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ruce Kang
2시간 전
11년 만에 과장 진급, 그리고 곧바로 DC로 갈아탔다
대리 승진에서 2년, 과장 승진에서 1년이 누락돼 동기보다 3년 늦은 진급이었다.
진급과 동시에 내가 한 일은 퇴직연금을 DB에서 DC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인사부 선배는 "진급 포기한 거냐"며 말렸고, 새로 부임한 팀장님은 "과장 달자마자 DC로 바꾸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게 DC 아닙니까."
그렇게 회사와의 첫 번째 정산을 끝냈다.
DC로 전환하면 무슨 일이 생기나
DB에서 DC로 전환하면, 퇴직금을 지급받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전환 시점까지의 퇴직금이 정산된다. 이 돈은 내가 운용할 DC 계좌로 들어온다. 쉽게 말해 "퇴직금을 미리 받아 내 계좌에 넣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진급을 하든, 인센티브를 많이 받든 상관없이 매년 연봉의 12분의 1이 내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된다.
DB가 유리한 사람, DC가 유리한 사람
DB는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퇴직금을 계산한다. 그래서 퇴직할 때까지 급여가 계속 오르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DB가 유리하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드물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55세를 넘어서까지 급여가 우상향하는 직원은 내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임금피크 구간에 들어서면 퇴직 직전 평균임금이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에, DB의 장점은 거기서 꺾인다.
전환을 말리던 분들 중 일부는 이후 희망퇴직 공고가 나오자 "이날만 기다렸다"는 말을 남기고 회사를 떠났다. 회사의 인사 흐름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내 퇴직금을 어디에 두느냐다.
DB를 유지하고 싶다면 먼저 자기 객관화를 해보길 권한다.
친한 선배, 후배, 동료에게 소고기에 백세주 한잔 사면서 진지하게 물어보자. "내가 부장이 될 상인가, 팀장이나 임원이 될 상인가?" 그 반응을 보면 답이 나온다.
55세 이후에도 급여가 우상향하고 인상률이 높을 수 있다면, DB로 두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맞다. 그만한 보상이 따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DC로 전환하되,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자. DC는 공짜 선택이 아니다.
DC 전환의 대가
운용 책임이 내게 넘어온다. DB는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지만, DC는 내가 굴린 결과가 곧 내 퇴직금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원리금보장 상품에만 넣어두면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갈 수 있다.
급여가 크게 오르는 사람에게는 불리하다. 승진과 임금 인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DB가 더 많이 줄 가능성이 크다.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제도 전환은 회사 규정과 노사 합의에 따라 제약이 있으니, 전환 전에 사내 규정을 꼭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DC 전환은 "퇴직금을 내 손으로 불릴 준비가 된 사람"에게 맞는 선택이다. 죽어라 일하다 죽는 대신, 아낀 시간으로 경제공부와 주식공부를 해서 DC 운영을 준비해야 한다.
직접투자하면 되지 않을까?
지금 사는 주식을 퇴직할 때까지 팔지 않고 보유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100% 수익이 나는 순간 매도 버튼에 손부터 올라가는 사람이라면, 연금 계좌부터 다져놓는 게 낫다.
연금 계좌는 인출을 제한하는 구조 자체가 장기투자를 강제해주고, 세액공제와 과세이연 같은 세제 혜택도 따라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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