일시적으로 멈추면 Gulf 만에서 우리나라까지 항해하는 기간이 최소 약 25일 정도가 필요합니다. 가장 불리한 경우 최대 45일은 원유가 한 방울도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벌써 전쟁을 시작한 지 24일이 지났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만 하는 부득이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차량 5부제를 넘어 홀짝제 시행도 예상합니다.
◇ 다시 돌아가서 하루 원유 사용량이 300만 bbl이면 Gulf 만까지 왕복 45일이 소요되기에 VLCC급 유조선은 전체적으로 약 70척 이상을 보유하고 운영되어야 합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조건임을 전제로 산술적으로 산정했습니다만 해상운송은 돌발적인 변수 요인이 많기에 상당량의 여유를 갖고 유조선을 운용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약 600척의 VLCC급 유조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62척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루분 원유 사용량에 따라 역산한 소요 척수와 여유분을 고려하더라도 충분한 보유 수량으로 판단됩니다.
◇ 덧붙여 그동안 우리나라가 건조하여 세계 각국에 판매한 VLCC급 유조선은 약 460척입니다. 자그마치 세계 77% 점유율입니다. 오대양 바다에서 운항 중인 VLCC급 유조선은 대부분이 Made in Korea와 Made by Korea로 판단하면 될 듯합니다. 유조선에 관한 한 우리의 국력에 자긍심을 갖더라도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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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김진기
2026.03.25.
열심히 읽었습니다. 대단한 필력이십니다. 휴가가기 전날님이 글 쓰시면 제가 항상 읽는데 처음엔 젊은 직장인인줄 알았는데 아닌거 같기도 하고 무슨 일 하는 분이신가요? 소개글도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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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2026.03.25.
우리나라가 조선강국이었네요. 글 넘 잘읽었구요. 교수님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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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2026.03.25.
거의 강의 한시간 들은 느낌. 어메이징하심. 이 긴글을 하나도 안지루하게 쓰시는 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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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호
2026.03.25.
글 잘 읽었습니다. 대단한 실력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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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국
2026.03.25.
글쓰신 내용 보면 공급자만 확보되면 싣어 오는데는 큰 걱정이 없을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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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웅
2026.03.25.
햐~ 이게 웬 호강입니까 오늘도 상식 장착하고 갑니다.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원유비축량일겁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불편한 것이야 참고 견뎌야죠. 선생님 글을 보니 유조선은 많은데 기르 조달이 문제군요. 러시아든 해상에 있다는 이란 원유든 공급만 되면 받아오는덴 문제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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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훈
2026.03.25.
휴가가기 전날님은 글도 좋지만 누구신지 어떤일 하시는지 항상 궁금합니다. 이코에 3040직장인들이 많은데 30대 직장인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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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2026.03.25.
글 잘 읽었습니다. 디테일하게 써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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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명이
2026.03.25.
글 넘 잘쓰셔서 완전 궁금. 혹시 mz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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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2026.03.25.
글을 잘 쓰시긴하지만 설마 mz는 아니겠죠. 40대 정도 아닐까요? ㅎㅎ 정체를 밝혀주세요. 휴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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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가기 전날
2026.03.26.
세상의 모든 일들은 분명하게 근원적인 요인을 갖고 있기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을 뿐입니다.
이코에는 배려가 함께하는 편안한 자리가 있기에 다행스럽다라는 마음만큼은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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