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페로
7일 전
<엔케리 트레이딩은 왜 금융시장의 뇌관일까?>
2부 - 엔케리 트레이딩은 어떻게 자산시장을 움직이나?
오랜만에 2부를 올립니다. 한 동안 저의 게으름을 반성하고 다시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엔캐리가 시장에 미치는 방향
엔 캐리가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섯가지 방향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전세계 자산가격 상승의 유동성 배관역할
엔 캐리는 값싸게 조달된 엔화가 전 세계 위험자산으로 흘러드는 파이프 라인 역할을 합니다. 금리가 거의 0인(일본의 기준금리는 무려 30년 동안 0%대 였고, 26년 드디어 1%를 돌파, 현재 1.25%에 도달했습니다) 돈이 끝없이 공급되니, 그 돈이 닿는 곳마다 자산 가격을 떠받치고 상승시켜왔습니다.
둘째, 엔 약세의 자기강화 시퀀스
1편에서 설명드린바 있습니다. 캐리 자금은 조달된 엔화를 매도해서 조성합니다. 엔을 시장에 내다 팔수록 엔의 공급이 늘어나며 엔화는 약해지고, 엔이 약해질수록 기존 캐리트레이딩 포지션을 구축한 투자자들은 엔화로 바꿀 때 더 많은 엔화를 바꿀 수 있게 되어 환차평가이익까지 추가로 벌게됩니다. BIS는 2021년 말부터 2024년 1분기 사이 시장에 공급된 엔의 순공급 추정치가 66조 엔 늘어났고, 이 증가가 엔 약세와 함께 움직였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셋째, 세계 채권시장의 큰손
일본은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입니다. 일본 자금의 향방에 따라 미국 장기금리가 흔들리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 장기금리는 세계 모든 자산 가격의 기준이 되죠. 일본 투자자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 뉴욕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미국의 장기금리가 급등하게 되면 세계 모든 자산가격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넷째, 변동성 폭발의 기폭제
캐리 트레이드는 환율의 변동성이 작거나, 하락할 때 더욱 성행합니다. 더불어 많은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엔화 숏) 베팅하면, 그 쏠림은 환율의 상승을 억제하고 잔잔하게 유지되도록 만듭니다. 문제는 이 고요함속에 쌓아 올린 레버리지의 크기입니다. 상승 방향으로 향하지 않도록 오랜기간 억눌려올수록, 환율이 급등할 때 상승방향으로 폭발적으로 에너지가 분산되는 즉, 무너지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모종의 트리거로 엔화 강세 방향의 촉발된다면 오랜기간 유지되어왔던 그 균형이 깨지며 억눌려 있던 변동성이 한꺼번에 터지게됩니다.
다섯째, 보이지 않는 상관관계 '전염'
앞서 엔캐리 자금이 투자되는 자산들을 살펴보았는데요. 바뀐 통화로 보유하며 이자이익을 수취하는 투자자도 있으나, 캐리 자금의 방향성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보니 모든 자산으로 고루 퍼져 나갑니다.
그러다보니 평소에는 아무 관계 없어 보이는 자산들(일본 주식, 미국 기술주, 멕시코 페소, 비트코인)이 엔 캐리라는 같은 장부에 묶여 있게 되고, 캐리 구조에 위기가 발생 시에 함께 하락합니다. 그래서 “엔화 강세에 나스닥 급락” 같은 뉴스가 나오는 것입니다. 엔화와 나스닥이 반대로 움직이는 음(-)의 상관관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엔 캐리라는 같은 장부에 엔화와 나스닥 종목이 묶여있다보니, 엔화 상승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기존에 매입한 나스닥 매도가 나스닥 하락을 촉발한 것이죠.
2. 엔 캐리 청산의 이유와 위험성
(1) 청산이 발생하는 이유
청산(unwind)은 '되돌리다'라는 뜻의 단어로 캐리 트레이드를 거꾸로 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들인 달러 자산을 팔고 → 그 달러로 엔을 되사서 → 빌린 엔을 갚는 과정입니다. 청산에 들어가는 이유는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① 이익 확정: 충분히 벌었으니 나간다(모두가 행복한 시나리오)
② 손절: 엔이 강해져 손실이 자산 수익 또는 캐리 수익을 넘어서기 시작
③ 강제 청산: 손실이 커져 증거금 추가 요구(마진콜)를 받거나 기관 투자 리스크 한도를 넘어섬. 내 의지와 무관하게 팔아야 하는 상황
④ 기대의 변화: 아직 손실은 없지만, 앞으로 금리차가 줄거나 엔이 강해질 것 같다는 전망
엔 캐리 청산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2번과 3번입니다. 이때 청산은 선택이 아니라 강요가 되고, 강요된 청산은 자산을 팔때 "가격"을 따지지 않습니다. 장이 열리자마자 거래가능한 시장가로 전부 던져버립니다. 이러한 청산이 한군데에서 시작되면 또 다른곳에서 청산을 촉발합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연쇄 청산이 발생하면 자산가격은 손쓸 틈도 없이 급락해버립니다.
