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觀海
2026.06.19.
6월 19일 BBC에는 흥미로운 두 기사가 나왔습니다.
첫 번째는 노동당의 유력 정치인인 Andy Burnham의 보궐선거 승리 기사였습니다.
영국 언론은 단순히 의석 하나를 얻었다는 사실보다 번햄이 향후 Keir Starmer 총리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두 번째는 브렉시트의 경제적 비용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영란은행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GDP는 지난 10년 동안 약 6%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언뜻 보면 전혀 다른 기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두 기사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정치인과 국가경영자는 무엇이 다른가.
번햄과 스타머의 차이를 단순히 좌파와 우파의 차이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둘 다 성장을 원합니다.
다만 바라보는 시야와 시간의 길이가 다릅니다.
번햄은 현재의 어려움에 주목합니다.
침체된 북부 지역, 부족한 공공서비스,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에게는 10년 뒤 국가부채보다 지금의 투자와 일자리가 더 절실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적극적인 공공투자와 지역 재생을 주장합니다.
반면 스타머는 총리의 입장에서 국가 전체를 바라봅니다.
브렉시트 이후 성장률이 낮아졌더라도 국채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정준칙을 지키고,
영국은행의 통화정책을 뒷받침하며, 투자자들에게 영국이 예측 가능한 나라라는 신호를 보내려 합니다.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번햄의 메시지가 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국가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스타머의 고민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브렉시트 역시 비슷한 사례였습니다.
브렉시트는 국내정치에서 출발했습니다.
보수당 내부 갈등, 이민 문제, 지역 격차, 기성 엘리트에 대한 불만이 국민투표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국민투표에서는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국가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EU 단일시장을 떠난 이후 영국은 새로운 통상 관계를 구축해야 했고, 투자와 노동력 이동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최근 연구가 추정한 6%의 GDP 손실도 바로 그 비용의 일부일 것입니다.
브렉시트는 국내정치의 성공이 반드시 국가경영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는 그 결정이 국제질서 속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까지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치인이 국가를 경영하기까지 필요한 덕목은 인내심입니다. 국민을 설득하며 적절한 시기에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를 경영하는 위치에 오르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바로 국제정치감각입니다.
오늘날 금리와 환율, 무역과 투자,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외교와 안보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전쟁이 물가를 움직이고, 해외 투자자들의 판단이 국가 재정을 흔들기도 합니다.
국민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정치인의 자질이라면,
국제질서의 흐름을 읽는 능력은 국가경영자의 자질일 것입니다.
어쩌면 6월 19일 BBC의 두 기사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번햄의 부상은 현재의 어려움이 얼마나 강력한 정치적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브렉시트의 6% GDP 손실은 국제정치와 경제의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 얼마나 오랜 비용을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로 선출됩니다.
하지만 국가는 국민만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시장과 기업, 동맹국과 경쟁국, 그리고 국제질서 속에서 함께 움직입니다.
그래서 정치인과 국가경영자의 가장 큰 차이는 권력이 아니라 시야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觀海
제 서재에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남겨두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천천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사행건樂 by 戒盈杯>
https://m.blog.naver.com/realguy81/224321097964
12
2
공유하기
모든 댓글
박소원
2026.06.19.
글 잘 읽었습니다. ^^
1
답글달기

최지아
2026.06.19.
관해님의 영국스토리 재밌어요. ^^
1
답글달기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