(2) 청산의 결과
청산이 무서운 이유는 한 사람의 청산이 다른 사람의 청산을 부르는 연쇄성 때문입니다. 연쇄 청산의 고리를 순서대로 나열해 보겠습니다.
① 어떤 사건을 계기로 엔화가 강해지기 시작함
② 레버리지를 쓴 포지션부터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마진콜 압박에 직면
③ 캐리 자금은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빌린 엔을 갚기 위해 엔을 매입함-> 엔이 더 강해짐
④ 엔이 더 강해지니 다음 포지션이 마진콜 압박 직면 → ③이 반복됨
⑤ 더 이상 엔화를 마련하는 것이 한계에 부딪힘
⑥ 이제 보유 자산중 팔 수 있는 것부터 팔기시작함 — 유동성이 좋은 미국 대형 기술주, 일본 주식, 암호자산이 먼저 매각됨
⑥ 자산 가격 급락 → 변동성 지수 폭등 → 위험 잔여한도가 줄어 또 다른 포지션을 축소해야하는 악순환 발생
6번이 이 악의 순환고리로 인해 자산가격 급락을 만드는 핵심입니다. 위기 때 사람들은 “팔고 싶은 것”이 아니라 “팔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팝니다. 팔기싫어도 환가성이 좋은것부터 찾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엔화와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우량 자산이 제일 먼저 두들겨 맞는 것입니다.
첫 도입에서 말씀드렸던 2024년 8월이 바로 엔캐리 청산의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24년 7월의 가격 급락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살펴보면 결국 트리거는 미국의 고용지표 부진이 미국 금리 인하의 기대를 심어줬고, 일본은 금리인상, 미국은 금리인하로 인해 좁혀진 금리차가 엔화의 강세를 만들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게 큰 원인이었습니다. 엔화가 강세가 된다면 캐리트레이더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자산매각으로 엔화를 되사는 액션을 취해야했고, 이게 엔화 급등과 닛케이 급락, 이어서 전세계 주식시장의 급락을 연출한 것입니다.
[2024.7 초]
엔화 달러당 161엔대, 약 40년 만의 약세. 미·일 금리차 약 5.4%p로 캐리의 전성기
[24.7.31]
일본은행, 정책금리를 0.25%로 인상하고 국채 매입 축소 계획 발표 =>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
[24.8.2]
미국 7월 고용지표 부진 → 연준 인하 기대 급증(금리차가 양쪽에서 동시에 좁아질 전망)
[24.8.5]
닛케이 -12.4%, 토픽스 은행업지수 40년 역사상 최악의 하루. VIX 개장 전 한때 60을 넘었다가 40 아래로 마감
[24.8.7]
일본은행 부총재 “시장 불안정 시 인상하지 않겠다”는 취지 발언 → 급속 안정
이후 엔화 한때 141엔대. BIS는 시장이 빠르게 안정됐지만 레버리지 포지션이 다시 쌓이고 있다고 경고
맨 아래 그림을 보면 왜 청산이 폭발적인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 2024년 7월, 금리차 5.4%p가 1년 동안 버텨줄 수 있는 엔 강세 폭은 약 5%였습니다.
- 그런데 엔은 한 달 만에 12% 넘게 뛰었죠.
1년 치 이자 수익을 두 번 넘게 날린 셈입니다. 레버리지를 걸었다면 원금이 사라지는건 기본이고 원금 이상의 손실까지 떠안아야 했을 겁니다. 엔캐리는 오랜기간 일본의 저금리와 엔화의 안정이라는 자양분을 먹고 자라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이 바라던 엔캐리 트레이딩을 불패로 만들어주던 온실속 환경은 어느때보다도 척박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캐리 청산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이를 보여주고 있죠. 1년동안 금리차로부터 파생되는 엔캐리 이익은 연간 2.6%에 불과한데, 7월말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환율에 개입해서(위 차트 '협조개입'이라고 써여있는 부분) 엔화가치를 끌어올린 적이 있었습니다(달러당 163엔 -> 155엔) 이 때 하루에 변동한 달러/엔 환율의 폭은 4.9%에 이릅니다. 이렇듯 엔캐리 트레이딩은 하루아침에 지옥의 맛을 볼 수 있는 위험한 도박과도 같습니다.
마지막 3부에서 왜 지금 엔캐리 청산의 이야기가 나오는지와, 향후의 엔캐리 청산에 따른 시나리오와 대응법에 대해서 이야기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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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박지숙
7일 전
제겐 좀 어려운 글인데 정성이 느껴져서 꼼꼼하게 두번 정독했습니다. 한번 잘 따라가보겠습니다. 글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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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경
7일 전
오늘도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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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마이크로데이터
7일 전
좋은 정보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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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
5일 전
글 너무 정성껏 쓰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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